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SK가 3대 2로 역전한 5회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난 27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 원정 감독실에서 TV로 한국 리틀야구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던 김성근(74) 한화 이글스 감독은 "여기서 몇 명은 사라지겠지"라며 입을 열었다.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어린 선수의 기량을 지적한 게 아니었다. 김 감독은 야구를 시작한 선수 중 극소수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야구의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는 어린 선수의 최종 목표는 프로 무대지만, 선택받은 소수만 밟을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신인지명회의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고졸 선수는 대학 진학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대졸 선수가 지명을 받지 못하면 갈 곳이 없다.

22일 열린 2017 KBO 신인선수 지명회의에 참가 신청한 대학선수는 모두 233명이었는데, 이 중 9.9%인 23명만 지명받았다.

김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대졸 선수는 실업자밖에 안 된다. 게다가 (프로 구단에 들어오지 못하는 선수에 대해) 다른 일을 알선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이러면 누가 야구를 시작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지 못한 대졸 선수가 프로 무대에 재도전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테스트를 통해 육성 선수로 입단, 프로 선수의 꿈을 이어가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비롯해 수많은 '연습생 신화'는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렇지만 최근 육성 선수 출신이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김 감독 역시 "올해 우리 구단에 육성 선수 테스트받은 대졸 선수가 여러 명 있는데 몇 명이나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독립구단에서 뛰는 방법도 있다. 2011년 창단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는 22명의 선수를 프로 구단에 다시 보냈다. 그렇지만 고양 원더스는 퓨처스리그 합류가 불발되고, 허민 구단주까지 지원을 끊어 2014년 9월 공식 해체됐다.

고양 원더스의 창단부터 해체까지 함께한 김 감독은 "이러려고 원더스를 없앤 것이냐"며 "지금 관중 600만, 700만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야구를 시작하는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한국야구가 발전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위기는 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 원더스 해체 이후 2015년 연천 미라클이 독립구단의 명맥을 이었지만, 자금난 때문에 선수로부터 돈을 받아 운영하는 실정이다. 김 감독은 "구단이 선수한테 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결국은 돈이 문제"라고 짚었다.

지명받지 못한 대졸 야구선수에게 프로 선수로 재도전할 기회를 주든, 사회로 나가기 위한 교육을 시행하든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현재 야구 환경에서 독립구단이 자생력을 갖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고양 원더스와 연천 미라클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아마추어 선수 지원에 힘써야 할 대한야구협회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돼 사실상 행정이 마비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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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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