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고 나우(GO Now)>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너의 길을 가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고 나우(GO Now)>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너의 길을 가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 이수C&E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 속에 가장들은 실직하고 청년들은 갈 곳을 잃어버린 시절의 그곳. 평범한 고교생 코너(퍼디아 월시-필로 분)는 학비가 싼 카톨릭계 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지만 이곳의 상황은 거의 아비규환에 가까웠다. 우연찮게 학교 앞을 서성이던 미녀 라피나(루시 보인턴 분)를 만나 "밴드를 하고 있는데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여주인공이 필요하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부랴부랴 학교 친구들을 모아 록 밴드를 결성한다.

알려진대로 영화 <싱 스트리트>는 <원스> <비긴 어게인>을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신작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 중심에는 음악이 자리잡고 있다. 서정성 진한 포크로 짠한 울림을 선사했던<원스>와 최신 트렌디한 감성의 팝으로 채워졌던 <비긴 어게인>과 달리, <싱 스트리트>에는 1980년대 배경에 걸맞은 뉴 웨이브, 펑크, 모던 록 위주의 음악들이 등장한다.

<싱 스트리트>는 음악 영화이면서 소년들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위로 같잖은 위로는 뒤로하고, 대신 영화는 그 시절 록 음악과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평범한 10대들이 스스로 현실 속 장애물을 뛰어넘고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자아를 드러내게끔 도와준다. 존 카니 감독의 이전 작품, 또는 <스쿨 오브 락> 같은 음악-코미디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영할 작품이다.

 영화 <싱 스트리트>의 이야기 구조는 허술하지만, 음악의 힘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장점을 극대화한다.

영화 <싱 스트리트>의 이야기 구조는 허술하지만, 음악의 힘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장점을 극대화한다. ⓒ 이수C&E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나름의 볼거리를 선사했던 <비긴 어게인>과 달리 <싱 스트리트>에선 딱히 국내 관객들이 알 만한 배우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름값'과 상관없이 주요 배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의 열연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마치 국내 가수 겸 배우 육성재를 연상케하는 외모의 주인공 퍼디아 월시-필로, 코너의 형으로 등장해 나름의 백수 철학(?)을 들려준 잭 레이너 등은 향후 행보를 기대해도 좋을 만한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조는 카니 감독의 전작들이 비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아마추어 풋내기 학생들이 갑작스레 1급 밴드 못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코너와 라피나의 감정선 역시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족한 약점들을 채워주는 건 순전히 음악의 힘에 있다. '스테이 클린(Stay Clean)', '모터 헤드(motor head)', '맨이터(Maneater)', '팝 뮤직(Pop Muzik)' 등 1970~1980년대 팝-록 음악 명곡들과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신곡이 적절히 어울린다. 이로써 극중 10대들의 재기발랄함은 멋지게 표현된다.

이와 함께 듀란듀란, 스펜다우 발레 등 그 무렵 인기 밴드들의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한 '더 리들 오브 더 모델(The Riddle Of the Model)', '어 뷰티풀 씨(A Beautiful Sea)', '걸스(Girls)' 등의 창작곡은 마치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팝 음악처럼 어색하지 않게 존재감을 과시한다. 특히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고 나우(GO Now)'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너의 길을 가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긴 어게인>의 출연진 중 한 명이었던 애덤 리바인(마룬 5의 멤버)의 애잔한 감성을 담아낸 곡으로써, 극중 최고의 트랙으로 손꼽을 만하다. 영화는 5월 19일 개봉했다.   ★★★☆

닮은 듯 다른 아일랜드산 음악 영화

 영화 <커미트먼츠>는 1987년 발간된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커미트먼츠>는 1987년 발간된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 20세기폭스


(1) <커미트먼츠(The Commitments)> (1991)

국내에선 극장 개봉 없이 1992년 비디오로만 출시되었던 숨은 걸작. <페임>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등 만만찮은 음악 영화를 만든 앨런 파커 감독의 1991년 작품으로, 이듬해 영국 아카데미 어워드(BAFTA)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1987년 발간된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아일랜드 공장 노동자들의 1960년대 미국 흑인 소울 음악 도전기다. 영화는 이를 통해 힘들었던 시절 청년들의 자아 찾기를 <트라이 어 리틀 텐더니스(Try A Little Tenderness)> <노웨어 투 런(Nowhere To Run)> 등의 명곡 리메이크 버전과 함께 멋지게 그려냈다. (<원스> 글렌 한사드가 청년 시절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출연한다.) 특히 사운드트랙 음반은 별다른 싱글 히트곡 없이도 미국에서만 100만장 판매와 빌보드 앨범 차트 Top 10 진입이라는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 <킬링 보노>는 1970년대 말 고교 시절을 배경으로 그린 음악 코미디다.

영화 <킬링 보노>는 1970년대 말 고교 시절을 배경으로 그린 음악 코미디다. ⓒ 파라마운트 픽처스


(2) <킬링 보노(Killing Bono)> (2011)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을 제외하면 역시 국내에선 정식 극장 개봉되지 못한 작품이다. <킬링 보노>는 1970년대 말 고교 시절 라이벌 동창이 록 밴드를 결성, 인기를 얻게 되자 이를 질투한 청년 닐 맥코믹의 실제 좌충우돌 도전기를 그린 음악 코미디다. 주인공 닐이 경쟁상대(?)로 삼았던 동창은 다름아닌 보노, 그리고 U2 였다. 1982년 발매된 U2의 걸작 <워(War)>의 표지를 패러디한 포스터도 나름 재미를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싱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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