최근 프로야구계에는 감독교체 바람이 한창이다. 김용희(SK), 조범현(kt), 염경엽(넥센), 류중일(삼성) 등 벌써 4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염경엽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올시즌 5강 진출에 실패하고 계약기간이 끝난 감독들이었다.

야구계의 연이은 감독 교체와 함께 야구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역시 김성근 한화 감독의 거취다.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성적 부진과 선수단 운영을 둘러싸고 수많은 구설수에 휘말린 바 있다.

한화는 2014년 겨울 김 감독을 영입하며 전력보강을 위하여 파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올해 팀 연봉총액 1위에까지 올랐고, 김 감독에게 전례없는 팀 운영의 전권까지 맡겼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강 진출에 실패하며 9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여기에 송창식, 권혁, 김민우 등 수많은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며 수술대에 오르는 등, 김 감독의 혹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아직 한화와의 계약기간이 1년이 더 남아있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감독들의 계약기간을 지켜준 경우가 많다. 정규시즌이 마감한지 벌써 꽤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사실상 내년에도 김성근 체제로 방향을 굳힌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거세지는 '김성근 퇴진' 여론

김성근 한화 감독 복귀 허리 디스크 수술로 입원했던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20일 kt와의 경기에 복귀, 감독석에 앉고 있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김 감독을 둘러싼 여론은 최악이다. 이미 시즌 중반부터 김성근 감독의 퇴출을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부 팬들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년 전 온라인에서 일부 팬들이 김 감독의 영입을 청원하던 광경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많은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우려하는 부분은 단지 성적만이 아니다. 바로 김성근 감독의 '리더로서의 자질'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다. 김성근 감독은 2년간 한화 지휘봉을 잡고 전권을 휘두르면서 자신의 리더십과 팀 운영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단 한 번도 제대로 책임을 지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 일이 없다. 

김성근 감독은 2년째 거듭되고있는 혹사 논란에 대하여 "혹사는 없다. 선수는 팀이 필요로 할 때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어차피 대한민국 모두가 혹사당하고 있다.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다른 팀 투수들도 있다"며 자신의 방식을 합리화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정작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수술 러시가 발생했을 때는 "투구폼이 좋지 않았다"거나 "큰 수술이 아니다"와 같은 변명으로 오히려 부상당한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의미를 축소하는 데만 급급했다.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도 항상 '탓'을 하기 바빴다. 선발투수들의 지나친 퀵후크와 불펜 혹사가 도마에 오르자 "투수가 없다"며 어쩔 수 없다고 변명했다. 무리한 등판으로 팔꿈치 부상이 악화되며 낙마한 에스밀 로저스의 대체선수를 찾는 과정에서는 "구단에 돈이 없는 것같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정규시즌 막바지 총력전을 선언하고도 정작 5강권에서 점점 멀어지자 "선수들이 세밀한 플레이를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성근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팀분위기가 흔들린다 싶을 때마다 코치들에게만 책임을 물어 보직을 자주 바꾸는가 하면, 선수들에게도 2군행과 특타, 벌투 등을 '문책성'으로 강요하여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그토록 '남 탓'에 엄격했던 김성근 감독은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평소 "야구는 감독이 한다"고 주장하며 감독이 팀 운영의 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그 정도의 권한이 주어졌으면 결과가 좋지않을 때 책임지는 것도 리더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선수탓, 구단 탓, 언론 탓 등으로 책임을 피해가는 데만 급급했고 자신의 리더십과 야구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자기방어적인 행태로만 일관했다.

또한 김 감독은 과거 수많은 강연과 자서전 등에서 "리더는 핑계를 대서는 안된다", "감독이 선수가 없다고 탓하는 것은 본인이 무능하다고 고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한화 사령탑으로서 김 감독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본인이 과거에 주장했던 철학과는 180도 위배되는 것이었다. 일구이언의 잦은 말바꾸기와 내로남불의 뿌리깊은 '나르시즘'은 야구 감독을 넘어서 한 조직의 리더로서 심각한 결함에 해당한다.

과도한 신격화, 언론과 맹목적 팬덤에도 책임 있다

누구나 실패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이들은 과거의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자신의 독단과 아집으로 조직을 수렁에 몰아넣고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문제점에 대한 반성도 거부하는 리더는 결국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많은 팬들이 김성근 감독의 유임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상태로 김성근 체제가 유지된다고 해도 앞으로의 1년은 한화 선수들에게나 팬들에게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뿐이다. 한화는 팀 재건을 위한 골든타임을 또다시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한편으로 김성근 야구에 대한 비판은, 한때 성적지상주의로 모든 과정을 합리화했던 과거에 대한 자기 반성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김성근 감독이 한때 '야신' '오피니언 리더'같은 이미지로 추앙받으면서 실체와 다른 과도한  신격화가 이뤄진데는 언론과 일부 팬덤의 맹목적 이미지메이킹과 그에 쉽게 현혹당한 대중의 책임도 적지않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상관없다'는 천박한 논리로 무수한 구성원들의 희생과 수많은 논란이 미화되는 현실은 야구를 넘어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도 모기업 차원에서 김 감독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되도록 빠른 시간안에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의 유임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게 정리가 되지 않으면서 여론이 분분하다. 교체가 필요하다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팀을 위하여 신속하게 경질을 단행해야 한다. 만일 재신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그에 걸맞는 명분과 앞으로 구단 운영의 방향성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성적은 성적대로 놓친 한화가 지난 2년간의 성과에 대하여 아무런 입장표명이나 비전도 없이 현 상황을 방치만 한다는 것은, 야구단 운영에 관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무엇보다 한화와 한국야구의 올바른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 김성근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하루빨리 끊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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