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8일) 저녁 빅 버드에는 1만8031명의 대관중이 모여들었다. 또 하나의 슈퍼매치가 얼마나 뜨거웠는가를 입증하는 자리였다.

주중에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 때문에 어린이날 경기 일정을 잡지 못한 네 팀이 맞붙어 모두 어웨이 팀이 3골씩을 터뜨리며 이겼다. 좀처럼 보기 드문 맞대결이었다. 5월의 초록 그라운드가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8일 오후 5시 수원 빅 버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이동국의 대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3-2 펠레 스코어로 이겼다. 전북은 이 귀중한 승리를 발판으로 선두 FC 서울과 같은 승점(19점)을 올리며 3위 성남 FC(18점)와 함께 흥미진진한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되었다.

수원 신세계, 135초 사이에 경고 누적 퇴장 불명예

관중 향해 달려가는 이동국 2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 도쿄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추가골을 성공시키고 관중을 향해 달려고 있다.

전북 현대가 8일 오후 5시 수원 빅 버드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경기에서 이동국의 대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3-2 펠레 스코어로 이겼다. 사진은 지난 2월 23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 도쿄의 경기에서 이동국이 추가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는 모습.(자료 사진) ⓒ 연합뉴스


올해 K리그 클래식 순위표에서는 8라운드까지 한참 밀리고 있지만 홈 팀 수원 블루윙즈는 축구의 자존심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싶지 않은 팀이다. 더구나 이 경기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제2의 슈퍼매치라 불릴 정도로 관심을 많이 끌었던 경기였다.

2015 K리그 클래식 최종 순위에서 우승 팀 전북에 승점 6점이 모자라 아쉽게 2위에 머문 수원 블루윙즈는 올해 출발이 좋지 않다. 지난달 2일 홈 경기로 열린 상주 상무와의 맞대결에서 2-1로 이긴 것이 올해 정규리그 유일한 승리 기록이다. 팀 순위가 8위(이 경기 후 9위)까지 내려가 있어서 너무 낯설다.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G조에서도 샹하이 상강(중국), 멜버른 빅토리(호주)에게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더구나 지난 4월 30일 오후 3시 빅 버드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FC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도 산토스가 이른 시간에 선취골을 터뜨렸지만 후반전에 아드리아노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그래서 수원으로서는 이번 전북 현대와의 제2 슈퍼매치는 꼭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

경기 시작 후 15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빅 버드 그라운드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홈 팀 수원 블루윙즈의 멋진 선취골이 터졌기 때문이다. 15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전북 수비수 임종은의 머리에 맞고 방향이 바뀐 공을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 구자룡이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 슛으로 차 넣었다.

수원의 초반 기선제압은 분명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40분에 터져나왔다. 거친 몸동작을 마다않는 선수들의 충돌에 불안하기는 했지만 스로인 상황에서 노란딱지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수원 블루윙즈 오른쪽 풀백 신세계는 37분 10초경, 전북 미드필더 장윤호의 발리슛을 막기 위해 발을 약간 높이 들어 킥을 방해하다가 김종혁 주심으로부터 첫 번째 경고를 받았다. 그리고 39분 25초경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신세계가 두 장의 노란딱지를 받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35초였다.

오른쪽 옆줄 밖에서 스로인을 하기 위해 머리 위에 공을 들고 신세계가 조금씩 전진하며 시간을 끌었던 것이 이유였다.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세계의 행동은 시간 지연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 판정 때문에 수원 벤치에서는 억울하다며 난리가 났다. 서정원 감독도 흥분했고 더 거세게 항의한 신범철 골키퍼 코치는 퇴장 조치됐다. 그러나 FIFA(국제축구연맹)가 명시한 축구 규칙 12조 '반칙과 불법 행위-플레이 재개 지연' 항목에 "스로인 또는 프리킥의 실시를 지나치게 지연하기"의 경우에는 주심이 경고를 주게 되어 있기 때문에 김종혁 주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결정적인 변수가 또 하나의 슈퍼매치에 임하는 수원 블루윙즈의 파란 열정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후반전에는 전북의 대역전승 공식이 차근차근 펼쳐졌다.

