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첫발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한국은 1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중국을 3-2로 꺾고 첫 승리를 따냈다. 먼저 3골을 터뜨리며 손쉬운 승리를 기대했으나, 중국의 막판 추격에 고전한 경기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새롭게 발탁한 황희찬을 깜짝 원톱으로 내세울 것이 예상됐으나 경험이 많은 지동원을 선택했고,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 등 유럽파가 2선 공격을 맡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과 한국영이 손발을 맞췄다.

수비 포백라인은 왼쪽부터 오재석, 김기희, 홍정호, 장현수가 출전했다. 특히 오재석은 국가대표 데뷔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골키퍼는 최근 일본 J리그에서 전성기 기량을 되찾고 있는 정성룡이 경쟁을 뚫고 선발을 꿰찼다.

지동원의 선제골... 침묵에 빠진 중국

한국 원정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손해 볼 것 없는 중국은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좀처럼 자기 진영에서 올라오지 않고 안정된 경기를 펼치다가, 최전방 공격수 우레이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으로 한국의 수비진의 뒷공간을 노렸다. 만약 한국이 선제골을 내준다면 무척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간인 전반 2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수비수 오재석이 공격에 가담해 페널티 지역 왼쪽을 돌파하다가 정린펑의 파울을 유도하면서 좋은 위치의 프리킥을 얻어낸 것이 주효했다.

이어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프리킥을 올리자 지동원이 솟구쳐 올라 헤더로 연결해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고, 수만 명의 중국 원정 응원단은 침묵에 빠졌다. 마지막에 중국 수비수 정즈의 다리를 맞고 들어갔으나 공식 기록은 지동원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지동원, 구자철, 손흥민 등이 중국의 측면을 꾸준히 두드리며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전체적인 손발이 아직 매끄럽게 맞지 않았고, 중국 간판 공격수 우레이에게 돌파를 허용했으나 홍정호의 태클로 위기를 벗어났다.

또한 전반 39분에도 장현수의 패스 미스에 이어 우레이에게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관중석 한쪽을 가득 메운 대규모 중국 축구팬들의 응원도 적잖은 부담이 됐다.

가슴 졸였던 후반전... 개운치 못한 승리


후반전은 기복이 심했다. 한국은 후반 17분 왼쪽 측면을 돌파하는 데 성공한 지동원이 절묘한 크로스를 올리자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이청용이 헤더로 연결하면서 다시 중국의 골문을 갈랐다. 최근 대표팀에서 활약이 부진하던 지동원과 이청용이 나란히 골을 터뜨리며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대목이다.

승리를 확신한 한국은 이청용의 추가골 이후 3분 만에 다시 골을 보탰다. 이번에는 손흥민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지동원이 살짝 방향을 바꾸자 구자철이 가볍게 밀어 넣으며 순식간에 3-0으로 달아났다.

완전히 몸이 풀린 한국은 사실상 중국을 압도했다. 후반 23분에는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2명을 개인기로 벗겨내고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를 살짝 비껴가면서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중국의 거센 반격이 시작됐다. 중국은 한국이 방심한 틈을 타 후반 29분 오재석이 머리로 걷어낸 공을 위하이가 그대로 차 넣으면서 첫 만회골을 터뜨렸고, 곧이어 장샤오빈이 절묘한 프리킥 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 수비벽을 피해 날카롭게 골문을 파고드는 프리킥은 중국 축구의 발전을 보여주는 듯했다.

주도권을 빼앗은 중국은 내친김에 동점까지 노리며 파상 공세를 펼쳤다. 당황한 한국은 실책까지 저지르며 위기를 자초했고, 여유있게 경기를 지켜보던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황희찬, 이재성 등을 교체 투입했다. 비록 동점골을 내주는 최악의 결과는 피했지만, 큰 불안감을 남기며 개운치 못한 승리를 거뒀다. 앞으로 9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대장정에서 이날 고전이 좋은 '보약'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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