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여섯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만하면 무뎌질 만도 한데 또 울컥하고야 말았다. 처음엔 목이 따가워지더니 곧 콧잔등이 시큰해졌고, 이내 눈물이 고였다. 나랑은 상관도 없어 보이는 여자하키 국가대표 이야기가 뭐 대수라고. 도대체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영화 <국가대표2>는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내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다. 제대로 된 여자하키 실업팀도 하나 없던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표팀이 급조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북한 국가대표 출신 지원(수애 분)과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퇴출당한 채경(오연서 분)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전적을 가진 여섯 선수들이 모이고, 이들이 이런저런 어려움을 딛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기다.

 <국가대표2>는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이야기를 담는다.

<국가대표2>는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이야기를 담는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국가대표2>는 스포츠 영화가 취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장치들을 모아냈단 점에서 꽤나 영악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국가대표>(2009)가 스키점프를 다룬 방식처럼 비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를 다루고, 그 다음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이 그린 여자들 사이의 화해와 끈끈한 우정도 다룬다. 여기에 후반부 북한과의 경기 장면에 이르러서는 <코리아>(2012)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분단의 상처를 아릿하게 조명한다. 탈북자인 지원이 북한전에서 과거의 동료들과 맞서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대해 역설한다.

주장 채경, 에이스 지원과 외에 조연 캐릭터들의 매력 또한 <국가대표2>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특히 아이스하키 협회 경리였다가 대표팀에 합류한 미란(김슬기 분)과 '시집 잘 가기 위해'대표팀에 지원한 가연(김예원 분) 간의 코믹 연기는 영화의 주요 웃음 포인트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로 기억되는 아역 배우 진지희가 최연소 국가대표 소현을 맡아 보여주는 한층 성숙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북한 대표팀 선수 리지혜 역의 배우 박소담은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냉소적인 모습과 격양된 감정을 오가며 관객에게 자신을 깊이 각인시킨다.

 영화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영화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여자하키라는 낯선 종목을 소재로 한 만큼, 영화 속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들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퍽(Puck, 아이스하키에서 공처럼 치는 고무 원반)을 몰고 빙판을 빠르게 질주하는 장면,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바디체킹(Body checking, 퍽을 가진 상대 선수에게 몸을 부딪치는 수비 방법) 장면 등은 영화의 백미다. 각종 보호장구로 무장한(?) 여자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부딪치고 깨지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속도감과 둔탁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영화 속 대표팀 선수들에게 있어 '국가대표'란 그저 가슴의 태극 마크와 등 뒤에 새겨진 이름 그 자체다. 그들은 어떤 정치적 의미도 배제된 순수한 국가를 대표한다. 최선을 다해서 정정당당하게 싸울 뿐이다. 이를 통해 얻는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 메달을 따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 않다. 패자는 없고 승자만이 있는 것. <국가대표2>가 결국 이야기하는 스포츠란 그런 건지 모른다.

국가대표2 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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