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토트넘이 맨시티를 압도하다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젊은 토트넘이 맨시티를 압도하다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 토트넘


기대를 모았던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토트넘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양 팀 모두 아직까지 리그에서 패배가 없었고, 리그 최소실점 팀, 그리고 근접한 팀들의 대결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토트넘은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를 상대로 90분 내내 이상적인 전진압박을 펼쳤다. 전진압박은 선수단의 조직력과 체력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구사할 수 있는 훈련이 완성돼 있을 경우에 가능한 전술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팀이 볼을 점유하고 뒤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과르디올라의 팀을 상대하는 이들은 압박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팀 혹은 자신들의 플레이스타일에 맞지 않기에 하지 않는 것이다.
 
경기 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우리는 그간 몇몇 좋은 경기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은 팀 전체가 아주 열심히 뛰었다"며 승리의 이유를 밝혔다. 토트넘은 90분 내내 과르디올라의 팀을 가두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문제점을 먼저 수정한 포체티노


 토트넘의 전진압박은 90분 내내 이어졌다 ⓒ그래픽=이종현

토트넘의 전진압박은 90분 내내 이어졌다 ⓒ그래픽=이종현 ⓒ 이종현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에서 무패가도를 달리면서도 경기력 면에서는 의문부호가 있었다. 빅토르 완야마가 합류하며 이상적인 파이터형 미드필더를 얻었지만 조합의 문제의 고민이 있었다. 지난 시즌 무사 뎀벨레와 다이어 조합은 최근 부상과 징계의 이유로 가동되지 못했다. 그 가운데 완야마와 차례로 짝을 맞춘 완야마-델리 알리, 완야마-에릭 다이어 조합은 볼을 소유하고 운반하는 데 있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전방에서도 공백이 있었다. 두 시즌 간 토트넘의 주포로 활약했던 해리 케인이 최근 발목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이탈이 확정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빈센트 얀센의 원톱카드를 고민했지만 선택은 손흥민의 제로톱이었다.
 
손흥민은 최근 5경기에서 5골 1도움을 기록 중이었고, 두 경기 연속 결승골을 기록할 만큼 팀의 기여도와 컨디션 모두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다. 얀센보다는 스피드와 결정력이 좋은 손흥민을 제로톱으로 기용하고 맨시티 센터백의 느린 발을 공략하려는 계산이었다.
 
선수단의 구성문제만 수정한 건 아니다. 선수의 전형과 위치 그리고 역할의 문제까지 수정했다. 그간 토트넘은 4-2-3-1을 주포메이션으로 사용하면서도 간헐적으로 케인과 얀센 투톱 조합을 가동하는 4-4-2와 4-4-1-1을 병행해 왔다. 그렇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원 구성 문제와 손흥민을 제로톱으로 기용하며 전형의 전체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완야마를 포백 앞에 위치시키고 2선의 무한 스위칭과 폭넓은 움직임을 장려한 4-1-5 포메이션을 택했다. 맨시티는 기본적으로 2선의 미드필더 조합이 좋고 순식간에 빠르게 볼을 운반할 능력을 지닌 팀이다. 맨시티의 미드필더가 상대편 진영에서 볼을 잡으면 위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토트넘은 전방에서부터 자기진영으로 볼이 넘어오지 못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방압박과 제로톱의 선택


 손흥민은 제로톱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했다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손흥민은 제로톱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했다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 이종현



토트넘은 전반 초반부터 전진압박을 택했다. 완야마가 포백을 보호하면 활동량이 좋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공수를 오가며 중간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전진성이 좋은 알리는 손흥민과 함께 최전방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골키퍼의 빌드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조 하트를 내치고 바르셀로나에서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를 영입했으나, 브라보가 후방에서 빌드업에 집착하면서 토트넘은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전진압박을 펼칠 수 있었다. 손흥민과 알리가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면 에릭 라멜라와 에릭센 무사 시소코가 빠르게 압박해 맨시티 미드필더가 뒤돌아서지 못한 상태에서 볼을 받도록 했다. 맨시티가 남긴 58%의 점유율은 무의미했다.
 
