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 조 추첨식 지난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UEFA 유로 2016 조 추첨식에서 댄서들이 연기하고 있다. 유로 2016는 프랑스에서 2016년 6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진행된다.

▲ 유로 2016 조 추첨식 지난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UEFA 유로 2016 조 추첨식에서 댄서들이 연기하고 있다. 유로 2016는 프랑스에서 2016년 6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진행된다. ⓒ 연합뉴스/EPA


유로 2016 조별리그 1라운드 일정이 막을 내렸다.

15일까지 6개조에서 12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초반 판도의 두드러진 특징은 '수비축구의 득세'와 '다크호스들의 선전'으로 요약된다.

경기당 고작 1.83골... 트렌드가 된 수비축구

1라운드 12경기에서 총 22골이 터지며 경기당 1.83골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대 유로컵들어 가정 저조한 기록이다. 유로 2000에서는 1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평균 3골, 유로 2004는 2.1골, 유로 2008은 2골을 기록했으며 지난 유로 2012에서도 경기당 2.5골로 항상 평균 두 골 이상의 득점이 나왔다. 당시는 16개국이 4개조로 본선을 치렀다. 조별리그 라운드당 경기수는 8경기였다. 출전국과 경기수는 늘어났는데 득점력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한편으로 득점력의 하락은 그만큼 일방적인 승부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2경기중 절반인 6경기가 1점차 승부였고, 3번이 1-1 무승부였다. 가장 점수차가 많이 벌어진 것이 2골차다. 2골차 승부만 3번(2-0)이었다. 한 팀이 3골 이상의 다득점을 기록한 경기도, 0-0 무승부도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저득점 현상과 수비축구의 득세는 유로 본선제도의 개편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대회부터 유로컵이 24개국 체제로 개편되면서 종전에는 본선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낯선 팀들이 대거 등장했다. 웨일스, 아이슬란드, 북아일랜드,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등 첫 출전국만 5팀이나 된다. 루마니아나 헝가리같은 팀들도 오랜만에 본선무대를 밟았다.

냉정히 말하면 이 팀들 중 상당수는 종전 16개국 체제가 유지됐다면 유로 본선을 밟기 힘들었을만큼 전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하여 본선에서는 강팀들을 상대로 수비와 역습에 무게를 두는 철저한 실리축구 전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24개국 체제에서는 조 3위까지도 와일드카드로 16강을 노릴수 있는만큼 지지않는 축구만 해도 승점을 벌 수 있다.

축구에서 작정하고 두터운 수비를 펼치는 팀들은 아무리 강팀이라고 해도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우승후보로 꼽히는 톱시드의 강호들도 첫 경기부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한 수아래로 여겼던 러시아와 아이슬란드에 각각 무승부를 기록하며 덜미를 잡혔다. 프랑스는 루마니아, 스페인은 체코를 상대로 간신히 신승하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상대의 두터운 수비에 진땀을 흘렸다. 독일 역시 우크라이나에 2골차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상당한 접전이었다.

전반적인 득점 감소, 일방적인 경기가 없다

자연히 킬러들의 침묵도 두드러진다. 1라운드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선수는 아직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유로컵의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거론되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등 유럽 최고의 공격수들은 1라운드 내내 상대의 집중견제에 시달리며 골맛을 보지 못했다. 특급 킬러들의 화려한 득점력과 화끈한 공격축구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수비축구라고 해서 꼭 지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각팀의 전력차가 줄어들며 그만큼 팽팽한 승부가 늘어났기 때문에 팬들에겐 매경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함을 준다. 압박축구의 진수를 선보인 이탈리아, 프랑스와 당당히 정면대결을 펼친 루마니아,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않는 투혼을 보여준 알바니아, 44년만의 본선 첫 승을 거둔 헝가리 등은 단지 수비만 한다는 오해를 비웃듯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평균득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작 무득점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던 것처럼, 바늘구멍같은 촘촘한 수비를 뚫고 정작 나와야할 득점은 나오고 있다. 밀집수비를 무너뜨릴수 있는 확실한 득점루트와, 기술력을 갖춘 해결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장면이다.

실제로 다크호스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길만한 팀은 다 이겼다. 1라운드에서 톱시드팀중 패배한 팀은 벨기에 뿐이지만 상대가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이탈리아였기에 큰 이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은 모두 상대의 거센 저항을 뚫고 승리를 챙겼다. 종이 한 장 차이의 접전이라고 해도 진정한 강팀들은  어떻게든 승리의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비롯한 1골 1도움을 올린 디미트라 파예(프랑스)을 필두로, 가레스 베일(웨일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메수트 외질(독일) 등은 1라운드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2선 공격수나 미드필더들이다. 최전방 공격수처럼 상대의 집중견제와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창의적인 플레이로 답답한 경기분위기를 한번에 바꿔줄수 있는 '기술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라운드부터는 더욱 흥미진진한 대결들이 축구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별리그 판도도 여기서 어느 정도 윤곽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2라운드에서는 좀더 화끈한 득점포로 골가뭄에 답답했던 축구팬들의 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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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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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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