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한 주요 작품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한 주요 작품들. ⓒ 한국영화아카데미


<파수꾼> <잉투기> <소셜 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공통점은?

독립 저예산영화라는 점과 국내외 영화제 및 영화상 등에서 주목을 받았고,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영화들이 모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국영화사관학교라고도 불리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역량이 도드라진 영화들이었다. 이들 영화는 모두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을 통해 제작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작품성과 연기, 흥행 등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국내외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국내 독립장편영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KAFA 장편과정 10년... 제작된 33편 중 29편 해외영화제 출품

'KAFA 십세전' 기자회견, 한국영화 파이팅! 1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 10주년(KAFA 십세전) : 한국영화의 파수꾼 개최 기자회견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이제훈과 김고은이 조직위원들과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한국영화산업 부흥과 인력양성을 위해 1984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한 영화전문교육기관으로 영화 제작현장이 필요로 하는 핵심인력양성을 위한 '정규과정'과 영화제작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제작지도를 하는 '장편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8월 1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 10주년(KAFA 십세전) : 한국영화의 파수꾼 개최 기자회견에서 유영식 원장(왼쪽 끝)과 카파 출신 감독들이 홍보대사 이제훈 김고은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정민


한국영화아카데미(약칭 KAFA. 아래 영화아카데미)는 1984년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가 한국영화 발전을 목표로 설립한 영화교육기관이다. 영진위원장을 역임한 김의석 감독을 비롯해 <덕혜옹주> 허진호, <설국열차> 봉준호, <암살> 최동훈, <간신> 민규동, <카트> 부지영 감독 등을 배출했다.

장편과정은 2007년 신설됐고, 1기 <장례식의 멤버> 등 4편을 시작으로 <파수꾼> <잉투기> <소셜 포비아> 등 매해 주목할 만한 영화들을 제작했다. 올해는 8기 <양치기들>이 개봉했고, 전주영화제와 무주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은 <연애담> <여고생> 등과 7기 애니메이션 <솔로귀> 등을 개봉할 예정이다.

1년에 장편영화 3편과 애니메이션 1편 등 모두 4편이 제작돼 현재까지 총 33편의 영화가 완성됐고, 이 중 29편이 베니스 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출품됐을 만큼 세계적인 영화 학교로는 유례없는 성과를 나타냈다.

철저히 현장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영화아카데미는 장편과정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이 제작비 5000만~8000만 원 안팎으로 만들어지지만 완성도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결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장을 맡고 있는 유영식 감독은 "시나리오를 신중하게 검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촬영 전 3개월 동안 시나리오 숙성 과정을 거치는 것도 예산을 넘기지 않고 제작하게 되는 요인 중의 하나다. 영화촬영이 끝난 이후 편집 작업에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과정마다 치열한 논쟁은 필수다.

영화아카데미 관계자는 "시나리오 숙성과 편집 작업 등에서 상처가 생길 수 있을 만큼 날선 비판들이 오간다"며 "치열하게 협업을 통해 제작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바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제 간의 대결도 벌어진다. 영화아카데미 교수로 있는 이지승 감독이 지난 2월 개봉한 <섬, 사라진 사람들>은 2만 관객을 기록했다. 하지만 제자들이 만든 홍석재 감독의 <소셜 포비아>는 25만을 기록했고,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4만 관객을 넘겼다. 교수의 작품보다 학생들이 만든 영화의 성적이 더 좋게 나온 것인데, 이지승 감독은 "서로 간에 자극도 되는 게 더 좋다"고 평가했다.

부산 이전 논란, 인프라 연계성 떨어져 역량 약화 지적

하지만 10년의 노력을 통해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음에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 내적인 문제가 아닌 외적인 요소 때문이다. 핵심은 부산 이전 문제다. 영화기관의 부산 이전이 강행될 경우 그간 쌓아 놓은 위상과 역량의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아카데미 제작 실무에 관계했던 한 영화계 관계자는 "저예산으로 높은 완성도의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충무로로 상징되는 영화제작 인프라 덕분"이라며 "영화산업이 집중된 곳인 서울에 있기에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 장소를 옮긴다면 전혀 다른 환경이 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발전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아카데미 측도 이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영진위에 소속된 기관으로서 정부의 방침에 대놓고 반대 입장을 내놓지 못하지만 이전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카데미 측 관계자는 "단순히 학교만 부산으로 옮기면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옮겨가야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만 옮길 경우 그간 쌓아온 노력들이 소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이전에 필요한 사전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 무조건적 이전 요구는 학교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화계 역시 아카데미 이전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국영화의 중심이 아닌 부산으로 억지로 학교를 옮기기 보다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학교를 따로 운영하게는 게 낫다는 인식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학교를 무리해서 옮기는 것은 도리어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적 탄압으로 부산영화제를 망쳐 놓은 서병수 시장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 영화계는 잘 나가던 영화제도 한 번에 무너뜨렸다는 불신감에 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영화관련 기관 및 시설의 부산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10년을 돌아보는 '카파 십세전' 4일까지

 9일 1일~4일까지 개최되는 '카파 십세전'

9일 1일~4일까지 개최되는 '카파 십세전' ⓒ 한국영화아카데미


한편 영화아카데미는 지난 10년을 돌아보고자 9월 1일~4일까지 'KAFA 十歲傳(카파 십세전)'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와 한국영상자료원 등에서 개최한다. '카파 십세전'은 한국영화아카데미 10년을 돌아보는 자리다. 지난 10년 간 장편과정에서 만들어진 10편과 비슷한 장편과정을 운영중인 단국대학교 영상콘탠츠전문대학원,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제작한 영화 2편, 동문 감독들의 데뷔작 등 모두 1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성실한 나라 앨리스> <잉투기> <파수꾼> <우리들> 등 개봉작들과 함께 김의석 감독의 데뷔작인 <결혼이야기>,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김태용 감독의 데뷔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등 요즘 보기 힘든 작품들도 상영된다. 장편을 제작하고 있는 단국대 영상콘텐츠대학원과 명필름영화학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장편영화를 만드는 이유와 의미, 현재까지의 성취와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카파 십세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