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아웃>의 포스터 <라이트 아웃>은 기본적으로 호러 영화이다.

▲ <라이트 아웃>의 포스터 <라이트 아웃>은 기본적으로 호러 영화이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라이트 아웃>(2016)은 <쏘우>(2004) <마마>(2013) <오큘러스>(2013) 처럼 단편 영화에 기초한 호러 영화다.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은 스웨덴에서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실패로 돌아가자 아내와 함께 3분 분량의 <라이트 아웃>(2013)을 내놓았다. 한 여성이 불을 끄면 보이나 불을 켜면 사라지는 기괴한 존재와 마주치는 상황을 다룬 단편 <라이트 아웃>은 인터넷에서 화제작으로 등극했고, 곧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았다. 장편 <라이트 아웃>의 연출 역시 그에게 맡겨졌다.

어릴 적에 누구나 불이 꺼진 방 안에서 홀로 떨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둠은 위험과 무서움이 도사리는 공간이다. 어둠에서 공포를 찾는 <라이트 아웃>의 설정에 대해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은 "사람들은 세상이 시작된 때부터 어둠을 두려워했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어둠에 대한 공포는 사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는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이라고 덧붙인다.

'어둠 속에 무언가 악한 것이 살고 있다면?'이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라이트 아웃>은 장편이란 큰 그릇을 채우기 위해 캐릭터와 이야기의 살을 덧붙였다. 한 남자가 초현실적인 존재에게 살해당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미지의 무엇이 어둠 속이라면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설정을 확실하게 설명한다. 그 후에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둠에 대한 공포를 영화로 만들다.

어둠에 대한 공포를 영화로 만들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라이트 아웃>은 어둠 속에 나타나는 누군가를 피해 집을 떠났던 레베카(테레사 팔머 분)가 어느 날 동생 마틴(가브리엘 베이트먼 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과거엔 자신을 위협했지만, 지금은 동생에게 위험을 가하는 어둠의 존재가 '다이애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다룬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궁금하다. "과연 엄마 소피(마리아 벨로 분)는 다이애나와 같은 편인가, 아니면 다이애나에게 잡혀 있는가?"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이애나'의 공포를 묘사한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공장을 비추는 전등이 점멸할 때마다 점차 다가오는 장면은 소름이 돋는다. 레베카의 아파트에서 다이애나가 나타나는 장면도 오싹하다. 창문 바깥에 있는 네온사인이 순서대로 켜지다가 꺼지는 순간 드러나는 다이애나의 모습은 실로 무시무시하다.

<라이트 아웃>의 제작진은 다이애나를 만들기 위해 시각 효과를 최소화하고, 배우의 실제 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다이애나가 몸을 뒤트는 등 기이한 행동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역할을 맡은 배우 앨리시아 벨라 베일리가 전직 체조 선수였기에 가능했다. 영화는 그녀의 동작에 조명과 특수 분장, 특수하게 제작된 슈트 등을 더하여 다이애나를 창조했다.

다이애나는 어둠 속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이것은 빛이 있다면 저항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영화는 보통의 쫓고 쫓기는 일방적인 구도를 벗어나 게임을 형성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인물들은 살기 위해 전등, 휴대용 랜턴, 자동차 조명등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빛을 활용한다. 심지어 촛불까지 동원하여 다이애나와 맞선다.

빛과 어둠의 대결 구도로 두드러지는 것은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 관계의 복원이다. 레베카는 가족을 버렸던 과거를 지녔다. 이후 그녀는 마음 안으로 어떤 사람도 들여놓지 않으려고 애쓴다. 마틴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가족과 함께하자고 말한다. 마틴은 레베카에게 "지금 엄마에겐 우리가 필요해"라고 말한다. 가족은 공포를 극복하며 어둠의 땅을 벗어나 빛의 동산으로 돌아온다.

 현실의 공포, 어둠 속에 무엇인가 숨어있다는 믿음은 '만국 공통'으로 갖고 있다.

현실의 공포, 어둠 속에 무엇인가 숨어있다는 믿음은 '만국 공통'으로 갖고 있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라이트 아웃>의 제작은 <쏘우> 시리즈의 창조주이자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컨저링> 시리즈를 만들었고 <애나벨>을 제작한 제임스 완이 맡았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호러 장르를 주도한 제임스 완은 <라이트 아웃>에 대해 "우리는 모두 어둠을 두려워한다, 어릴 때 침대 밑이나 옷장에 뭔가가 숨어있다는 믿음은 만국 공통으로 갖고 있다. 이 영화는 그 간단한 개념을 갖고 유희하는 영화이고 그것이 훌륭한 점이자 즐거운 지점이다"라고 부연한다.

제임스 완의 설명처럼 <라이트 아웃>은 누구나 어릴 적 느꼈던 기억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영역에서 두려움을 추출한 '현실의 공포'다. 제임스 완은 안일한 창작 태도에 빠진 호러 장르를 향해 진짜 공포란 무엇인지 묻는다. 저예산, 평범한 집, 소수의 인물, 빛과 어둠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한 <라이트 아웃>은 그가 던진 질문의 흥미로운 해답이기도 하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 하나, 단편 <라이트 아웃>은 유튜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둘,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 나오는 여배우는 감독의 아내이자 단편 <라이트 아웃>에서 주연을 맡았던 로타 로스튼이다. 셋, 영화의 미술팀은 단편 <라이트 아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답으로 단편에 나온 괴물의 본을 떠서 오프닝 시퀀스의 사무실 선반에 올려놓았다. 넷, <라이트 아웃>으로 인정을 받은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은 <애나벨 2>(2017년 5월 개봉 예정)의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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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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