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긴 것만 같은 연휴... 어떻게 보낼까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시끌벅적한 만남도 잠시. 장시간 귀향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갈 여력도 되지 않는 당신. 이번 연휴에 '드라마 몰아보기'는 어떨까요?

그래서 최신 인기 드라마의 꼬리를 덥썩 물었습니다. 드라마 피디, 작가, 배우, 가수, 스토리... 꼬리를 콱 물고 이들을 따라 다른 드라마로 이동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말]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연상할 수 있는 드라마

ⓒ 유지영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말이 무색하다. <응답하라 1988>에서 택이로 모성 본능을 자극했던 박보검이 왕세자로서 한껏 매력을 풀어내고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남장을 한 홍라온을 사랑하게 되는 세자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를 아름다운 화면 속에 담아내며 시청률 20%의 고지를 앞두고 있다. (6회 닐슨 코리아 18.8%)

1. '남장여자' 사극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재미는 내시로 궁궐에 들어온 '여자' 홍라온이 가져오는 긴장감에 있다. 궁궐에서 왕세자 이영과 만나기 전 해프닝처럼 얽힌 인연. 친구처럼, 때로는 신하와 왕세자처럼 위기를 겪어가며 마음이 깊어져 가는 이야기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단지 배경이 '궁궐'이 아닌 '성균관'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남장 여자가 등장하는 로맨스 사극 <성균관 스캔들> 말이다.

금서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이선준(박유천 분)과 김윤희(박민영 분), 이 두 사람은 성균관에서 다시 만나 같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공부한다. <성균관 스캔들>은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연애 비법서를 쓰고 정치적으로 이영과 척을 지는 가문의 자손인 홍라온이라는 캐릭터(<구르미 그린 달빛>)는 <성균관 스캔들>의 김윤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거기에 홍라온의 '키다리아저씨' 역할을 하는 김윤성(진영 분)과 이영의 오른팔 김병연(곽동연 분)의 관계 역시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유아인 분)와 여림(송중기 분)을 떠올리게 한다. 우정인 듯 남녀 간의 연모인 듯 브로맨스를 연상케 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성균관 스캔들>의 재미 포인트를 고스란히 옮겨왔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성균관 스캔들>에서 정약용 역할을 맡았던 안내상이 다시 한 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정약용으로 등장한다. 과연 이번에도 정약용은 <성균관 스캔들>에서처럼 참스승과 여주인공의 보호자가 될까?

 <해를 품은 달>

ⓒ MBC


2. 왕세자의 사랑이 궁금하다면? <해를 품은 달>

'동궁전'이 아닌 '똥궁전'이라 칭할 정도로 예와 법도 따위는 나몰라라 하는 궁궐의 골칫거리 세자 이영. 그런 이영과 비슷한 또 한 사람의 세자가 있다. 바로 신예 김수현을 스타의 반열에 올린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속 이훤(김수현 분)이다.

<해를 품은 달>과 <구르미 그린 달빛>은 벌써 제목부터 비슷하다. 골칫덩어리 세자 이영과 스승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하는 악동 왕세자 훤(<해를 품은 달>)은 비슷한 캐릭터다. 심지어 무기력한 왕과 세자의 위치를 넘보는 무리들까지 유사하다. 또 그런 정치적인 위협 속에서 세자는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과 인연을 맺고 원치 않은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 과연 이영은 이훤처럼 왕이 돼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왕세자의 사랑을 좀 더 만끽하고 싶다면 최고 시청률 42.2%라는 기록을 세운 <해를 품은 달>에 도전해 보심이!

3. 원작이 궁금하다고? 각색도 만만치 않다!

 <후아유>

ⓒ KBS


유지수 작가가 쓴 <구르미 그린 달빛>은 웹소설 1위, 누적 조회 수 4천2백만, 평점 9.9점을 기록한 웹소설계의 전설이다. 또 총 다섯 권의 책으로 이뤄진 장편 소설이다. 하지만 현재 방영 중인 <구르미 그린 달빛>은 단 18부작이다. 장황한 서사의 원작 소설을 18부작의 깔끔한 스토리로 뽑아낸 사람은 김민정, 임예진 작가다. 이들 두 작가는 <구르미 그린 달빛>에 앞서 김성윤, 백상훈 피디와 함께 <후아유 - 학교 2015>를 집필했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진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성장담을 진솔하게 그려냈다고 평가받았던 <후아유>. 김민정과 임예진 작가의 필력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양념으로 김민정 작가가 쓴 드라마 스페셜 <해피 로즈데이>와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2013)도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란다.

4. '예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연출이 궁금하다고?

 <구르미 그린 달빛>

ⓒ KBS


150억이라는 엄청난 규모, 이미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드라마 <보보경심 려>와 <구르미 그린 달빛>의 대결. 세간에서는 전자의 압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그 결과는 달랐다. 김성윤, 백상훈 피디의 유려한 화면에 담긴 두 젊은이들의 풋풋한 만남이 시청자의 눈을 잡고 만 것.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청춘을 그대로 화면에 담은 듯 그림 같고 녹음이 흐드러진 화면은 배경 그 이상이다.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광합성'이라도 하게 만들 기세다. 하지만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감정이 브라운관 위에 절묘하게 배치된다. 라온과 세자가 아름다운 풍등 축제에서 조우하는 장면 속에는 왕의 근심까지 얽혀있다.

이렇게 150억 대작을 소소하게 K.O. 시킨 김성윤과 백상훈 피디의 전작은 무엇이었을까? 김민정, 임예진 작가와 함께한 <후아유>다. 그에 앞서 김성윤 피디는 <태양의 후예>의 이응복 피디와 함께 <연애의 발견>(2014)도 연출했다. 드라마 스폐셜 4부작 <사춘기 메들리>도 놓칠 수 없다.

또 김성윤 피디와 함께 <연애의 발견>을 연출한 이응복 피디는 또 다른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백상훈 피디와 함께 만난다. 이들 세 사람은 일찍이 <드림 하이>(2011)에서 백상훈 기획, 이응복, 김성윤 연출로 팀워크를 갈고 닦은 사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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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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