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발투수 송은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 말 선발 투수로 나선 한화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 말 선발 투수로 나선 한화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투수 송은범이 시즌 8번째 선발 등판에서도 '첫 승'과 '마의 5이닝'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송은범은 1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1이닝 동안 7피안타·2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0-8로 완패하면서 송은범은 올시즌 5패째를 기록했다.

송은범은 올시즌 8번의 선발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나 선발승은 전무하고 5이닝 이상을 넘어선 것도 단 2번에 불과하다. 한화는 올시즌 총 18번의 선발 퀵후크를 기록했는데 이중 6번이나 송은범이 세운 기록이었다. 팀 퀵후크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34억 원에 데려온 송은범의 '퀵후크'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 말 선발 투수로 나선 한화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 말 선발 투수로 나선 한화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설적으로 조금 바꿔말하면 이는 송은범이 현재 한화 선발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꾸준히 마운드를 지킨 투수라는 의미도 된다. 송은범과 함께 그나마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던 알렉스 마에스트리마저 2군으로 강등당하며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투수는 이제 송은범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등판만 꾸준했을 뿐 실속은 별로 없었다. 송은범은 8경기나 등판했음에도 고작 33.2이닝(평균 4.2이닝)을 지키는 데 그쳤다. 선발 투수치고는 정말 특이하게도 규정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송은범과 등판 횟수가 비슷한 선발투수들이 대부분 50이닝, 낮게 잡아도 40이닝 이상을 넘긴 것과 대조된다. 송은범이 등판한 경기에서 한화의 팀 승률도 2승 6패에 불과하다.

송은범은 최근 3년간 평균자책점이 7점대를 넘겼고 올해도 6.15로 부진하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중에 송은범보다 자책점이 높은 선수는 삼성의 외국인 투수 앨런 웹스터(6.36) 한 명 뿐이다. 그나마 웹스터도 송은범보다는 훨씬 많은 46.2이닝을 소화하며 2승이나 거뒀다.

한화는 2015년 FA가 된 송은범을 영입하기 위하여 4년 34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당시에도 이미 슬럼프에 빠져있던 송은범에게 너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전력보강에 다급했던 한화는 주저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SK 시절 송은범의 최전성기를 함께했던 김성근 감독에 대한 믿음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한화에서 벌써 두 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송은범이 가져다준 승수는 고작 2승(14패)뿐이다. 그나마 선발승은 딱 한 번(2015년 7월 28일 두산전)이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1승당 무려 17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선발로서 이닝이터 역할을 잘해준 것도 아니다. 송은범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41경기 중 총 22경기에서 선발로 나섰음에도 총 104이닝(2015-2016시즌 합산)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불펜으로만 활약 중인 권혁(136이닝)이나 박정진(117.1이닝)보다도 떨어지는 이닝 소화력이다.

계속되는 송은범의 부진과 빈번한 퀵후크의 악순환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송은범 본인의 책임과 한화 벤치의 직무유기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각각 분석할 수 있다.

현재 송은범의 부진은 구위나 구속 같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커 보인다. 한마디로 경기가 조금만 안 풀리거나 주자가 나가기만 하면 '도망가는 피칭'을 한다. 안타를 맞을까 하는 두려움에 자신 있는 공을 던지지 못하다 보니 제구력은 흔들리고 볼카운트는 점점 쫓기게 된다.

특히 송은범에게는 올 시즌 5회가 마의 벽이었다. 송은범은 올 시즌 초반 비교적 경기내용과 투구 수에서 잘 풀어간 경기에서도 5회에는 거의 반드시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12일 기아전에서도 어김없이 5회 들어 사구와 안타를 내주며 교체됐다. 투구 수는 76개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화 벤치는 송은범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했다. 올 시즌 여러 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벤치가 송은범에게 오랜 이닝을 맡기는 것에 대한 신뢰를 잃은 모습이다.

악순환의 책임, 송은범만의 탓은 아니다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 말 선발 투수로 나선 한화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 말 선발 투수로 나선 한화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오로지 송은범 혼자만의 책임일까 하는 점이다. 과연 누가 송은범을 이렇게 나약하고 소극적인 투수로 만든 것일까.

'송은범이 못해서 퀵후크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경기도 있지만, 반대로 '송은범을 일찍 내린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은' 경기도 분명히 있었다. 4월 22일 두산전(5.2이닝 2실점. 투구 수 76개), 5월 3일 SK전(4.1이닝 1실점, 투구 수 84개) 등은 송은범이 올 시즌 비교적 호투했던 경기들이다. 당시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승리투수 자격을 얻을 수도 있었다.

지난 12일 기아전만 해도 송은범을 내린 후 일찍 불펜 필승 조를 가동했지만, 오히려 믿었던 박정진이 홈런 포함 연속 3안타를 내주며 아예 경기 흐름을 완전히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퀵후크 1위를 기록하고도 팀 승률과 자책점 모두 꼴찌라는 기록 자체가 한화 스타일의 야구가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화의 빈번한 퀵후크와 벌떼 야구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선수들의 심리적인 측면이다. 한 팀의 주축 선발투수라면 스스로 한 경기를 자신의 힘으로 끌고 간다는 책임감과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그런데 선수의 책임감은 바로 벤치의 굳건한 신뢰와 의지에서 비롯된다. '선발 야구'를 중시하는 팀들이 웬만해서는 선발투수들을 5이닝 이상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은, 한화처럼 매 경기 승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긴 안목에서 시즌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발들이 제 몫을 다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희생과 책임만을 강요하기 전에 믿음과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투혼도 그만한 보람이 있을 때나 자발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조금만 부진해도 금방 교체당할 투수라면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감독이 나를 믿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주자가 나가거나 위기를 맞을 때마다 늘 벤치의 눈치나 볼 수밖에 없다. 설사 잘 던져봐야 오늘도 승리투수가 되기 어렵다는 생각에 의욕은 떨어진다. 어느 시점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스스로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지레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눈앞의 1승에만 일비일희하다가 결국 벤치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선발투수의 '한계'를 만들어버리는 꼴이 된다.

겉보기에 한화 벤치는 송은범에게 충분히 '기회'를 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신뢰'는 보여주지 않았다.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줬더라면 송은범도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던 기회는 분명히 있었고, 만일 1·2승만 거뒀더라도 이후 송은범의 투구내용과 자신감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이는 비단 한화 선발 중에서 송은범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화 마운드의 빈번한 퀵후크를 둘러싼 모순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화 벤치가 앞으로도 34억짜리 송은범을 선발투수로서 '제대로 활용할 의지'가 있다면, 이런 식의 기용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고작 3~4이닝짜리 소모품용 선발투수를 구하기 위하여 구단이 그런 거액을 바쳐야 했던 것일까.

선발투수로서의 기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아예 불펜으로 돌리거나 2군에 보내서 확실한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꾸역꾸역 등판 일정만 채우면서 팀의 승리에도, 불펜 부담을 줄이는데도 보탬이 되지 않는 퀵후크 기용법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결국, 송은범도 망가지고 한화 마운드도 수렁에 빠지는 악순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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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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