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2010년대 한국축구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오른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2011 아시안컵에서 조광래 감독이 발탁해, A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중용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기성용, 구자철 등과 함께 한국축구의 사상 첫 동메달 신화를 이끄는 데도 기여했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무대에 진출하여 영국과 독일 무대를 거치며 5년째 활약 중이다.

하지만 유럽진출 이후 지동원의 성장세는 기대에 못미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독일 도르트문트와 아우크스부르크 등을 거쳤지만 주전급 선수로서 확고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지동원이 유럽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이던 2012·2013시즌 후반기에 합류하여 5골을 기록하며 팀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던 게 유일하다. 하지만 이후 지동원은 더 이상 2013년만큼의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길어지며 자연히 대표팀에서도 차츰 멀어졌다.

지동원은 최근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9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시리아와의 2연전에 출전할 축구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지동원은 지난해 2015년 9월 자메이카와의 친선전에서 개인으로서는 1년여 만에 다시 대표팀에 복귀하며 슈틸리케 감독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동원은 지난 6월 체코-스페인과의 유럽원정 2연전에도 발탁되는 등 사실상 슈틸리케호의 붙박이 멤버로 중용되고 있다. 대표팀이 실험보다 최정예 선발에 주력했던 유럽원정과 최종예선 명단에 모두 지동원이 포함되었다는 것은, 그가 슈틸리케 감독의 전력구상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속팀에서 부진한 지동원, 슈틸리케호 붙박이 멤버?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에서 한국의 두번째 득점에 성공한 기성용이 첫골을 넣은 지동원과 환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에서 한국의 두번째 득점에 성공한 기성용이 첫골을 넣은 지동원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지동원이 대표팀에 지속적으로 발탁될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줬는가하는 점이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들만이 대표팀에 승선할 자격이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원칙을 감안하면, 지동원은 이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존재다. 단지 이번뿐만 아니라 지동원이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한 1년 전부터 그의 발탁을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지동원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21경기에 나서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독일의 FA컵이라고 할 수 있는 DFB포칼컵과 유로파리그에서 각각 1골씩을 터뜨린 것이 전부다. 아우크스부르크 복귀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 12경기 0골에 이어 2시즌 연속 리그 무득점이다. 지동원이 독일 진출 이후 최전방 공격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윙포워드로 포지션을 사실상 변경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처참한 수치다.

단순히 골운이 없었던 차원이 아니다. 지동원이 지난 시즌 시도한 유효슈팅은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물론 지동원의 경쟁자가 될만한 아우크스부르크의 다른 2선 공격수들 역시 같은 한국파인 구자철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부진하긴 했다. 다만 K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이런 기록을 냈다면 퇴출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뛴 4시즌 동안 분데스리가에서 남긴 기록을 모두 합쳐도 고작 62경기 6골이 전부다. 도르트문트에서느 아예 한 번도 1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나마 계속된 부진에도 지동원을 신뢰했던 마르쿠스 바인지를 전 감독마저 올시즌 샬케로 자리를 옮기며 지동원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지동원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리펜스부르크와의 DFB포칼 1라운드(2-0 아우크스 승)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에 그쳤다. 지금으로서는 소속팀에서 확고한 주전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슈틸리케호의 단골 멤버로 꼽히던 울산 이정협(22경기 3골)이나 성남 황의조(27경기 8골)가 최근 부진하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을 감안하면, 유독 슈틸리케 감독이 지동원에게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 뚜렷해진다.

그렇다고 지동원이 대표팀에서 특출한 활약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지동원은 A매치에서 총 36경기에 나서 9골을 기록 중이다. 마지막 A매치 득점은 슈틸리케호 첫 승선이었던 지난 2015년 9월 자메이카와의 친선전으로 그마저도 벌써 1년 전이다.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전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한 이후 A매치 11경기에서 무려 8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상했던 지동원이지만 이후 최근 5년간 자메이카전을 빼면 무득점이다. 지난 6월 유럽원정 2연전에서도 특출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지동원이 유럽파이고 슈틸리케 감독의 모국인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슈틸리케의 과대평가? 지동원 선호 이유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018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명단 발표를 위해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교보생명빌딩 컨벤션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018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명단 발표를 위해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교보생명빌딩 컨벤션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지동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지동원은 공격자원으로서 최전방과 2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어서 전술적 활용도가 높고 연계 플레이와 활동량도 나쁘지 않다. 손흥민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대표팀 공격진에서 월드컵-아시안컵 등 여러 메이저대회를 두루 소화한 경험 많은 공격수는 지동원이 유일하다.

상대적으로 K리그에서 특출한 공격수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소속팀에서 부진한 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슈틸리케 감독이 발굴한 선수들이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준 사례가 많았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동등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지동원만 벌써 몇 년째 보여준 것 없이도 자꾸 대표팀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자칫 슈틸리케호가 지금껏 지켜온 원칙에 흠집을 남길 수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2년 전 홍명보 감독만 하더라도 소속팀에서 제대로 활약도 하지 못하던 박주영의 발탁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대표팀 전체의 균형이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 사례도 있다.

물론 지동원이 현재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이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특정 선수를 놓고 자격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선수 개인에게나 대표팀에게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지동원 스스로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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