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골키퍼도 큰 실수를 범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탈리아가 7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G조 2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와 스페인의 강력한 창의 맞대결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모았고, 실제 경기 내용도 굉장히 훌륭했다. 

홈팀 이탈리아는 지난 경기 퇴장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하는 수비의 핵심 지오르지오 키엘리니(32, 유벤투스)의 공백을 유망주 알레시오 로마뇰리(21, AC 밀란)로 메웠다. 원정팀 스페인은 중원의 핵심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2, 바르셀로나)가 복귀해 미드필드진을 이끌었고, 세르히 로베르토(24, 바르셀로나) 대신 다니엘 카르바할(24, 레알 마드리드)이 오른쪽 측면 풀백 자리를 책임진 것이 눈에 띄었다.

스페인이 초반부터 높은 점유율과 짧은 패스,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특히, 이니에스타와 측면에 있던 비톨로(26, 세비야)와 다비드 실바(30, 맨체스터 시티)가 초반부터 활발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스페인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10분 이니에스타와 실바의 2대1 패스를 통한 슈팅은 잔루이지 부폰(38, 유벤투스)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와 역습을 의식한 듯 자신들의 진영에서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수비에 신경을 썼다. 역습 상황에서는 최전방에 있는 그라지아노 펠레(31, 산둥 루넝)와 에데르(29, 인터 밀란)를 활용하려는 크로스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전반 초반부터 스페인이 워낙 높은 점유율을 가져간지라 이탈리아의 공격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경기를 주도하던 스페인은 22분 악재를 맞았다. 스페인 왼쪽 측면의 수비와 공격을 책임지는 호르디 알바(27, 바르셀로나)가 부상을 당하면서 나초 페르난데스(26, 레알 마드리드)와 이른 시간 교체됐다. 그런데도 스페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스페인 선수들은 패스만으로도 이탈리아 선수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고, 좁은 공간에서 이니에스타와 실바가 보여주는 연계 플레이는 상대 수비에 큰 부담을 줬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페널티박스 안에 5명 이상의 수비와 부폰 골키퍼까지 버텨서인지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전반 내내 경기가 너무 풀리지 않았다. 스페인에 완벽하게 경기 주도권을 내줬고, 수비 진영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패스는 대부분 끊기면서 답답함을 이어갔다. 그러나 완전히 밀리는 경기 흐름 속에서도 득점을 허용하지 않은 점은 역시 이탈리아다웠다.

부폰의 충격적인 실수

 7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G조 2차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임모빌레(가운데)가 상대 수비진의 방해에도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7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G조 2차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임모빌레(가운데)가 상대 수비진의 방해에도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이탈리아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양 팀은 큰 변화 없이 후반전을 맞이했다.

그리고 후반 9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나왔다. 스페인 진영에서 한 번에 넘어온 패스를 부폰 골키퍼가 걷어내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나왔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비톨로에 선취골을 허용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이자 경험까지 풍부한 부폰의 실수에서 스페인의 득점이 나왔다는 점은 경기를 지켜보는 감독과 선수 그리고 팬들에게까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선취 득점 이후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전방의 펠레와 에데르에 좋은 패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이탈리아는 전반보다 많이 전진하기는 했지만, 스페인이 공격 전개 상황에서 보여주는 세밀함과 비교해 너무 투박했다. 결국, 이탈리아는 후반 14분 펠레를 빼고, 치로 임모빌레(26, 라치오)를 투입하면서 공격에서의 변화를 가져갔다.

스페인은 후반 중반을 넘어가면서 전반에 보였던 압박과 활동량이 줄었다. 그러나 수비에 치중하면서도 빠른 역습을 선보이며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22분 역습 상황에서 비톨로가 부폰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지만, 슈팅이 골대 옆으로 살짝 빗나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탈리아는 교체 투입된 임모빌레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아주리 군단'의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스페인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후반 중반 이후 공격에만 치중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동점골을 기록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아냈다.

후반 80분 안드레아 벨로티(22, 토리노)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페널티박스 안쪽에 있던 에데르에 패스를 연결했고, 스페인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30, 레알 마드리드)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를 키커로 나선 다니엘레 데 로시(33, AS 로마)가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유벤투스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동점골 이후 경기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했고,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팀을 정비한 스페인이 높은 점유율을 통해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면서, 경기는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훌륭했던 경기력 속에 숨어있던 아쉬움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벤투라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벤투라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이탈리아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양 팀 모두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다. 이탈리아는 빗장 수비와 함께 매력적인 공격력을 선보였고, 스페인은 자신들이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스타일의 축구를 경기장 위에서 마음껏 뽐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먼저, 이탈리아는 193cm의 타켓형 스트라이커 펠레를 활용하는 것보다 빠른 공격을 선보일 수 있는 임모빌레를 애초에 선발로 투입했으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페인이 경기를 완벽하게 주도했던 전반전에 이탈리아 미드필드들이 완전히 내려앉은 탓도 있겠지만, 발이 느린 펠레를 활용할 수 있는 공격 전술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답답한 경기 흐름에 한 몫을 담당했다.

펠레와 공격의 선봉장에 선 에데르도 페널티킥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위협적인 모습을 별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탈리아 대표팀에는 벨로티와 갑비아디니(24, 나폴리) 등 색깔이 다양한 공격수들이 있는 만큼 새로운 공격 조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탈리아가 후반에 선보인 것처럼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빠른 공격 전개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은 후반 초반 선제골 이후 내려앉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에 보여줬던 엄청난 압박과 활동량은 후반 중반에 접어들면서 모습을 감췄고, 공격에서의 세밀한 패스는 위력이 떨어졌다.

특히, 스페인의 선취골 이후 이탈리아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라인을 많이 끌어올렸다. 스페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활용한 공격 축구를 선보일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음에도 뒤로 물러선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실바와 비톨로를 포함해 양 측면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이루어졌다면, 실점 대신 추가 득점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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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VS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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