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연수씨가 7월 3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필 사과문. 본인이 썼던 댓글에 관해 "신중하지 못한 답변"이라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배우 하연수씨가 7월 3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필 사과문. 본인이 썼던 댓글에 관해 "신중하지 못한 답변"이라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 @hayeonsoo_


최근 배우 하연수는 자신의 SNS에 자필 사과글을 올려야만 했다. 그녀가 SNS에 남긴 답글이 논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연수는 "제가 신중하지 못한 답변을 하게 되면서 직접적으로 상처를 받으셨을 팬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그녀가 사과해야 했던 이유는 이렇다.

하연수는 지난 7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스위스 출신의 사진작가의 작품을 올렸고 한 누리꾼이 이에 "실례지만 사진 가운데 작품이 뭔지 알고 싶은데 방법 없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하연수는 "방법은 당연히 도록을 구매하시거나 구글링인데, 구글링하실 용의가 없어 보이셔서 답변 드립니다."라는 답변을 달았다.

이 답변을 본 누리꾼들은 하연수의 답변이 부적절하며 팬의 정중한 질문에 대해서 비꼬는 말투를 사용했다며 지적했다. 논란은 이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하연수가 6월 게시했던 SNS의 댓글도 다시금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연수는 지난 6월 '아시아 하프 페스티벌 2016 라이징스타 콘서트'에 다녀왔다는 인증 글을 게시하였고 덧붙여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 공연도 더 많이 챙겨 보고 하프 연주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한 누리꾼이 "대중화를 하기에는 가격의 압박이 너무 심한듯하다"라는 댓글을 달았고, 하연수가 하프의 가격대가 다양함을 설명하면서 "잘 모르시면 센스 있게 검색을 해보신 후 덧글을 써주시는 게 다른 분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고 이 게시글에 도움을 주시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에 누리꾼들은 말투가 상대를 무시하고 비꼬는 듯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한 누리꾼은 하연수의 댓글의 내용이 틀렸음을 지적하며 같은 말투를 사용해 비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자 연예인이라면 친절하라?

'콩트앤더시티' 하연수, 꿀노잼의 꿀잼도전!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예능프로그램 '2015 도시공감' <콩트앤더시티> 제작발표회에서 '꿀노잼'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배우 하연수가 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콩트앤더시티>는 연애, 결혼, 사회생활 등 20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재로 꾸려나가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도시인들의 행동양식을 공감코드로 담아낸 '도시 생태 보고서', 인간관계에서 누군가 삐치는 원인을 과학수사로 풀어낸 'BSI:서울', 현대인들의 미스터리한 경험을 살린 '파라노말X', 부성애를 스릴감 있게 그려낸 '테이큰:딸바보의 습격' 등의 코너로 구성된 공감코미디다. 30일 금요일 밤 11시 30분 첫 방송.

지난 2015년 10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예능프로그램 '2015 도시공감' <콩트앤더시티> 제작발표회에서 '꿀노잼'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배우 하연수가 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번 논란이 생긴 하연수의 말투가 분명 친절하거나 살가움이 담긴 말투는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어째서 하연수는 꼭 친절해야 하고 살가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또한, 하연수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는 누리꾼들의 말투는 오히려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온라인의 한 커뮤니티(오늘의 유머)에는 '하연수 페이스북 상황'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많은 댓글은 하연수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 "친절하지 못하다" 등의 비판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몇 개의 댓글은 제대로 된 비판으로 보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아니에용~ 하프도 비교적 저렴한 것들 많이 있어요. 켈틱하프라고 불리는 종류가 입문하시기에 적당해용!"
"왜저래? 얼굴이랑 다르네 ㅎㅎ"

한 누리꾼은 직접 하연수의 말투를 애교 섞인 말투로 수정하면서, 특정 말투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밑에는 말투도 둥글고 귀여운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한, 몇몇 누리꾼들은 하연수의 행동이 외모와 달랐다며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보았을 때 팬들이 하연수에게 요구하는 것은 여자 연예인답게 귀엽고 친절한 모습을 보이라는 요구와 같았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배우인 하연수 그녀에게 직업으로서 연기력을 넘어서 일상의 SNS에서까지 친절이나 귀여움의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여자라는 이유로 귀여워야 한다는 것이나 외모와 다르다는 말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들어간 발언이고 이는 흔히 말하는 '여성혐오'의 일종이다.

여자 연예인에게 과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한두 번의 일이 아니다. 걸그룹 멤버인 지민과 설현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몰랐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고 결국 공식적으로 사과해야만 했다. 또한, 설리는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으로 인해서 속옷 착용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민과 설현, 그리고 설리의 일들과 이번 하연수의 사건은 같은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모두 여자 연예인에게 일정한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어겼을 때 비난이 쏟아졌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가수였던 설현과 지민은 노래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역사적 지식을 알았어야 했고, 설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자기 마음대로 드러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하연수는 여자 연예인으로서 당연히 친절하게 팬을 대했어야 한다. 하지만 불친절한 말투로 팬에게 답글을 남겼고 그것은 많은 비난을 받고 사과를 남겨야 할 만큼 큰일(?)이 되었다.

연예인을 공인의 수준으로 만들고, 이제는 여자 연예인에게 과한 감정 노동을 강요하며 이미지만을 과하게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보인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진정한 팬이라면 귀여움이나 친절함 등의 이미지만을 소비하며 타자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개인적인 주체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은 아닐까.

얼마나 작은 일에 분노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하연수의 태도에 대한 논란이 이렇게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게 느껴진다. 김수영 시인의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구절이 떠오른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로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에서

강정·밀양·성주·개돼지·세월호·위안부 등 사회 곳곳에 분노할 일은 정말 많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곳곳에서 국민이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분노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지만, 분노라도 필요한 일들이 정말로 많은 상황에서 한 명의 연예인의 말투에 훈계질을 하며 비난을 쏟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정말로 개탄스럽다. 공인이 아니라 유명인이 연예인에게 높은 기준의 잣대를 들이밀 것이 아니라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진정한 공인들에게 분노를 쏟고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다시 한 번 김수영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우리는 얼마나 작은 일에 분노하고 있는가.

하연수 훈계 공인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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