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FC 서울 아드리아노가 슛를 하기 위해 공중으로 점프하자 포항 스틸러스 골키퍼가 신화용이 공을 잡고 있다.

▲ 창과 방패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FC 서울 아드리아노가 슛를 하기 위해 공중으로 점프하자 포항 스틸러스 골키퍼가 신화용이 공을 잡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화젯거리인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FC 서울의 외국인 공격수 아드리아노를 꼽을 수 있다. 아드리아노가 또 한 번 신들린 활약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서울은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KEB하나은행 FA컵 32강 대구FC와의 경기에서 홀로 4골을 몰아친 아드리아노의 활약에 힘입어 4-2 대역전승을 따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축구에서 흔히 혼자 힘으로 경기를 지배하거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를 흔히 '크랙(Crack)이라고 부른다. 아드리아노는 그야말로 크랙이라는 수식어의 좋은 예다.

견고했던 수비벽, 단숨에 휘저은 한 명

동점이요! 지난 4월 3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2016시즌 첫 슈퍼 매치에서 후반전 FC 서울 아드리아노가 동점골을 넣고 있다.

▲ 동점이요! 지난 4월 3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2016시즌 첫 슈퍼 매치에서 후반전 FC 서울 아드리아노가 동점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은 이날 대구의 두꺼운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에 고전하며 세징야에게 먼저 두 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선발 출장한 데얀과 박주영 투톱은 결정력에서 번번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용수 감독은 참다못해 후반 10분 아드리아노를 투입했고 이때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아드리아노는 동료들을 활용하는 지능적인 움직임과 문전에서의 순간적인 공간침투로 대구를 흔들었다. 후반 29분과 32분 아드리아노의 연속골로 승부는 단숨에 원점이 됐다. 아슬아슬한 승부가 이어지는 연장에서도 전반 13분 아드리아노가 기어코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아드리아노는 경기 종료 직전 프리킥으로 또 한 골을 추가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교체 투입하여 한 경기 4골을 몰아치는데 걸린 시간은 65분이면 충분했다.

사실 이 날 대구의 경기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대구 골키퍼 조현우는 비록 4실점을 내줬음에도 경기 내내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경기 중반까지 서울의 공격을 여러 차례 무력화시켰다. 대구는 올 시즌 2부 리그 챌린지 소속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8경기에서 5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등 총실점이 3점에 불과할 만큼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아드리아노 한 명에게 이날 한 경기에서만 4골을 내줬다. 역설적으로 축구에서 한 명의 선수가 경기를 얼마나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승부였다.

아드리아노의 득점 페이스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2016시즌 서울 소속으로만 16경기에 출전하여 벌써 20골(5도움) 고지에 등극했다. K리그 클래식 9경기 6골(3도움), AFC 챔피언스리그 6경기 10골(2도움), 그리고 FA컵 1경기 4골이다. 3개 대회에서 모두 득점 선두다. 국내 프로축구 사상 초유의 한 시즌 득점 3관왕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13년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무리퀴가 기록한 ACL 역대 한 시즌 최다 골(13골) 기록 경신에도 도전하고 있다.

특히 아드리아노의 진가는 몰아치기다. 해트트릭 이상을 기록한 경기만 벌써 3번이다. 지난 2월 23일 태국 부리람과의 ACL 조별리그 1차전 원정경기에서 4골을 뽑아냈고, 3월 1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조별리그 2차전 홈경기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한 바 있다.

애초 서울의 2016시즌을 전망할 때 많은 이들은 3년 만에 K리그에 돌아온 데얀의 가세에 더 주목했다. 데얀은 설명이 필요 없는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다. 더구나 서울은 토종 공격진도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아드리아노의 득점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물론 동료들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을 상대하는 팀들은 데얀과 다카하기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 아드리아노에게만 수비를 집중하기가 어렵다. 서울은 올 시즌 신진호와 주세종 등의 합류로 미드필드진까지 강화됐다. 아드리아노의 출장시간은 경기당 79.4분 정도로 팀의 핵심 공격수치고는 뜻밖에 많은 시간이 아니다. 그만큼 좋은 동료들이 많으니 로테이션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고 대구전처럼 힘을 비축해놨다가 후반 교체 투입되어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플레이도 가능했다.

서울에서 아드리아노의 경기 스타일도 약간 변했다. 아드리아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골 결정력은 좋아도 골문 근처를 벗어나면 활동량이 적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종종 느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올 시즌에는 아드리아노가 경기 내내 최전방에서 더욱 활발한 움직임으로 볼이 없을 때도 상대 수비진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장면이 크게 늘었다. 서울의 득점 장면을 지켜보면 아드리아노가 직접 득점을 올리지 않더라도 부지런히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창출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최용수 감독이 지난해부터 아드리아노의 플레이를 평가할 때 적극적으로 주문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너무 잘해서 탈인 아드리아노, 앞으로가 더 숙제

'비켜'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FC 서울 아드리아노와 포항 스틸러스 박선주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비켜'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FC 서울 아드리아노와 포항 스틸러스 박선주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 내 위상이 아드리아노를 압도하는 대선배 데얀이 가세하며 내부 경쟁이 강화된 점은 아드리아노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좋아지며 본인이 많이 움직일수록 자신의 득점뿐 아니라 팀전체의 공격도 살아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다만 아드리아노가 '잘해도 너무 잘하다 보니' 서울 팬들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스럽다. 그의 주가가 올라갈수록 자칫 다른 팀에 빼앗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또한 비례한다. 실제로 아드리아노의 골 감각이 이슈가 되면서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조만간 해외에서 연락 오겠네"식의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중국이나 중동 등에서 최근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최근 K리그의 스타급 선수들을 노리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됐다. 전북만 해도 지난 시즌 중반 한창 잘나가던 시점에 주포 에두를 중국 2부 리그 팀인 허베이에 빼앗겨야 했고,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서는 주전 센터백 김기희가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기도 했다. 서울은 2013시즌이 끝나고 데얀-하대성 등이 잇달아 중국에 진출했고 최용수 감독도 시즌 중 중국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아드리아노는 아직도 만 28세의 한창나이다. 2011시즌부터 2년간 다롄 스더 소속으로 중국리그도 경험해본 적이 있다. 물론 당시에는 리그 적응에 실패하며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K리그를 거치며 몇 년 사이에 기량과 주가는 그때와 비교도 안될 만큼 급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아드리아노가 이런 활약을 이어간다면 브라질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될 만 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최근에는 중국파인 지우(산둥), 헤나투 아우구스투(베이징궈안),  알렉스 테세이라(장쑤쑤닝)등 아시아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도 브라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게 드물지 않은 시대다. 설사 대표팀과 인연이 없더라도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아드리아노의 주가가 치솟을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서울은 아드리아노를 뺏기고 싶지 않겠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서울은 올 시즌 내 아드리아노가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시점에 최대한 많은 우승컵에 도전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아드리아노가 날아다닐수록 서울의 행복한 고민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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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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