전진압박의 어려움은 90분 내내 유지할 수 없고, 자칫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상대에 흐름을 내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하루에 트레이닝 세션을 두 번 소화하는 이른바 '더블세션'을 수행함으로써 선수들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로 유명하다. 토트넘은 90분 내내 전방압박을 구사했고, 118.8KM를 뛰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개 팀이 7라운드까지 펼친 경기 중 다섯 번째로 많이 뛴 거리다. 지난 시즌 리그챔피언에 근접한 상황까지 이끌었던 토트넘 선수들의 젊음(베스트11 평균나이 25세)과 투지 그리고 3년 차 포체티노의 조련이 뒷받침 됐다.
 
토트넘은 볼을 뺏으면 곧바로 전방으로 연결하며 마무리에 치중했다. 토트넘(8)은 그 과정에서 맨시티(5)보다 많은 오프사이드를 기록했는데 손흥민은 홀로 5개의 오프사이드를 기록한 건 토트넘의 제로톱의 사용과 공격방식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전반 9분 페르난지뉴의 볼을 끊으며 시작된 역습에서 콜라로프의 자책골이 나왔다. 올 시즌 맨시티가 리그에서 내준 첫 번째 선제 실점이다. 물론 대니 로즈의 크로스를 앞에서 영리하게 방해한 손흥민의 공도 컸다.
 
토트넘의 두 번째 골은 완벽히 전술에서 승리한 득점이다. 전반 36분 역습 찬스에서 토트넘의 공격진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공격 숫자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이 상황에서 맨시티의 수비가 미처 막을 준비가 되어 않으면서 볼이 흘렀고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볼을 패스하자 알리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토트넘의 스피드와 간결하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확실히 상대가 더 조직적이었음을 인정했다. "상대가 더 잘했다.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오늘 지난 2~3년간 같은 감독이 이끌었던 팀을 상대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놓고 마지막까지 싸운 팀이었고 실력 있는 선수들이 있으며 이들이 얼마나 공격적인지는 안다"
 
두 점을 앞서간 토트넘은 맨시티의 공세에 겹겹이 수비블록을 형성했다. 맨시티는 경기 중 총 12개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6개만 골문 안으로 향했고 그나마도 수비의 조직적인 방해로 위협적으로 나가는 빈도도 낮았다.
 
미완의 팀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이 도착하고 아직 3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상대가 더 나으면 그걸 받아들여야만 하고, 거기서 배워야 한다. 축구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이기기도 하고 때때로 지기도 한다.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뭔지를 배워야만 하고 계속 나가야 한다" 면서도 "2, 3년이면 우리 팀도 더 나아질 것이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시작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밝혔다.
 
시즌 초 과르디올라 축구를 가장 잘 구현했던 케빈 데 브라이너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맨시티는 볼을 운반을 하고 치명적인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선수를 잃었다. 후반 이른 시간 페르난두를 빼고 귄도간을 투입하면서 전략적인 수정을 했고 켈레치 이헤아나초를 그라운드에 내보내 결과를 만들어주기 바랐지만 맨시티는 아직 데 브라이너가 빠지고 세르히오 아게로가 컨디션이 떨어지면 결정을 지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는 게 명확해졌다.
 
후방에서의 빌드업도 아직은 문제다. 프리미어리그는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분데스리가보다 적극적으로 압박을 하고 운동능력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 많다. 앞으로 맨시티의 브라보와 존 스톤스와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할 때 전반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할 팀이 더욱 많아졌다. 조합과 구성의 문제 그리고 후방 빌드업 개선에 대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
 
토트넘은 맨시티를 상대로 승리하며 7라운드가 마친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유일하게 패배가 없는 팀이 됐다. 그리고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이 다시 한 번 리그 우승에 도전할만한 자격이 있는 팀이라는 걸 입증했다.


"목표에 대해 말하기는 아직 시즌 초반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만약 우리가 이렇게 오늘 했던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다면 시즌 내내 이걸 이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큰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고 노력해야 하는 플레이다. 오늘 경기는 우리가 따라가야 하고, 계획의 기반이 되어줄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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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 청춘스포츠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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