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장신화' 기대주 임동혁(17세·201cm)

'남자배구 장신화' 기대주 임동혁(17세·201cm) ⓒ 박진철


이제는 어린 후배들 차례다. 월드리그 장충의 기적을 이어받아 한국 남자배구의 미래를 비춰줄 청신호를 켜야 한다.

남자배구 청소년 대표팀이 오는 9일부터 17일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제18회 아시아 청소년(U20)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다. 이상렬 감독(경기대)이 이끄는 청소년 대표팀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만으로 떠났다.

한국은 9일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10일 호주, 11일 스리랑카를 상대로 D조 조별 예선을 치른다. 각 조에서 2위 이내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한다. 8강에 오를 경우 만나게 될 B조에는 이란, 카타르, 투르크메니스탄, 홍콩이 있다. 또한 A조는 대만, 태국,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가, C조는 중국, 일본, 파키스탄, 이라크가 포진해 있다.

이상렬호는 이번 대회에서 2017년 체코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U21) 선수권 대회 출전 티켓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승까지 진출해야 한다. 1위와 2위 팀에게만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현재 대학배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에이스급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는 점이다. 그것도 부상이 아니라 '1살 차이'로 나이 제한에 걸렸다.

대표적인 선수가 레프트 황경민(194cm·경기대), 차지환(200cm·인하대), 한성정(197cm·홍익대), 센터 전진선(199cm·홍익대), 정성환(195cm·경기대), 세터 황택의(190cm·성균관대) 등이다. 모두 1996년생이다. 1997년 이후 출생자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 규정상 이들은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센터 포지션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센터진의 신장이 192~195cm에 불과하다. 대학의 거포들이 모두 빠진 레프트도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고등학생 '장신 듀오' 활약 기대

 '고교생 장신 듀오' 임동혁과 허수봉(오른쪽)

'고교생 장신 듀오' 임동혁과 허수봉(오른쪽) ⓒ 박진철


궁하면 통하고,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은 새어 나오기 마련이다. 그것도 고등학생 장신 유망주들이 길을 열어주고 있다. 임동혁(201cm·라이트·제천산업고2)과 허수봉(195cm·레프트·경북사대부고3)이다.

이들은 출국을 하루 앞둔 6일 KB손해보험과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라이트와 레프트 주 공격수로 나서 대학 선배들을 대신해 공격을 이끌었다. 연습경기 장소인 KB손해보험 체육관에는 두 선수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상렬 감독은 기자에게 "임동혁이 지난 6월 7일 처음 합류할 당시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신장이 크고 점프력이 좋기 때문에 공격 타점이 높고 파워가 강하다. 선수로서 멘탈과 열심히 하려는 자세도 잘 되어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대형 선수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만, 임동혁의 공격 폼은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공격 폼이 기본과 정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면서 "강타 일변도가 아니라 강약 조절과 기술적인 면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허수봉에 대해서도 "기본기가 좋고 현재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리시브가 제일 낫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체력이 약한 점은 보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감독은 "누구를 주전으로 기용할 지는 경기 당일 여러 가지를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동혁이 라이트에서 한국민이 레프트에서 좌우 쌍포가 함께 터져줘야 경기가 잘 풀린다"며 "공격력이 제일 좋은 선수가 임동혁과 한국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동혁의 성장이 절실한 이유

 임동혁의 '고공 강타'

임동혁의 '고공 강타' ⓒ 박진철


임동혁의 첫 국제대회 출전에 배구계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한국 남자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임동혁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대한배구협회가 16세의 고등학교 1학년생을 성인 국가대표에 전격 발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임동혁은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라는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올해 1월 진천 선수촌에서 실시한 스피드 배구 특별훈련에도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이번 월드리그에서 드러난 한국 남자배구의 문제점과 위기 의식 때문에 임동혁에게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스피드 배구의 완성과 함께 공격수의 장신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임동혁의 최대 장점도 아주 오랜만에 나온, 200cm가 넘는 라이트 공격수라는 점이다. 임동혁은 지난해 10월 국가대표에 발탁될 당시에는 199cm였다. 그동안 2cm가 더 자라 현재는 201cm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조금 더 클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한국 남자배구도 그토록 바랐던 유럽·남미 강팀들의 주 공격수와 신장이 대등한 공격수를 갖게 된다.

임동혁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하면서 대형 공격수로 성장만 해준다면, 수십 년째 장신 거포 부재에 시달리는 남자배구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은 자명하다. 성인 국가대표 팀에 윙 공격수는 물론 센터까지 공격수 전원이 200cm가 넘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현실에서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임동혁의 성장은 본인 스스로의 몫이기도 하지만, 한국 배구계가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대형 공격수로 키워내야 하는 공통의 과제이기도 하다.

현장에서도 '스피드 배구+장신화' 목소리

 남자배구 청소년 대표팀 연습경기 (KB손해보험 수원 인재니움 체육관, 7.6)

남자배구 청소년 대표팀 연습경기 (KB손해보험 수원 인재니움 체육관, 7.6) ⓒ 박진철


이날 연습경기를 유심히 지켜 본 최영준 KB손해보험 사무국장도 임동혁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과거 명 세터 출신인 최 사무국장은 한국 남자배구의 나아갈 방향으로 주저 없이 '스피드 배구와 장신화'를 꼽았다.

그는 "스피드 배구 완성도를 높이는 건 기본 필수 과목에 해당한다. 이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며 "반드시 장신화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경기에서는 190cm 초반만 되도 통하지만, 유럽·남미 강팀들의 경우에는 주 공격수 상당수가 200cm가 넘는 장신인 데다 파워와 스피드까지 갖추고 있어 막아내기가 너무 어렵다"며 "단신의 팀이 스피드만 가지고 장신의 벽을 뚫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도 스피드 배구 측면에선 완성도가 상당히 높지만, 단신의 한계 때문에 유럽이나 중국 등 장신의 팀을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며 "비록 일본이 한국에게는 이겼지만, 결과적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월드리그에서도 3그룹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지 않았느냐"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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