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는 지난 시즌 약체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전 선수들이 똘똘 뭉쳐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비록 '두 개의 강팀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고양 오리온에게 패하며 우승을 넘겨주기는 했지만 양 팀의 엄청난 전력 차를 감안했을 때 농구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만했다.

KCC의 비시즌 과제는 장신 외국인 선수 선발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인해 이종현, 강상재, 최준용 등 대어급 신인들을 뽑을 수 없고 자유계약시장에서 딱히 전력보강도 안 했던지라 팀에 잘 맞는 장신용병 선발만이 유일한 전력보강 방법이다.

현재 상당수 팀은 KCC와 달리 충실하게 전력보강이 잘 된 편이며 신인드래프트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자칫 용병선발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객관적 전력상 KCC는 크게 밀릴 우려도 크다.

특히 국가대표 포워드 문성곤이 '가비지 타임(Garbage Time)'마저 보장받지 못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선수층을 자랑하는 안양 KGC 인삼공사에 대형신인들이 보강된다면 그야말로 오리온과 더불어 리그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KCC 입장에서 오리온, 인삼공사 등 거대한 제국과 맞서기 위해서 변화는 필수다.

 과연 다음시즌  KCC에서 하승진과 찰스 로드가 같이 뛰는 모습을 볼수 있을까?

과연 다음시즌 KCC에서 하승진과 찰스 로드가 같이 뛰는 모습을 볼수 있을까? ⓒ 전주 KCC


KCC 맞춤형 스트래치형 빅맨 찰스 로드

KCC는 현재 단신외국인 선수이자 1옵션 용병인 득점머신 안드레 에밋(34·191cm)과 재계약을 확정 지은 상태다. 에밋은 지난 시즌 KCC 정규리그 우승 및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끈 실질적 일등공신이다. 그는 김민구의 부상, 전체적 팀 외곽슛의 기복 등으로 말미암아 안정된 득점원이 없던 KCC에서 주포 역할을 확실히 해줬고 그로 인해 추승균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팀에 녹아낼 수 있었다.

돌파, 슈팅, 패스 등 단신 선수가 갖춰야 할 능력을 모두 겸비한 테크니션 에밋은 조니 맥도웰, 재키 존스, 찰스 민랜드 등에 이어 오랜만에 나온 KCC 알짜 용병이다. 평소에는 어슬렁거리는 듯하다가도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과 순간적인 스피드가 매우 뛰어나 퍼스트 스텝과 크로스오버로 상대 수비진을 찢어버리고 플로터 슛, 훅 슛, 언더 슛, 미들슛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올린다.

고정된 패턴 없이 감각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지라 상대 팀 입장에서 수비하기가 매우 어렵다. 맨투맨, 지역방어에 상관없이 마음만 먹으면 높은 확률로 득점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뻔히 상대 팀에서 대응수비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2~3명을 달고도 슛을 성공시킨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다 싶으면 외곽의 동료를 봐줄 수 있는 시야까지 갖추고 있어 개인은 물론 팀 득점 생산력까지 높일 수 있는 유형이다. 돌아오는 시즌에도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에밋은 KCC 공격 전체의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

문제는 에밋과 함께할 두 번째 외국인 선수 장신 용병이다. KCC는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31·221cm)이 있기 때문에 단신 용병 에밋을 메인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하승진은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한창때보다 몸놀림이 느려진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본래 잔 부상이 많은 특성상 골 밑에서 역할분담을 함께할 빅맨파트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에는 리카르도, 포웰(33·196.2cm)과 트레이드돼 시즌 중반 합류한 허버트 힐(32·203m)이 하승진과 함께했다. 힐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뛰어나지 않지만 특유의 높이를 바탕으로 포웰로 인해 망가져버린 KCC 포스트에 힘을 보태줬다.

KCC는 '빅맨용병 모집중'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포웰은 두 번째 외국인 선수로서는 그럭저럭 준수한 편이었지만 타팀의 걸출한 빅맨용병들과 맞서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특히 시간을 조절해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드러났던 약한 체력과 공을 제대로 받지 못해 흘리는 기름 손 기질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팀을 어렵게 했다. 오리온과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KCC가 별다른 힘을 써보지 못한 배경에는 압도적 전력차도 있지만 힐이 제 몫을 못한 부분도 크다.

때문에 KCC 팬들은 힐보다 나은 빅맨용병이 다음 시즌에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27·199.2cm), 데이비드 사이먼(34·203cm), 코트니 심스(33·205.1cm) 등 리그 정상급 센터 용병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체력 문제없이 에밋과 적절하게 시간 배분만 해줄 수 있는 선수면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KCC는 양날의 검 하승진으로 인해 빅맨 외국인 선수 파트너의 유형이 어느 정도 정해진 팀이다. 기량이 아주 걸출하다면 겹치더라도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하승진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너무 느려도 안 되고 활동폭이 골 밑에만 집중되어도 곤란하다. 기동성을 바탕으로 포스트 인근을 폭넓게 움직이며 스크린플레이, 속공 및 패싱게임 참여, 블록슛 등에 능하며 미들슛 등 어느 정도 슈팅력도 갖춰야 한다. 하승진이 뛰지 못할 때 원센터 역할도 일정 부분 가능하면 금상첨화다. 이른바 스트래치형 빅맨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 선수 중에는 찰스 로드(31·200.1cm)가 딱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KCC팬들은 오래전부터 로드를 원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KCC가 로드를 품에 안을 확률은 높지 않다.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린 관계로 외국인 선수 선발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려있기 때문이다. 로드의 스타일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지라 우선적으로 각광받는 선수는 아니지만 KCC 차례가 올 때까지 남아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장단신제로 인해 뛰어난 단신 선수가 많이 등장하고 있고 새로운 빅맨용병 중 눈에 띄는 정통센터 스타일이 많다면 변수가 생기지 말란 법도 없다. KCC 입장에서 로드를 뽑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 모든 면에서 지난 시즌 뛰었던 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로드만 가세한다면 KCC는 올 시즌도 얼마든지 해볼 만하다.

많은 KCC 팬들의 바람대로 로드와 하승진이 함께 뛰는 광경이 벌어질 수 있을지, 향후 있을 용병 드래프트를 지켜보는 또 다른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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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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