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힙합을 잘 모른다. 물론 랩도 정말 못한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는 평소 잘 듣지 않던 '힙합'이라는 장르, 특히 랩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사이먼 도미닉(아래 쌈디)가 <쇼미더머니5>에 출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시작은 이렇다. 지난 2014년 10월, 쌈디가 천안 나사렛대학교 무대에서 <쇼미더머니>를 폄하(디스)했던 발언이 새삼 회자되면서 부터였다. 당시 무대에서 쌈디는 "요즘 랩 다 하자나, 그래서 <쇼미더머니> 나가는 거 아니야? 욕 다 할 줄 아니까 <쇼미더머니> 나가는 거 아니야?"라며 <쇼미더머니>의 참가자들의 실력이 가볍다고 느껴질 발언을 했다. 또한 "우리한테 제일 먼저 섭외 들어왔어, 근데 우린 안 해, 그거 안 나가도 돈 잘 벌어"라며 출연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랬던 쌈디가 <쇼미더머니5>에 출연하자 네티즌들은 "돈이 필요한가 보네", "역시 인기 얻으려고 허세 부린 거였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포털 사이트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꽤 많이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쌈디는 왜 <쇼미더머니>에 나왔나?

Mnet 방송 갈무리 <쇼미더머니5>에 출연한 쌈디가 긴장으로 랩을 못하는 참가자와 함께 랩을 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

▲ Mnet 방송 갈무리 <쇼미더머니5>에 출연한 쌈디가 긴장으로 랩을 못하는 참가자와 함께 랩을 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 ⓒ Mnet


쌈디는 지난 11일, <피키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쇼미더머니5>에 출연하게 된 입장을 밝혔다.

"<쇼미더머니>가 힙합을 버려놓은 게 있거든요. 자극적인 것만을 강조해서 일반 대중들이 자극적인 것들이 힙합이라 받아들일 수 있어요. 진중하지 못한 거 보여주고 가벼운 모습 많이 보여줬어요." - 2016년 5월 11일 <피키캐스트> "왜 쌈디는 욕 먹으면서 쇼미더머니에 나갈까?" 중에서

그는 <쇼미더머니>가 힙합의 이미지를 왜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쇼미더머니>는 많은 논란을 만들곤 했다. 한 출연자는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출연자는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의 랩을 보이면서 논란이 되었다. 분명, 욕설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들, 성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들이 <쇼미더머니>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였다.

쌈디는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안 해도 제 인생이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내 생활을 바꾸기 위해서, 나를 바꾸기 위해서다"고 했다. 돈이나 명예가 목적이 아니라 세상에 나와서 자신이 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쌈디가 인터뷰를 한 이후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쇼미더머니5>에서 쌈디의 모습을 보면 그 생각도 조금씩 바뀔 수 있을 듯하다. <쇼미더머니>의 예선전 심사는 매우 간단하다. 프로듀서가 등장해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출연자들의 랩을 듣는다. 어떤 프로듀서는 한 사람의 랩을 3초도 듣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수없이 연습했을 사람들의 랩은 제대로 나오지 못한 채 빠르게 넘겨진다.

하지만 쌈디는 조금 달랐다. 그는 아무리 못한 참가자라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좋았는데 긴장을 많이 한 거 같아요", "가사를 더 또박또박 말하면 좋을 것 같아요" 등의 피드백이 전해진다. 한 명, 한 명 참가자들의 랩을 다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 격려와 심사평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다른 프로듀서들도 감탄한다.

지난 18일 올라온 <쇼미더머니5> 비하인드 영상에서는 긴장을 해서 랩을 잘하지 못하는 참가자를 위해서 쌈디가 함께 랩을 해주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참가자는 쌈디에게 "유 아 마이 아이돌"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참가자들의 실력과는 별개로 노력을 인정해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멋있다. 심지어 쌈디만은 심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참가자들의 마음도 돌려놓는다.

물론 다른 프로듀서들이 너무하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말처럼 <쇼미더머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고 실력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이 없는 참가자들을 빠르게 넘어가는 것은 타당한 행동이다. 그렇지만 쌈디의 모습에서 나는 어떤 종류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쌈디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

'쇼미더머니5' 사이먼도미닉-그레이, 기대되는 최강의 시너지 사이먼도미닉과 그레이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Mnet <쇼미더머니5>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쇼미더머니5>는 도끼-더 콰이엇, 사이먼도미닉-그레이, 자이언티-쿠시, 길-매드클라운 등 역대 시즌 사상 최강의 프로듀서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13일 밤 11시 첫 방송.

▲ <쇼미더머니5> 사이먼도미닉-그레이, 기대되는 최강의 시너지 사이먼도미닉과 그레이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Mnet <쇼미더머니5>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쇼미더머니5>는 도끼-더 콰이엇, 사이먼도미닉-그레이, 자이언티-쿠시, 길-매드클라운 등 역대 시즌 사상 최강의 프로듀서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13일 밤 11시 첫 방송. ⓒ 이정민


쌈디의 태도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 방송이 힙합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그의 말, 요즘 랩을 아무나 다 한다는 그의 말은 자신의 힙합에 대한 자신감, 한편으로는 우월감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쌈디가 출연 이유를 밝혔음에도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었다. 주목을 받기 위해 그가 <쇼미더머니>를 '디스'했고 지금은 아쉽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많았다.

하지만 쌈디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노력을 보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 때문에. 진심을 담아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려는 그의 모습 때문에. 힙합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도움을 하나라도 더 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 때문에.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쇼미더머니5>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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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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