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축구 대표팀 트위터 공식 갈무리.

아이슬란드 축구 대표팀 트위터 공식 갈무리. ⓒ 아이슬란드축구협회


인구 33만 명의 섬나라 아이슬란드가 유로 2016 무대에서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유럽의 축구 강호들 틈에서 숨죽이고 있던 변방이었다. 정식 프로리그가 없을 뿐더러 세미 프로리그 선수의 평균 연봉은 약 3만 유로(3700만 원)로 K리그보다 적다. 국가대표팀은 월드컵이나 유로 등 메이저 대회 본선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본 적도 없다.

인구는 적고,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1년 내내 추운 데다가 국토의 80%가 빙하와 용암 지대로 덮여 있어 축구할 곳조차 부족한 아이슬란드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이슬란드, 역사적인 첫 메이저 대회

아이슬란드는 유로 2016 예선에서 네덜란드, 체코, 터키, 라트비아 등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다. 대다수가 아이슬란드의 탈락을 점쳤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터키와 첫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뒀고, 라트비아 원정에서도 3-0으로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연'으로 폄하됐던 아이슬란드의 돌풍은 네덜란드마저 2-0으로 격파하며 '진짜'가 되었다. 체코 원정에서 1-2로 패하며 흔들렸지만, 홈으로 불러들여 2-1로 설욕한 뒤 네덜란드를 다시 1-0으로 물리치며 역사적인 유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아이슬란드에 밀려 조 3위로 떨어진 터키는 플레이오프를 치러 간신히 본선 진출권을 따냈지만, 4위로 완전히 탈락한 네덜란드는 비난 여론에 시달리며 거스 히딩크 감독이 경질되는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아이슬란드의 돌풍은 3년 전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조짐을 보였다. 스위스,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등과 예선을 치른 아이슬란드는 10경기에서 5승 2무 3패를 기록하며 스위스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했다.

아이슬란드는 마리오 만주키치, 루카 모드리치 등 세계적인 스타를 앞세운 크로아티아와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1차전 홈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아이슬란드는 2차전 원정에서 아쉽게 0-2로 패하며 탈락했지만, 이때의 경험과 자신감으로 사상 첫 유로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겨울 왕국' 아이슬란드, 어떻게 축구 배웠나

아이슬란드 축구의 급성장은 '발상의 전환' 덕분에 가능했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에 인조 잔디를 깐 실내 축구장을 대거 건설했다. 여기서 1년 내내 훈련하며 유망주를 발굴했다.

일찍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 선수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 빅리그로 거침없이 진출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실전 기량을 쌓았다. 유럽은 이들을 실내에서 축구를 배웠다는 뜻으로 '인도어 키즈'(Indoor kids)라고 불렀다.

스완지 시티에서 기성용과 손발을 맞춘 길피 시구르드손을 비롯해 아론 군나르손(카디프 시티), 콜베인 시구토르손(FC 낭트), 알프레드 핀보가손(아우크스부르크) 등이 현재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인도어 키즈 세대다.

여기에 아이슬란드의 '축구 영웅' 아이데르 구드욘센이 버티고 있다. 17세 때 아이슬란드 대표로 데뷔하고 PSV 아인트호벤, 첼시, FC 바르셀로나 등 명문 구단에서 활약했던 구드욘센은 2013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끈질긴 부름을 받아 복귀한 구드욘센은 37세의 나이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며 유로 2016 본선 진출에 기여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을 채워주고 그라운드에서 사령관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6 본선에서 포르투갈, 헝가리, 오스트리아와 F조에 속했다. 세계랭킹이나 상대전적에도 모두 아이슬란드를 앞서는 팀들이다. 하지만 기적을 일궈본 아이슬란드는 자신감이 넘친다.

과연 아이슬란드는 본선 무대에서도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까? 오는 15일 오전 4시 열리는 '우승후보' 포르투갈과의 첫 조별리그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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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유로 2016 아이데르 구드욘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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