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19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제6회 서울레코드페어. 이날 500장 한정판매로 나온 원더걸스의 신곡 LP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1시간 30분 만에 완판됐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이들의 LP가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중고로 거래되고 있다. 원더걸스뿐 아니다. 아이유의 <꽃갈피>, 지드래곤의 <쿠데타> LP 등은 원가의 3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장기하, 이적, 김동률, 박진영, 정은지, 인피니트 등 LP를 발매한 가수들이 제법 많다.

 원더걸스는 지난 5일 새 앨범 발매일에 앞서, 지난달 18일 열린 서울레코드페어를 통해 LP로 신곡을 선공개했다.

원더걸스는 지난 5일 새 앨범 발매일에 앞서, 지난달 18일 열린 서울레코드페어를 통해 LP로 신곡을 선공개했다. ⓒ JYP


 아이유는 지난 2014년 6월,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LP를 한정판으로 발매했다.

아이유는 지난 2014년 6월,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LP를 한정판으로 발매했다. ⓒ 로엔트리


[음악세포 살리기 처방①] LP 입문 어떠세요?

당신이 만약 뭘 들어도 그저 그런 매너리즘 상태라면 LP에 입문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같은 커피라도 종이컵에 담아 마실 때와 머그잔에 마실 때의 맛이 다르게 느껴지듯, 음악도 담는 그릇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즉, 같은 노래라도 MP3 음원으로 듣는 것과 CD로 듣는 것, LP로 듣는 것 모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요즘 20~30대 사이에선 LP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구시대의 유물 혹은 '아재들의 취미'로 여겨졌던 LP가 부활하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꼽자면 LP가 가진 '불완전성'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하며 모든 것이 완전무결해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휴머니즘적 반작용이라고 할까. CD나 MP3 파일보다 음질이 떨어지는 LP는 지지직 잡음이 나는 '결함'과, 바늘을 올려놓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오히려 이런 것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또한, LP는 음악을 소장하는 기쁨을 준다. 간편한 전자책이 나와도 종이책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책이 가진 물질성 자체를 사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맥락이다. MP3로 음악을 다운받아 들을 때 느낄 수 없는 '소유의 즐거움'을 CD 혹은 LP를 통해 충족할 수 있다. 특히 LP의 재킷은 CD보다 예술적 가치가 높아 수집욕을 자극한다. 하지만 LP는 관리를 잘못해서 흠집이 나면 판이 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손상되기 쉬운 불완전성' 때문에 더욱 애지중지하며 쌓이는 애정을 무시 못 한다.

LP가 주는 아날로그적 매력은 공간음향에도 있다. 가수 최백호는 "LP로 음악을 들으면 마이크와 악기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CD는 기술적으로 완전하므로 악기들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데 반해, 1960~1970년대 녹음된 오래된 LP는 녹음 방식의 후진성 덕분(?)에 공간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한, CD는 10장을 찍으면 10장 모두 완벽히 똑같지만, LP는 10장 모두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LP를 듣기 위해선 턴테이블을 장만해야 하는 수고와 비용이 따른다. 10만 원대의 비싸지 않은 제품도 많으니 음악 듣기가 더는 즐겁지 않은 이들이라면 한번 시도해봐도 좋겠다.

 LP를 재생하는 턴테이블

LP를 재생하는 턴테이블 ⓒ 위키피디아


[음악세포 살리기 처방②] 음악감상실 어떠세요?

위의 처방처럼 '담는 그릇'에 따라서 음악적 감성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듣는 형태'에 따라서도 감수성이 달라진다. 예전에 휴가 나온 군인 친구가 한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몇 개월 만에 휴가를 나와 귀에 이어폰을 딱 꽂았는데, 음악이 마치 심장으로 바로 꽂히는 느낌이었다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눈물 한줄기가 주르륵 흘렀다고. 만약 같은 음악을 군대에서 스피커로 들었다면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음악적 매너리즘에 빠진 분들에게 음악감상실을 제안한다. 요즘은 음향기기가 워낙 발달해 집마다 오디오가 있고, 개인별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갖고 있지만, 음향시설이 잘 갖춰진 어떠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색다른 감동을 준다. 이것이 바로 '공간음향'이 주는 감동이다.

가령 경기도 파주에는 '카메라타'라는 클래식 음악감상실이 있는데(카페라고 생각하면 된다) 천장이 높아서 소리가 울릴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갖는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스피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 한남동의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라는 곳도 있다. 이곳 역시 LP판을 수만 장 보유하고 있으며 비치된 턴테이블을 활용해 원하는 LP를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 레코드판매도 겸한다. (하지만 대기업인 현대카드의 이러한 매장운영에 LP 소매점주들은 영세상인 죽이기라며 반발 중이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바이닐&플라스틱'을 오픈하여 LP판매에 나섰다. 이에 소매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바이닐&플라스틱'을 오픈하여 LP판매에 나섰다. 이에 소매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 현대카드


소리라는 것은 진동 때문에 공간을 울려서 우리의 귀에 들어오는 물리적 현상이다. 그런 만큼 공간이 살아 있는 음악은 확실히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들을 때도 그렇지만, 음악을 녹음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령 오케스트라가 녹음할 때, 개별 악기 소리가 흐르는 길을 추적하고 계산하여 메인 마이크와의 거리를 설정하는 것도 이런 '공간음향'을 위한 작업이다. 공간적 울림이 있으면 마음의 울림도 뒤따른다. 가수 이랑은 스튜디오가 아닌 카페에서 새 앨범을 녹음했다. 곡 안에 악기가 주는 공간감을 담기 위해서다.

음악감성은 어떤 방식으로 변주되는가?

몇 년 전이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가수 김C가 이런 말을 했다. "음악을 재생하는 기술은 날로 발달하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듣는 음악의 질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그 말인즉슨, 요즘은 휴대폰으로 음악을 많이 듣는데, 아시다시피 휴대폰을 스피커나 이어폰에 연결하지 않는 이상 오디오보다 음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단 말이다.

음악은 누구나 쉽게 즐기는 생활 속의 예술이다. 하지만 이렇듯 기술의 발달로 음악을 너무 쉽게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청자는 그만큼 더 빨리 싫증을 느끼기도 한다. 듣다가 이 곡이 별로다 싶으면 다음 곡으로 넘어가 버릴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초반부터 중독성 강한 훅으로 시작하는 곡이 많아졌다. CD 이전에, 테이프로 음악을 들을 때만 해도 뮤지션들은 이렇게까지 훅송에 집착하지 않았다.

음악은 만드는 방식 혹은 듣는 방식에 따라 이렇듯 다양하게 감성의 변주를 일으킨다. 그런 만큼 천편일률적인 방식보다는 만드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다양하게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간다면 음악 활동이 더욱 즐거워지지 않을까? 음악으로부터 받는 감동은 개별적인 것이므로.

원더걸스 LP 음악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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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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