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화제의 중심은 단연 JYJ 멤버 박유천의 성폭행 혐의 피소 사건이었다. 2주 사이 서로 다른 네 명의 고소인이 등장했고, 박유천 측은 고소를 취소한 첫 번째 고소인과 그 일행을 무고혐의로 맞고소했다.

박유천은 만 17세의 나이에 동방신기로 데뷔해 정상급 아이돌로 활동하다 배우로 전향했다. 이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옥탑방 왕세자> <냄새를 보는 소녀> 등을 통해 한류스타로 우뚝 섰고, 입대 직전에는 영화 <해무>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유수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던 그였다. 그런 그가 만 4일 만에 4명의 여성에게 성폭행으로 고소당했다. 대중의 관심과 충격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언론의 태도

 채널A 박유천 성추문 관련 보도(6/18)

ⓒ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 시사토크쇼 '박유천 성폭행 논란' 관련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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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높은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받은 글]이라는 형태로 퍼져나갔다. 문제는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 댓글과 '지라시' 내용은 '네티즌 반응'이라며 기사에 고스란히 담겼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은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보도됐다. 일부 종편 채널은 아예 박유천 특집마냥 관련 꼭지들과 패널들의 뒷담화에 가까운 분석을 내보내기도 했다. '가관'이라는 말로밖에 표현되지 않는 각 언론사의 '패러디'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보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연예인이 공인은 아니지만, 유명인이니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는 관심은 지극히 당연한 일. 게다가 이번 박유천 건은 성폭행 피소 사건이다.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피소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보도될 수 있다. 문제는 언론이 유명인의 성폭행 피소사건으로 시청률 장사, 클릭 수 장사를 하는 꼴이다.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몇 안 되건만, 13일부터 26일까지 쏟아진 관련 기사들이 6000건이 넘는다. 정보가 없는데 뉴스는 수없이 쏟아졌다.

대중의 관음적 시선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가 넘쳐난 것일까, 넘쳐나는 기사들이 대중의 관음적 시선을 자극한 것일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대중의 호기심이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언론이 이런 호기심에 부응이라도 하듯 선정적 보도를 쏟아내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거다.

이성 잃은 언론, 이성 붙든 팬들

 지난 17일 <조선일보>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된 박유천 패러디 사진.

지난 17일 <조선일보>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된 박유천 패러디 사진. ⓒ 조선일보 페이스북 캡처


언론이 이성을 잃은 사이, 오히려 가장 침착한 반응을 보인 것은 박유천의 팬들이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잘못을 덮어주고 변호하기도 하는 존재. 이들은 2012년 박유천과 김재중이 팬 폭행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그들을 떠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박유천 피소 사건에 가장 이성을 잃어도 이해가 가는 존재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달랐다.

두 번째 고소인이 등장한 지난 16일 자정께, 디시인사이드 JYJ 갤러리 이용자들은 박유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디시인사이드 JYJ 갤러리는, JYJ 팬덤 중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팬들은 "전 소속사와의 불공정 계약에 맞서는 그들의 신념이 옳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JYJ를 지지해왔다"면서 "부당함을 타파하기 위해 싸워온 팬덤이 성을 상품화하는 곳에 출입한 박유천을 지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박유천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에 얽매여 선정적 보도를 쏟아내고, 박유천 측이 '성폭행 혐의'를 벗으려 안간힘 쓰는 사이, 팬들은 그사이에 숨어있는 확인된 정보와 문제점을 짚어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성폭행, 성매매 여부가 아니라, 성 상품화 업소에 출입했다는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지난 13년간 박유천에게 보내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거둬들인 것이다.

그 사이 서울 강남경찰서에는 12명 규모의 대규모 전담팀이 꾸려졌고, 이후 박유천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그의 부친 등이 고소인,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만 무성하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은 선정적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그사이 새롭게 불거진 연예계 사건·사고를 엮어 '6월 연예계 잔혹사'로 명명하는가 하면, 김민희에 쏟아지는 비난과 엮어 '대중이 여론 재판을 한다'며 발을 쏙 빼고 '대중'이라 명명된 불특정 다수에게만 회초리를 휘두르고 있다.

박유천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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