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깜짝 은퇴 선언과 번복 해프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두산 투수 노경은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노경은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은퇴 선언과 번복 과정에서 구단에 느낀 서운한 심경을 토로하여 눈길을 끌었다.

노경은이 주장하고 싶었던 요지는, 그동안 구단의 입장을 충실히 따랐을 뿐인데 본인이 침묵하고있는 사이에 어느새 자신만 이상한 선수로 매도당했다는 억울함이다.

노경은의 주장에 따르면 감독의 갑작스러운 2군행 통보와 투구폼 변경 등 납득할 수 없는 지시가 많았음에도 일방적으로 따라야 했고, 이 과정에서 선수로서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구단 측에 대해서도 당초 휴가를 지시받았는데 언론을 통해 외부에는 무단이탈과 지시 불복종으로 알려지고, 결국에는 중간과정이 생략된 채 섣부른 은퇴선언과 번복을 한 문제아로 이미지가 매도당했다는 주장이다. 노경은을 취재한 기자 역시 '약자인 선수 개인의 권리가, 강자인 거대 구단에 의하여 유린받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서 인터뷰를 끌어나가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다시 논란 일으킨 노경은의 인터뷰 

노경은의 인터뷰가 알려진 직후 야구팬들의 여론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두산 구단은 아직까지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인터뷰는 현재 관련 포털에서는 삭제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SNS와 온라인 등을 통하여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미 퍼질대로 퍼졌다.

야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대체로 노경은에 부정적인 반응이 더 우세하다. 노경은을 비판하는 팬들은 대체로 노경은이 일련의 상황을 너무 자기중심적으로만 해석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선수와 감독간의 직접적인 소통 과정에 빚어지는 갈등, 혹은 구단과 선수간의 다른 이해관계에서 오는 충돌 등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물론 외부인이나 일반팬들이 일일이 알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제 3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판단이 가능한 객관적인 사실도 있다. 예를 들어 김태형 두산 감독이 노경은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꾸준히 그에게 기회를 줬다는 점이다.

감독이 노경은을 중요한 선수로 취급하지 않았더라면 그에게 그동안 마무리나 5선발같은 중책을 남들보다 먼저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일이 불러다가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 등을 지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지도방식이나 소통과정이 원할했느냐는 별개의 문제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노경은은 이미 한 번 은퇴를 하려다가 번복했다. 감독이나 구단에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노경은은 어린 선수도 아니고 30대를 넘긴 베테랑이다. 자신의 야구인생 전체가 좌우될 수 있는 결정임에도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경솔하게 처신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은퇴를 번복하고 구단에 돌아온지 며칠 되지도 않아 또다시 폭탄 발언으로 구단과 감독을 겨냥하며 두산을 발칵 뒤집어놨다.

냉정하게 실리적으로만 따져봤을 때도 노경은이 이런 폭로성 인터뷰를 통해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별로 없다. 노경은에 그나마 우호적이던 여론도 등을 돌렸다. 팬들 중에는 두산 구단이나 김태형 감독보다 오히려 노경은을 비판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산이 잔여 시즌동안 팀 분위기를 흐린 노경은을 다시 기용하는 것도 명분상 어렵고, 타 구단으로의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자극적인 인터뷰 탓? 두산도 내부 돌아봐야

특히 팬들은 노경은보다도 선정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를 더 문제삼고 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해당 기자는 시작부터 익명의 야구인이나 두산 고위층의 이름을 빌려 '노경은을 4차원, 문제아라고 지칭했다', '노경은이 나쁜 친구들이랑 어울린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등 노경은을 감정적으로 도발하는 듯한 질문을 잇달아 시도했다.

언뜻보면 약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취지를 포장하고 있지만, 한쪽의 감정적 입장에만 치우친 시각과 서술을 통해 오히려 의도적으로 선수와 구단간의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인터뷰가 공개되었을 때 선수에게 닥쳐올 후폭풍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만 부추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다만, 노경은이 이번 사태로 인하여 구단으로부터 또 다른 보복성 조치를 받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노경은의 언행이 비록 경솔했다하더라도 그가 구단으로부터 느꼈을 서운함은 모조리 개인의 피해의식으로만 매도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노경은과 김태형 감독간의 문제를 떠나 은퇴 선언과 번복, 임의탈퇴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구단과의 갈등은 명백히 두산 구단 측에도 책임 소지가 있다.

현재 리그 1위를 달리며 잘나가고 있는 두산에게 노경은 파동은 굳이 부각시키고 싶지 않은 치부일 것이다. 그러나 겉보기에 성과가 화려해도, 경직되고 수직적인 조직사회 내부에서 한 개인의 권리가 잊혀지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사례는 프로야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산 구단 역시 노경은의 돌발행동만 부각시키기에 앞서서  구단 내부의 지시 구조나 의사전달 체계가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