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ile photo dated 17 May 2014 Udinese's coach Francesco Guidolin waves supporters at the end of the Italian Serie A soccer match Udinese Calcio vs UC Sampdoria at Friuli stadium in Udine, Italy. Francesco Guidolin will be head coach at Swansea City until the end of the season, the club announced on 18 January 2016. Guidolin will work with interim manager Alan Curtis - who replaced Garry Monk last month after Monk's firing - and will also have final say on team selection, the Premier League club said 18 January 2016.

스완지시티가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과의 재계약을 지난 11일 체결했다. 사진은 2014년 5월 17일 당시. ⓒ 연합뉴스/EPA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스완지시티가 올 시즌 팀의 1부 리그 잔류를 이끈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스완지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선수이자 국가대표 캡틴 기성용의 거취에도 향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스완지는 11일(현지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귀돌린 감독과의 2년 재계약 사실을 알렸다. 아울러 "스완지처럼 환상적인 클럽을 계속해서 지휘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 행복하다"는 귀돌린 감독의 소감도 함께 실었다.

스완지에 귀돌린 감독은 구세주다. 게리 몽크 전 감독이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 중에 경질되고 스완지는 한때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귀돌린 감독이 부임한 이후 리그 15경기에서 7승 3무 5패로 선전하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스완지는 최종전을 남겨둔 현재 12승 10무 15패로 11위까지 순위가 상승하며 일찌감치 내년에도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한 상황이다.

단기 계약에서 재계약으로... 기성용에게는 적신호?

귀돌린 감독은 애초 올 시즌까지만 팀을 맡는 단기계약 형태로 스완지의 지휘봉을 잡았다. 스완지의 올 시즌 성적 여부에 따라 유동적인 계약이었지만, 많은 이들은 귀돌린 감독이 1부 리그 잔류 여부를 떠나 내년에도 팀을 맡을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귀돌린 감독이 고령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뜬소문도 있었고, 일각에서는 모국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부임설이 나오기도 했다. 오히려 과거 스완지를 이끈 경험이 있는 브랜든 로저스 감독의 차기 시즌 복귀 가능성이 최근까지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스완지가 예상보다 순탄하게 1부 리그 잔류를 확정 짓고 구단 역시 귀돌린 감독의 지도력에 만족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국내 팬들은 귀돌린 감독의 잔류로 기성용의 입지가 불투명해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팀 내 부동의 주전이자 2014~2015시즌 스완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던 기성용은, 올 시즌 후반기 귀돌린 감독이 부임한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귀돌린 감독도 처음부터 기성용을 밀어냈던 것은 아니다. 귀돌린 체제에서도 한동안 주전 자리를 이어가던 기성용은 지난 2월 뇌진탕 증세와 발목 부상이 겹친 뒤 팀 내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결정타가 된 것은 오히려 부상에서 회복하고 3월 A매치 휴식기를 거쳐 치른 지난 3월 20일 애스턴 빌라와의 리그 31라운드 경기였다. 기성용은 선발로 출전했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전반 45분 만에 교체됐고, 스완지는 기성용이 빠진 이후 후반 결승 골을 넣으며 1-0으로 신승했다.

이후 귀돌린 감독은 기성용을 무려 5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했다. 이 기간 기성용은 네 번이나 교체명단에 포함되었으나 경기에 출전한 것은 한 번뿐이었다. 귀돌린 감독은 기성용의 빠진 중원에서 잭 코크-레온 브리턴-르로이 페르로 이어지는 볼란치 조합을 가동했다.

그나마 스완지의 1부 리그 잔류가 확정된 이후 시즌 막바지인 37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오랜만에 다시 선발출장의 기회를 잡은 기성용은, 이날 자신의 리그 2호 골이자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으며 4-1 대승에 힘을 보태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귀돌린도 기성용을 포함하여 그간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상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써 귀돌린 감독의 잔류가 기성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귀돌린 감독은 기성용에 대하여 별도의 평가를 언급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올 시즌 스완지의 경기운영과 기성용의 입지 변화를 통하여 귀돌린 감독의 성향은 어느 정도 추측해볼 수 있다.

기성용의 빈자리를 메운 페르-코크-브리튼 등은 조금 더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들이다. 귀돌린 감독은 이탈리아 시절에도 두 명 이상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나란히 세우는 수비적인 3선 운용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선호하는 지도자다. 기성용은 후방에서 경기조율과 전진 패스에 능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역할이지만, 사실 대인 방어능력이나 활동량은 수비형 미드필더치고는 조금 떨어진다는 게 약점으로 지목되어왔다.

지도자가 자신의 전술적 성향에 맞지 않는 선수를 다시 중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귀돌린 감독처럼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올 시즌은 단기계약 체제에서 기존의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갔다면 재계약을 맺은 다음 시즌에는 자신이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들로 대대적인 선수단 물갈이를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

세 번째로 맞은 위기, 기성용은 돌파할 수 있을까

인터뷰하는 기성용  축구 국가대표팀 기성용이 태국과의 친선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지난 3월 2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 인터뷰하는 기성용 축구 국가대표팀 기성용이 태국과의 친선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지난 3월 2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성용이 유럽 진출 이후 주전 경쟁에서 위기를 맞이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첫 유럽 진출이던 2010년 셀틱 시절이다. 기성용은 당시 자신을 영입했던 토니 모브레이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후임 닐 레넌 감독 체제에서는 한동안 찬밥 신세를 당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는 유럽 진출 초기의 적응기였고 기성용의 플레이스타일도 완성되지 않았을 때였다. 기성용은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하며 셀틱 부동의 주전으로 거듭났다.

두 번째 고비는 2013년 바로 스완지 이적 이후였다. 기성용은 첫해만 해도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주전으로 중용됐으나 시즌 후반기에는 갈등을 빚었다.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부상 회복과 대표팀 조기 합류를 원했던 기성용은 라우드럽 감독으로부터 태업을 안 하는 오해를 받으며 눈 밖에 났고 다음 시즌 결국 선덜랜드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결과적으로 기성용은 선덜랜드의 강등권 탈출에 이바지하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고, 라우드럽 감독은 오히려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기성용에 대한 신뢰가 두텁던 게리 몽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지난해 기성용은 스완지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EPL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세 번째 고비라고 할 수 있는 현재 스완지에서의 상황도 핵심은 결국 '감독과의 궁합과 신뢰' 여부다. 기성용은 적어도 귀돌린 감독과는 과거 라우드럽이나 최강희 대표팀 감독 시절처럼 특별한 불화의 조짐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기성용을 보유한 역대 유럽 감독들은 패스와 점유율 위주의 축구 철학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연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술적인 유연성을 중시하는 귀돌린 감독은 점유율이나 플레이메이커의 비중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이미 20대 후반에 접어드는 기성용이 다시 스타일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귀돌린 감독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성용을 바라보는 현지 여론이 지난해와 180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올 시즌 기성용이 예년보다 부진하면서 <사우스 웨일스 이브닝 포스트> <웨일스 온라인> 등 지역 언론들은 빈번한 혹평을 쏟아주었다. 팬 여론조사를 통해 기성용을 다음 시즌 스완지를 떠나야 할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수년간 팀에 헌신해온 선수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이면서 결국 '외국인 선수'일 수밖에 없는 기성용의 팀 내 입지를 바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기성용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미 EPL에서 기성용은 한 팀의 주전으로 자신의 실력이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수년간 충분히 증명해왔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스완지에 잔류한다고 해도 현상유지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하반기부터 월드컵 최종예선에 돌입하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할 일이 많은 기성용으로서는 지금 같은 정체된 환경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올여름 기성용의 거취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해야 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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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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