이동국, 펠레 스코어 결승골

후반전 시작 후 비교적 이른 시간에 전북의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48분, 전북 골잡이 이동국이 오른쪽으로 넘겨준 공을 미드필더 김보경이 잡지도 않고 오른발 발리 크로스로 한교원을 노린 것이 일품이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한교원이 몸을 날려 헤더로 마무리했다.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부드러움과 효율성이 느껴지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일단 한숨을 돌린 전북의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은 그로부터 4분 뒤에 한꺼번에 두 선수(루이스, 서상민)를 교체로 들여보내며 역전승을 이루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이 선택은 최강희 감독의 '신의 한 수'가 됐다. 루이스는 역전골 득점에 이어 이동국의 추가골을 도왔다.

전북의 역전골은 선수 교체 후 단 4분 만에 나왔다. 56분, 이재성의 역습 드리블이 빠르게 전개되었고 김보경의 짧은 패스가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루이스를 빛낸 것이다. 교체 선수 루이스는 89분에 수원 블루윙즈 교체 선수 곽광선이 어설프게 드리블하는 것을 밀어내며 이동국의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도왔기에 최강희 감독의 안목이 탁월했음을 입증해 주었다.

50분 넘게 10명이 뛰면서 힘들게 버틴 수원 블루윙즈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듯 후반전 중반에 날카로운 역습을 펼치며 전북의 골문을 여러 차례 위협했다. 하지만 전북 골키퍼 권순태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 행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수원 블루윙즈 골잡이 김건희의 왼발 중거리슛이 위력적으로 날아온 66분, 전북 골키퍼 권순태는 왼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70분에도 수원 블루윙즈 왼발 듀오 염기훈과 권창훈이 단짝 호흡을 자랑하며 권창훈의 왼발 돌려차기가 아슬아슬하게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지만 권순태가 빼어난 순발력으로 팔을 뻗어 공을 잡아냈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에는 김건희의 오른발 패스를 받은 염기훈이 달려들며 오른발로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남아 있는 시간이 수원 블루윙즈에게는 너무나 모자랐다. 펠레 스코어까지 따라 붙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전북은 오는 14일(토) 오후 2시 전주성으로 광주 FC를 불러들여 10라운드 홈 경기를 한다. 아쉽게 역전패한 수원 블루윙즈는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 FC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번째 수원 더비 매치를 치르게 된다.

한편, 이보다 먼저 2시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위 FC 서울과 9위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은 예상 밖으로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가 3-1로 완승을 거뒀다. 이 덕분에 'FC 서울-전북 현대-성남 FC'의 선두권 다툼이 더욱 흥미롭게 됐고, 하위권에 내려가 있던 포항도 4계단을 껑충 뛰어올라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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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결과(8일 오후 5시, 수원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2-3 전북 현대 [득점 : 구자룡(15분), 염기훈(90+3분,도움-김건희) / 한교원(48분,도움-김보경), 루이스(56분,도움-김보경), 이동국(89분,도움-루이스)]

◎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김건희
AMF : 염기훈, 산토스, 권창훈(71분↔백지훈), 이상호(61분↔고승범)
DMF : 조원희
DF : 양상민(61분↔곽광선), 이정수, 구자룡, 신세계(40분-경고 누적 퇴장)
GK : 노동건

◎ 전북 선수들
FW : 이동국
AMF : 로페즈(52분↔서상민), 이재성, 한교원(63분↔레오나르도)
DMF : 장윤호(52분↔루이스), 김보경
DF : 최재수, 임종은, 최규백, 최철순
GK : 권순태

◇ 2016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순위표
1 FC 서울 19점 6승 1무 2패 18득점 9실점 +9
2 전북 현대 19점 5승 4무 16득점 10실점 +6
3 성남 FC 18점 5승 3무 1패 16득점 8실점 +8
4 제주 유나이티드 14점 4승 2무 3패 18득점 13실점 +5
5 포항 스틸러스 12점 3승 3무 3패 11득점 10실점 +1
6 상주 상무 11점 3승 2무 4패 14득점 17실점 -3
7 광주 FC 11점 3승 2무 4패 10득점 13실점 -3
8 울산 현대 11점 3승 2무 4패 7득점 10실점 -3
9 수원 블루윙즈 9점 1승 6무 2패 12득점 14실점 -2
10 수원 FC 8점 1승 5무 3패 8득점 15실점 -7
11 전남 드래곤즈 7점 1승 4무 4패 9득점 12실점 -3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4점 4무 5패 6득점 14실점 -8
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블루윙즈 전북 현대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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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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