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수안.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수안. ⓒ 이선필


연상호 감독은 말 그대로 한 계단씩 올라왔다. 국내에선 성인 애니메이션 내지는 잔혹 장르로 잘 알려진 그는 장편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애니메이션으로 자신만의 특징을 분명히 만들어 왔고 국내 나아가 세계 관객과 호흡해왔다.

첫 장편 <돼지의 왕>(2011)으로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그가 실사 영화 <부산행>으로 또 다시 칸을 찾았다. 아마도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실사 영화의 메가폰을 잡다니. 14일 오후(현지 시각 기준) 팔레 드 페스티벌 내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그는 "다시 찾은 칸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며 다시 칸을 방문한 소감부터 전했다.

예상 외 반응

13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된 <부산행>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국내에선 보기 힘든 좀비 장르물에 관객들은 여러 번 탄성을 지르며 한껏 반응했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 때는 분위기가 되게 안 좋았다"며 "잔인하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관객들도 많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을 연 감독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서울역>(2015)이었다. 노숙자를 바라보는 서울 시민들의 시각을 그대로 녹여낸 이 애니메이션은 <부산행>이 칸영화제에 초청되고 국내 개봉일을 확정하면서 일종의 프리퀄(속편이 전작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됐다.

"<돼지의 왕> 이후 '연상호 과연 칸 갈까?' 이런 기사가 매년 나왔어요. 그러다가 <사이비>(2013)가 초청받지 못하자 기사가 쏙 들어가더라고요. 뭔가 바늘방석에 앉은 느낌이랄까요. 칸에 처음 왔을 때 영화제 행사장 근처에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입간판이 있었는데 다시 와보니 그대로 있던데요? (웃음) 정말 변한 게 없이 익숙한 행사가 됐죠.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다음에 또 보자고 하던데 빈말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생각지 못했던 영화제 행사입니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경력을 쌓아오다가 처음 경험한 실사영화는 어땠을까. 연 감독은 "실사 영화는 다른 재미가 있다"고 귀띔했다. 다름 아닌 일단 완성을 해야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당일 촬영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연상호 감독에게 꾀 매력적이었다. 이에 비해 예산 문제 등으로 표현이 제한적인 실사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돼지의 왕> 때는 영수증 정리도 제가 했는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이번 영화에선 제가 그럴 필요가 없었죠. 보다 직관적으로 작업할 수도 있고요."

보편적이면서도 다른

 영화 <부산행> 스틸컷

영화 <부산행> 스틸컷 ⓒ NEW


순제작비 89억 원인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이 경험한 작품 중 가장 큰 예산이 들어갔다. 전작 <사이비>가 약 3억 8000만원이었고, <돼지의 왕>은 1억 5000만원에 찍었다. 흥행 면에서 분명 부담도 컸을 법 했다. 연상호 감독은 "예전까진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작품에 꽂혔다면, 이젠 아내나 내 어머니가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을 찾게 됐다"며 "보다 보편적인 관객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스스로는 보편적이라 했지만 막상 공개된 영화는 피가 난무하는 좀비물이다. "일종의 타자화 된 좀비들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이질적 장르인데 이게 사회적 함의가 많은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재해석 하는 세상은 무엇인가. 이걸 고민하며 <서울역>을 만들었죠. 어둡고 직설적인 영화예요. <부산행>은 그것보단 좀 상업적입니다. 보편적이면서도 약간은 차별화 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정도면 감독으로서 꽤 성공했다 보기 쉽지만 그는 계속 달리는 중이다. 연상호 감독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카이>가 지난 전주영화제 때 공개됐고, 또 다른 애니메이션 역시 제작 중이다. 상업 영화 연출에 안주하는 게 아닌 본인의 회사(스튜디오 다다쇼)의 대표로서도 그는 그 어렵다는 애니메이션 판의 부활을 위해 분투 중이었다. 조만간 그가 제작한 또 다른 IPTV용 성인 애니메이션도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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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칸영화제 부산행 공유 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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