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하위권 판도에 일대 변동이 일어난 한 주였다. 철옹성 같던 한화의 꼴찌 장기집권이 막을 내린지 이틀 만에, 전년도 정규리그 우승팀인 삼성이 마침내 올 시즌 첫 꼴찌로 추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삼성은 '꼴찌 대전'으로 일컬어진 한화와의 주말 3연전에서 1무 2패로 밀렸다. 올 시즌 한화의 상대 전적 3승 1무 8패의 절대 열세다. 지난 10일에는 팀내 최다승 투수인 윤성환을 투입하고도 무너지며 6-10으로 완패했다.

아무리 영원한 승자는 없다지만 삼성의 급격한 몰락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삼성이 최하위를 맛본 것은 8개 구단 체제였던 2007년 5월 5일 롯데전에서 당시 7연패를 당한 이후 약 9년2개월 여(3354일)만이다. 하지만 당시는 시즌 초반이었고 삼성이 꼴찌에 머문 기간도 단 하루 밖에 되지 않았다. 삼성은 그해 팀전력을 추슬러 최종 성적 4위로 결국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했다.

시즌 중반, 꼴찌로 추락한 삼성

 삼성이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패하며 꼴찌로 추락했다.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이 8실점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삼성이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패하며 꼴찌로 추락했다.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이 8실점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는 무려 80경기를 소화하여 이미 시즌 중반을 넘긴 시점에 최하위로 추락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 최종 성적은 아니지만 KBO(한국야구위원회) 출범 이래 삼성이 시즌 일정의 절반 이상을 소화한 시점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또한 삼성은 1군 4년차 팀인 NC 다이노스를 제외하면, 창단 후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는 유일한 팀이었다.

삼성의 역대 시즌 최저 승률은 1996년의 0.448(54승67패5무)이었고 그해 삼성은 8개구단중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의 상황은 훨씬 더 나쁘다. 시즌 33승46패1무로, 승률은 0.418이다. 삼성의 최대 강점으로 여겨졌던 마운드가 무너지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이 5.76으로 한화와 함께 공동 9위다. 다른 투타 주요 부문 기록에서도 대부분 중하위권을 밑돌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기아(5승 4패)와 LG(6승 4패), NC(3승 3패)를 제외하면 무려 6팀에게 상대 전적 열세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한화(3승 1무 8패)와 롯데(2승 7패)에게는 완전히 동네북 신세가 되버렸다.

KBO 출범 이래 삼성은 언제나 '명가', '강호'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팀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은 해태(현 기아)에 뒤지지만, 2000년대 이후만 놓고보면 무려 7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휩쓸며 21세기 왕조의 반열에 올랐다.

삼성은 원년 이래 승률 5할 미만에 그친 것과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이 각각 5번에 불과할 정도로 꾸준한 팀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도 정규리그 1위에 올라던 팀이 한 시즌만에 꼴찌까지 추락한다면 1995-96년의 두산(1위-8위) 이후 무려 20년 만의 사건이 된다.

삼성의 급격한 몰락 2010년대 들어 계속된 우승 후유증과 안팎의 악재들이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터진 결과다. 몇 년간 삼성은 주력 선수들의 외부 유출과 기존 선수단의 피로누적 속에 새로운 전력보강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에 체질 개선과 경영합리화를 내세운 모기업의 변화도 명분상으로는 부득이했지만 하필이면 삼성 구단 입장에서는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가뜩이나 예년만 못해진 전력에 설상가상 부상 선수들까지 동시다발로 속출했다. 삼성은 역대 최악의 흉작이 된 외국인선수 3인방을 비롯하여, 토종선수들도 돌아가면서 돌림병처럼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전후하여 퍼진 도박 파문은 마무리 임창용의 방출과 안지만-윤성환의 난조로 이어지며 지금도 삼성 마운드에 큰 후유증으로 남았다. 올 시즌 삼성은 전력의 100%는 고사하고 80~90% 정도의 전력으로 나선 경기도 손에 꼽을 정도다.

도마에 오른 류중일의 위기관리 능력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의 경기에 패한 삼성 류중일 감독과 코치진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의 경기에 패한 삼성 류중일 감독과 코치진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류 감독은 그동안 안정된 팀전력을 바탕으로 성적을 이끌어내는 관리자 유형의 리더십에 가까웠다. 올 시즌처럼 한정된 전력에서 어떻게든 팀을 끌어가야 하는 상황은 류 감독의 사령탑 부임 이후 처음이다.

전성기 때도 류 감독의 단점으로 거론되었던 마운드 운영의 엇박자와 조급한 투수교체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부쩍 잦아진 작전 구사 역시 성과가 그리 좋지 못하다. 그만큼 류 감독도 갑작스러운 성적 부진에 대한 부담감에 심적으로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시즌은 아직 64경기나 더 남아있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공동 5위 그룹과 아직 4경기 차이에 불과하다. 중하위권팀들의 전력이 아직 불안정하고 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삼성이 주축 선수들의 복귀할 후반기에 반등을 기대해 볼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후반기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힘을 보태줘야 한다. 아롬 발디리스가 부상에서 돌아온 뒤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아놀드 레온이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합류가 예정돼 있다. 마지막 남은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로 부상 회복이 더딘 앨런 웹스터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꼴찌 추락의 충격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 순위 반등을 이루는 것이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시급해 보인다. 올 시즌 삼성의 최종 성적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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