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 <우리들>의 한 장면. 최근 영화계에는 아역·청소년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도 떠오르고 있다.

아역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 <우리들>의 한 장면. 최근 영화계에는 아역·청소년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도 떠오르고 있다. ⓒ 엣나인필름


<곡성> 김환희, <부산행> 김수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이지원 등은 아역배우로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곡성> 김환희의 "뭣이 중헌디"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대중적인 유행어가 됐다.

최근 3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 중인 독립영화 <우리들>은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며 각광받은 작품이다. 극장에는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 관객들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아역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저예산 독립영화가 3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말 박스오피스 특징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평일에는 힘을 못 쓰다가도 주말이면 관객 수가 쑥쑥 올라간다. 어린이나 청소년 관객들이 부모님과 함께 몰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아역배우들의 활약과 함께 어린이나 청소년이 영화의 중심이 되어 선전했다는 것이다. 아역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오롯이 대접받고, 청소년 대상 영화들이 의미 있는 흥행을 거두고 있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들도 최근 들어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을 중심에 둔 영화제들은 영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면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특징도 있어 관심도 뜨겁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단체 관람도 이들 영화제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11년 만에 아시아 최대로 성장

 제1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포스터. 꾸준히 성장해 아시아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는 자부심이 크다.

제1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포스터. 꾸준히 성장해 아시아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는 자부심이 크다.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31개국 192편. 오는 19일 개막하는 1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아래 BIKY)의 규모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45개국 211편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많은 편수다. BIKY는 국내 어린이청소년영화제 중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이다. 2006년 부산어린이영화제로 출발해, 지난해 10회를 기점으로 청소년까지 아우르며 외형을 넓혔다. 규모 면에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문화의 불모지에서 11년 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최근 부산영화제 사태로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꾸준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시네마 사파리'란 이름으로 동물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모아 놨고, 뮤지컬, 동물, 액션, 모험 등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영화들이 준비됐다. 6세 미만 유아들을 위한 상영도 있는 것은 BIKY만의 특징이다. 애니메이션 전용 텐트극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청소년들에게 사회 현실을 보는 눈을 틔워 주는 것도 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역할이다. 평단과 흥행 양쪽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동주>와 한국 교육의 현실을 예리하게 꼬집은 수작 <4등>, 마을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을 수년에 걸쳐 담은 <소년, 달리다> 등을 프로그램 목록에 넣었다. 학교생활과 입시에 여념 없는 청소년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게 해 주려는 의도다.

성장대비 약한 지원

 15년 역사의 대한민국청소년창작영화제를 이어 받아, 제1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가 열린다.

15년 역사의 대한민국청소년창작영화제를 이어 받아, 제1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가 열린다. ⓒ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오는 22일 개막하는 서울구로어린이영화제는 올해 4회 째다. 어린이와 소통하고, 영화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싹 발굴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구로지역에서 펼쳐지는 데, 구로구청 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28일까지 100편을 조금 웃도는 영화들이 상영된다. 구로공단으로 상징되는 '산업'의 메카를, 아이들을 중심에 두는 미래형 '문화'의 메카로 바꿔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안양에서도 청소년영화제 오는 9월 1일 첫 발걸음을 뗀다. 제1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는 15년 전통의 '대한민국청소년창작영화제'를 확대한 축제이다. 청소년 단편 공모 경쟁 영화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고, 미래 영화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커튼콜>을 만든 류훈 감독이 집행위원장을, 오동진 영화평론가가 수석 프로그래머를 맡으며 탄탄한 진용을 구축했다. 서신애와 이이경이 올해 홍보대사로 활약한다.

한국가톨릭문화원이 주관하는 '가톨릭어린이영화제'도 2014년부터 작은 규모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가장 오래됐지만 최근 논란이 많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도 올해 18회를 맞는다. 최근 5년 사이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영화제가 서울과 부산 2개에서 모두 5개로 늘어난 것이다.

김상화 BIKY 집행위원장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영상에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미래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높아지는 열기만큼 지원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BIKY의 경우 올해 부산시 지원 예산이 10% 삭감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상태에서 영화제를 준비했다. 김 위원장은 "영진위의 지원금 역시 깊이 있는 심사를 통해 지원해주는 것이 아닌 나눠주기 형식이 짙어 보였다"며 "영진위마저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마디로 '뭣이 중헌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교육적인 역할 필요한 데 임금 체불과 횡령 논란도

 지난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포스터. 임금 체납 문제 등이 맞물리며 그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지난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포스터. 임금 체납 문제 등이 맞물리며 그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하지만 어린이·청소년영화제들의 긍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일부 영화제가 드러내는 문제점들도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들이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추락이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지난해 스태프들의 임금 체납 문제로 영진위와 서울시 성북구로 받던 지원금이 모두 끊겼다. 200만 원이 조금 넘는 체불 임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버티다가 기존에 받던 수 억 원 대의 지원금을 모두 날린 경우다. 소송까지 갔지만 결국 법원에 공탁하는 형식으로 체불 임금을 지급했고, 법원의 조정 끝에 일부 금액을 다시 돌려받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영진위와 서울시 등으로 받은 보조금의 횡령 사실까지 드러나 사면초가가 됐다. 영진위에 따르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보조금의 취소 및 환수 대상이고, 향후 3~4년간 영진위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다. 지난 4월 영진위 회의 기록을 보면 지원금이 환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다….

국내 여러 영화제 역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대해서만큼 비판적이면서 냉정한 반응을 보인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지난해 보니 집행위원장 부인이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데, 영화제가 사유화된 것처럼 보인다"며 "논란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청소년영화제가 교육적인 역할도 중요한 만큼 도덕성과 투명한 운영 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역임한 함종한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신임 조직위원장에 선임했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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