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BIFF2016 상징물?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 BIFF2016 >은 초청작 69개국 301편과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23편이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영화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 출신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 소나무, BIFF2016 상징물?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부산국제영화제의 오랜 상징인이었던 소나무 포스터가 행사장 곳곳에 걸렸을 때 일부에서 술렁거렸다. 소나무 사진이 제21회 부산영화제 포스터로 선정돼 전면에 드러났기 때문이었고, 그만큼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외부로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영화제 측은 이 포스터를 공개하며 세계 영화인들을 비롯한 부산시 및 외압 주체에게 간접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 후 4개월이 지났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표적 감사, 예산 삭감, 전·현직 사무국장 재판 회부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고발 조치 등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지만 이 기간이 중요했다. 관계 당국과 부산시의 과도한 간섭과 압력이라는 영화계 안팎의 여론이 힘을 얻으며 영화제의 '구조적'인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었다. 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작품의 경향과 프로그램을 소개하던 예년과 달리 그간 진행된 상황에 질문과 해명이 주를 이뤘다.

정관 개정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 

알려진 대로 지난 7월 22일 부산영화제와 부산시는 영화제 운영에 대한 새 정관 개정에 합의했다. 당연직이던 조직위원장 자리를 없애고, 이사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사회 구성인원과 임기가 수정됐다. 간담회에서 김동호 신임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정관개정"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하며 강경 노선을 걸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아래 영화인비대위)가 정관개정 결과에 대해 사실상 양분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9개 단체로 구성된 영화인비대위는 지난 8월 1일 "보이콧 철회 4, 보이콧 유지 4, 결정 유보 1로 논의를 마무리했고, 개인 의사를 존중해 영화제 참여는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간담회 자리에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비대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영화제 개막 직전까지 영화인들과 대화하고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BIFF2016 기자회견, 역대 최장 시간 기록!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 BIFF2016 >은 초청작 69개국 301편과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23편이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영화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 출신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 BIFF2016 기자회견, 역대 최장 시간 기록!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정민


특히 정관 개정이 구조적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영화인들 지적을 들며 추후 추가 개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김동호 이사장은 "견해 차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개정안이 거의 100프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이런 정관에 이의가 있다면 충분히 토의하겠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추가) 개정 진행은 없을 것"이라 답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제가 어려웠던 지난 20회 때 들어왔고 영화제를 살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하겠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행사를 치렀다"며 "(조직위의) 민간 이양 과정에 영화제 측과 부산시가 합의를 보는 데 시간이 굉장히 걸렸지만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영화제는 치러야 하고 정관 역시 개정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산파 이용관 집행위원장 명예 회복은?

정관 개정과 더불어 영화인들이 강하게 요구했던 게 바로 부산영화제 산파 격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이다. 명예회복인즉슨 이 사태의 원인제공자 격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개 사과다.

이에 대해 이 전 집행위원장은 "분명한 사과와 정관개정이 중요하다"고 몇 차례 강조해왔다. (관련 기사 : "내 입장은 하나, 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정관 개정" 이용관은 아직 싸우고 있다) 또한 정관이 개정된 이후에도 이 전 집행위원장은 "(지금의 개정 정관은) 영화제 개최를 합리화시키려는 것이며 정치적 탄압을 막아내기에는 미흡함이 많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관련 기사 : "독립성 확보했다"는 부산영화제, 이용관 "혼자라도 싸운다") 

김동호 이사장은 "서병수 시장의 사과는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했기에 제가 취임하면서 전 조직위원장을 대신해 사과한 것"이라며 "이용관 위원장을 방치하지 않았다. 탄원서도 썼고, 재판에서 함께 방청했는데 일단 재판에 회부된 이상 그 결과에 따라 (명예회복 관련) 일을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함께 영화제를 만들었기에 이 사태가 너무나 불행한 일"이라며 개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BIFF2016 기자회견, 목타는 강수연 집행위원장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 BIFF2016 >은 초청작 69개국 301편과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23편이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영화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 출신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 BIFF2016 기자회견, 목타는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 이정민


강수연 위원장은 "그저 열심히 하면 올해는 조금 편하게 영화제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감사 후 전·현직 사무국장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과한 처분이라 생각하고 재판 이후 충분히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현 상황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앞서 지난 1일엔 부산 지역 언론 두 매체가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이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신문> 등은 김병기 국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문화기관장 인사 등 최근 문화정책에서 관 주도형 이미지가 팽배하다"며 "앞으로 전문가와 시민의 정책참여를 유도하고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공식석상 사과'라는 부제를 붙였다.

정작 당사자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무슨 세미나에서 나온 말이라던데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며 "부산시가 문화 정책을 바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람이 있다면 획기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영화는 포기 안 한다"

이처럼 첨예한 갈등과 내홍에도 부산영화제는 올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해 20회 때 75개국 총 304편의 영화를 소개한 영화제 측은 올해 69개국 301편을 초대했다. 잔칫상은 잘 마련된 셈이다. 여러 질문에 침착하게 답하던 강수연 위원장이 "그 어떤 걸 포기하더라도 영화는 포기할 수 없다"며 "영화에 대한 확신을 줘야 이후에도 많은 영화인들이 참여할 것"이라 결연하게 말한 부분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축제는 제대로 치르겠다는 뜻이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이라크 등 중동 지역 영화들과 동남아 영화들을 주목해 볼만하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영화 산업은 뒤쳐졌지만 그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감독들을 주목했다"며 "중국과 동남아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고 소개했다.

BIFF2016 강수연, 작품소개하는 집행위원장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에서 상영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 BIFF2016 강수연, 작품소개하는 집행위원장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에서 상영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이중에서도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세 작품을 언급했다.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자얀데루드의 밤>(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이란), <순례길에서 생긴 일>(카말 타브리지 감독, 이란), 그리고 <애프터 이미지>(안제이 바이다 감독, 폴란드)다. 앞선 두 작품은 자국의 검열로 수 년 간 상영금지 되거나 필름을 압수당했다가 해금되어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하게 됐다. <애프터 이미지>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온 몸으로 투쟁한 구소련 화가 블라디슬라브 스체민스키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또한 부산영화제와 오랜 시간 교류해 온 거장 감독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중국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출품작이 없음에도 영화제 지지 차원에서 한국을 찾는다. 영화제 기간 중 두 감독은 이창동 감독과 함께 특별대담을 진행한다.

결국 명분 대 명분이다. 독립성과 자율성, 영화인들이 함께 만족할만한 정관 개정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을 두고 갈린 영화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질 날이 올까. 정작 부산시는 관망하며 부산영화제 기간 중 원아시아 페스티벌이라는 대규모 한류 행사를 연다. 영화제를 아낀다던 부산시의 진심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춘몽>이, 폐막작으론 이라크 국적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이 선정됐다. 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 개막하며 15일까지 이어진다.

일그러진 BIFF2016, 수렁에서 빠져나올까?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물컵을 통해 보이는 김동호 이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 BIFF2016 >은 초청작 69개국 301편과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23편이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영화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 출신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 일그러진 BIFF2016, 수렁에서 빠져나올까?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2016)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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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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