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BIFF 개막작 <춘몽> 배우, 양익준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에서 감독 겸 배우 양익준이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제21회 BIFF 개막작 <춘몽> 배우, 양익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당시 양익준. ⓒ 유성호


그의 말마따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영화제와 '감독' 양익준 사이의 정서적 관계 말이다. 2008년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 제작 지원을 받아 탄생한 <똥파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양익준의 대표작이다. 상업영화의 단역 혹은 독립영화 진영에서 나름 활동해오던 그가 2009년 이후 영화계에서 개성 강한 배우이자 감독으로 자리매김한다. 분명 그 작품이 분기점이 됐다. 

지난 2년간 부산시와 관계 당국의 정치적 압력에 상처 입는 영화제를 바라보는 그의 심경은 그래서 안타까움 그 이상이었다. 지난 4월 <오마이스타>에 기고한 그의 글을 잠시 소개한다. ( 관련 기사: 씨발 진짜... 욕을 빼고 글을 쓸 수가 없다 )

상처 입은 영화제를 보이콧 하자며 중지가 모아질 때쯤 그는 자신의 출연작 <춘몽>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각 영화인 직능 단체에서 참여와 불참이 팽팽하게 갈렸고 그는 배우로서 영화제 참석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심경을 지난 6일 기자간담회 때 밝혔다. "'크레이지, 코리아'라는 문구를 끄적거리며 (레드카펫) 퍼포먼스를 고민했다"던 그의 말을 더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새 영화 촬영 차 일본으로 떠난 직후 9일 서면을 통해 양익준을 만났다.

갈등 속 확고한 신념

"고향 같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출연한 영화가 선정된 것에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헌데 이번에 영화제 참석에 관한 연락을 받고, 마치 태풍으로 휩쓸려버린 고향을, 타지에서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발만 동동 구르고 있기보다는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부산에 간 이후 부서진 곳을 다시 재건하려는 분들을 바라보며 맘이 짠하기도 하고 또 반갑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앞으로, 건강한 생태계 속에서 더욱 튼튼한 부산영화제로 이어져나가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현재 양익준의 생각을 가장 분명히 담은 말이지 않을까. 보이콧에 동참하진 않았지만 참여해서 현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을 보태는 것 또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 결정한 걸로 이해하자. 다만 레드카펫 당시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 손피켓을 들지 않았다. "여러 생각이 있었고 레드카펫에 들고 나갈 글귀도 써 갔습니다만, 개막작 기자회견에서의 답변으로 퍼포먼스는 그저 번복일 수 있었다"고 그가 답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부산시청 앞에서 팬티만 입고 시위하고픈 심정"이라 말한 바 있다. 양익준 감독은 "이미 기자회견에서 마음을 상당히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이 축하 받아야 하는 개막작 배우와 감독 사이에서 따로 전사가 되어야 하는 입장을 벗어났구나 하는 제 속된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막작의 배우

 영화 <춘몽> 포스터

영화 <춘몽> 포스터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개막작 선정의 영예도 분명 그의 것이다. 게다가 박정범, 윤종빈 감독 등 영화계에서 고군분투 하며 작품 활동을 해 온 이들과 함께 배우로 출연하지 않았나. 세 사람 모두 감독 직함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연기 경험도 있다. <춘몽>은 바로 이들이 출연한 전작 캐릭터를 일부 뽑아온 작품. 양익준의 과제는 <똥파리> 속 상훈의 모습을 철저히 지우는 것이었다.

"현장에서는 그렇게 치열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현장 이전, 현장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할 때 제 역할의 삶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해 보았고, 감독님과도 여러 대화를 나누면서 풀어간 것 같습니다. (함께 출연한) 윤종빈, 박정범 감독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현재 영화계의 투자와 배급, 그리고 영화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이 나눴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 순수 배우들과는 관심사의 방향이 좀 다른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정신과 어느 병원 다녀봤냐, 정신건강을 위해 나는 이런 운동을 하고 있다 뭐 이런 이야기도 가끔 나눴고요(웃음)."

역시 영화인다운 대화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세 '배감독'(배우 및 감독을 합한 조어)이 만났으니 할 말이 풍성했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공황장애로 고생하기도 했고,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는 지점에서 양익준 만의 고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배우로 상업영화 및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낸 그에게 연출자로서 복귀 계획은 없을까.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순하기에 한 번에 하나씩 밖에 못한다. 현재 출연하는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몇 개의 아이디어는 갖고 있었다. 요괴, 할머니와 초등학생 사이 로드 무비 등이 그의 머리를 일부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양익준은 10일 현재 일본에서 영화감독이자 연극 연출가로 알려진 테라야마 슈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출연 중이다. "그 분이 유일하게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썼는데 제목이 <아아, 황야>"라며 양익준은 "그 작품을 드라마와 영화로 동시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익준의 역할은 일본인 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니키 켄지라는 이름의 인물이다.

"아주 소심하고 내적 자물쇠를 채워놓은 인물이에요. 그런 그가 짐승 같은 성향을 가진 채 구치소에서 막 출소한 사와무라 신지라는 청년을 만나며 복싱을 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후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얼마 전 엔딩장면을 3일 간 찍었는데 현장이 눈물바다가 됐었다는(웃음). 아마 내년 10월 경 일본에서 공개될 예정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개봉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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