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 포스터

▲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지금은 슈퍼 히어로의 전성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할리우드에서 쏟아지는 슈퍼 히어로 영화는 융단 폭격에 가까운 규모에 달한다. 향후 공개 예정인 슈퍼 히어로 영화의 숫자도 엄청난 현실을 비춰본다면 장르의 유행은 상당히 지속할 분위기다.

유사한 장르 영화의 폭발은 필연적으로 다양성을 잉태했다. 일대일로 악당과 싸우는 구도를 벗어나 조직(어벤져스)을 이뤄 대응하기 시작했고, 정치 스릴러(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첩보(앤트맨), 스페이스 오페라(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성인물(데드풀) 등으로 장르의 교배도 다채롭게 이루어졌다.

"나쁜 놈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문구를 앞세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영웅의 선함을 믿고 도덕성을 강조하는 <저스티스 리그>의 반대편에 위치한다. 멀게는 사형수들을 훈련해 특수 임무를 맡긴다는 내용을 그린 <특공대작전>(1967), 가깝게는 우주 악동들이 뭉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와 구강액션을 개척한 괴짜 히어로 <데드풀>(2016)의 영향 아래 있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해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원래 DC 악당들이 어쩔 수 없이 모여서 이뤄진 팀이다. 영웅과는 정반대의 존재들인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를 탐구할 좋은 기회였다." 결과물은 아쉽게도 그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의 슈퍼맨의 숭고한 희생을 목격한 이후를 다룬다. 정보국 요원 아만다 윌러(비올라 데이비스 분)는 릭 플래그(조엘 킨나만 분) 대령, 카타나(카렌 후쿠하라 분)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악당들인 데드샷(윌 스미스 분), 할리 퀸(마고 로비 분),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 분),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즈 분), 킬러 크록(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바제 분), 슬립낫(크리스토퍼 바이스 분)을 모아 '수어사이드 스쿼드'팀을 비밀리에 결성한다. 악당들로 구성한 조직이라 작전에 실패하더라도 바로 폐기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자살특공대'는 그들이 처한 운명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근래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나타난 몇 가지 경향과 호흡을 같이 한다. <맨 오브 스틸>(2013)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를 목격한 영화 속 세계의 정부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고 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슈퍼 히어로를 바라보는 영화의 시각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로 내전을 벌인 어벤져스의 연장선에 서 있다.

악당들의 도움으로 세계가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서사는 "슈퍼 히어로란 무엇인가?"란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변형된 대답으로 기능한다. 과거 슈퍼 히어로는 고결한 면모와 높은 도덕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데드풀>에서 결함이라고 치부하기도 민망한 형상들이 등장한다. 삐딱한 자들의 활약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올곧은 슈퍼 히어로가 주는 정동과는 다른 희열을 만끽했다.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희생정신을 일깨워주는 슈퍼 히어로 영화는 장르가 부흥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화에서 끄집어냈다. 그런 과정에서 선악의 모호함에서 나아가 영웅과 악당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영웅의 정의는 새롭게 내려지고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미국의 정치적인 양면성을 담고 있다. 미국 만화 전문번역가 이규원 씨의 글(http://www.huffingtonpost.kr/kyuwon-lee/story_b_9717844.html) 을 보자. 그는 "은밀하게 악인들과 결탁하는 모습은 레이건 정부가 이란에 불법으로 무기를 팔아 얻은 이익으로 니카라과의 반군을 지원했던 '이란-콘트라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적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어떤 시대적인 메타포를 담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원작의 시대적인 숨결을 영화에 효과적으로 이식하지 못했다. 시대와 호흡하는 모습은커녕 상대하는 적이 조악한 점부터 걸림돌이다. 적들이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이유는 공감도, 설득도 어렵다. 이상한 춤을 추며 의식을 행하는 인챈트리스(카라 델라바인 분)를 보면 실소가 터진다.

매력적이지 않은 스토리텔링의 원인으로 이들이 악당답지 못한 점도 한몫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멤버는 DC 세계에서 최악의 악당이 아닌가. 그런데 데드샷은 딸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암살자에 가깝다. 다른 악당들도 극악무도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나간 인물이 할리 퀸인데 그녀도 청소년 관람 등급이란 한계 때문에 몸을 사린다. 도리어 데드샷, 할리 퀸, 디아블로의 심리 변화는 급작스럽다.

캐릭터의 활용도 허술하다. 캡틴 부메랑은 부메랑 한 번 날리고, 슬립낫은 어느새 사라지며, 카타나는 일본어를 내뱉고 흥분하기만 한다. 그들은 기능적으로 사용하다 필요성이 사라지면 잊힌다.

앞선 작품에서 '친구'와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던 DC는 이번에도 분열하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친구이자 가족으로 뭉치게 한다. 별다른 갈등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의기투합하는 전개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희대의 악당에서 단순한 바보로 전락시킨다. 유명한 팝 명곡들은 낭비에 가까울 정도로 소비되어 아쉬움만 더한다. 편집은 덜컹거리고, 액션은 무미건조함으로 일관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자레드 레토의 조커를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안착시켰다. 그의 연기엔 조커를 연기했던 선배인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에 견줄만한 광기가 서렸다. 할리 퀸이란 만화의 인기 캐릭터를 영화의 인물로 얻은 성과도 거두었다. 영화 곳곳과 쿠키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배트맨(벤 애플렉 분)은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와 배트맨 솔로 무비에 기대를 품도록 만든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결실보다 잃은 것이 크다. 무실서와 혼돈에 휩싸인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난맥상만 보여주었고, 상당수 매력적인 캐릭터를 쉽사리 소비했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트레이닝 데이>(2001)와 <U-571>(2000)<분노의 질주>(2001)의 각본가로 유명하고, <하쉬 타임>(2005)<스트리트 킹>(2008)<엔드 오브 왓치>(2012)<사보타지>(2014)<퓨리>(2014) 등 선이 굵은 작품을 연출했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필모 중 최악을 남겼다.

제작사와 감독에게 '자살특공대'가 되어버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한 가지 교훈은 확실히 준다. 현재 슈퍼 히어로 장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지만, 수준 이하 완성도를 갖춘 영화가 범람한다면 거위의 배는 곧 갈라질 것이란 사실이다. 워너와 DC는 지금 그들이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지, 어떤 결정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그저 마블을 신경 쓰기에 급급할 뿐이다. 그 점이 제일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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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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