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주역들 감독 겸 배우 양익준, 장률 감독, 배우 한예리, 이주영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주역들 감독 겸 배우 양익준, 장률 감독, 배우 한예리, 이주영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두 시간의 잔잔한 꿈같은 영화였지만 그 이면엔 영화인들의 치열한 자유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 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장률 감독, 양익준 감독, 한예리, 이주영이 참여했다.

우여곡절이라는 표현이 적절한듯 참석자들은 직접적 혹은 비유적으로 부산영화제의 현 상황을 언급했다. 재중 동포인 장률 감독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게 놀랍다"면서도 "<춘몽>의 포스터와 부산영화제 포스터(소나무 이미지)가 질감이 같아 보인다. 그 포스터에 담긴 정서와 태도에 동의하며, 앞으로도 좋은 영화제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의 오랜 상징인 소나무는 그 자체로 의연함과 꿋꿋함을 뜻한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시와 관계 당국의 압박을 받으며 결국 전 집행위원장 고발까지 간 사태를 겪었지만 영화제는 결국 서막을 올렸다.

'크레이지, 코리아' 적은 양익준

<춘몽>에 배우로 참여한 양익준 감독은 보다 직접적인 심경을 전했다.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한 감독조합, 프로듀서조합 등 9개 영화인단체가 보이콧을 선언했고, 우여곡절 끝에 4개 단체가 이를 철회하며 영화제 진행에 숨통의 트인 상황. 양익준 감독이 속한 감독조합은 영화제 보이콧은 유지했지만 참여 여부는 회원 개인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양 감독은 "(개막식 때 퍼포먼스를 위해) 뭔가 끄적거리긴 했는데 마음이 되게 무겁다"며 "일본에서 막 촬영하다가 넘어왔는데 내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저도 영화를 하는 사람이고, 부산은 제 영화의 시초이며 고향 같은 곳입니다. 그 전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영화가 좋다고 했던 놈인데 한 편 한 편 연출하다 보니까 나 역시 하나하나 엮여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최근에 아픈 사건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제가 혜화동 근처에 사는데 (조심스럽게) 백남기 농민 사건도 남일 같지 않고…. 제가 더 이상 영화 만들고 싶어 하는 꼬맹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개막식 퍼포먼스요? 마음 같아서는 부산시청 앞에서 팬티만 입고 시위하고 싶지만 제가 알고 있는 부산영화제의 틀 안에서 해야죠. 배우로 일단 왔으니까 <춘몽>을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영화제가 30년, 40년 될 때 또 건들면? 안 되죠. 많은 분들이 그런 자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표현의 자유, 선택의 자유를 차단당하는 무시무시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걸."

양익준 감독은 '크레이지 코리아(Crazy Korea)'라는 글귀를 작성한 걸로 알려졌다. 개막식 때 피켓 퍼포먼스를 할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양 감독은 "선택의 문제를 강권하는 건 문제"라며 "자식이 성장했으면 좀 엇나가더라도 부모는 지원하는 게 맞지 않나. 위에서 책임지시는 분들이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막식 서병수 부산시장 불참 확정

개막작의 감독과 배우들이 복잡한 심경을 어렵게 전했지만 갈등의 주체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끝내 영화제 개막식 불참을 결정했다. 5일 열린 전야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서병수 시장은 개막식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하다가 불참으로 가닥을 잡은 걸로 알려졌다.

6일 오후 부산시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에 "아직 불참 통보를 못받았다"고 알렸으나 이후 이어진 통화에서 "서병수 시장이 불참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처음으로 시장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고 김동호 이사장 체제인 민간 주도로 영화제가 열리는 만큼 불참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더불어 수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있는 만큼 그곳으로 갈 예정"이라 전했다.

오후 6시부터 해운대 영화의 전당 광장 레드카펫 행사를 시작으로 21회 부산영화제의 본격적인 개막식이 시작된다. 157명의 국내외 영화인이 현장을 찾을 예정이며, 개막식 이후 곧바로 <춘몽> 시사가 이어진다. 오는 15일까지 총 69개국 301편의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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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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