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서 박태석 변호사를 연기한 이성민. <기억>은 그렇고 그런 알츠하이머 드라마가 아니었다.

지난 7일 종영한 tvN <기억>. 이성민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변호사 박태석을 연기했다. ⓒ tvN


지난 7일, tvN 금토드라마 <기억>이 종영했다.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선고받은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성민 분)이 남은 인생을 걸고 마지막 변론을 펼치는 내용을 주로 다룬 드라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기억'이라는 단어를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이라고 정의한다. <기억>의 주인공 박태석은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면서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박태석이 간직하거나 다시 생각해 낸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박태석이 부와 맞바꾼 많은 것들

주인공 박태석은 대형 로펌 태선의 에이스 변호사다. 방송에도 출연하는 유명 변호사로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 그가 다루는 사건들은 주로 대기업들의 이익을 늘려주고, 그들의 어두운 면을 숨겨주는 것들이 대부분. 그로 인해 박태석은 막대한 부를 누리며 살아가지만, 동시에 많은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첫 번째로는 변호사로서의 신념이다. 태석은 대형 병원의 의료사고를 숨겨주고, 진실을 밝히려는 고발자를 협박한다. 덕분에 정작 파트너인 정진 변호사(준호 분)에게는 비난을 받는다. 변호사인 박태석에게 중요한 진실은 진정한 의미의 진실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결과를 위한 진실. 그는 그렇게 변호사로서의 신념과 명성을 맞바꾸며 살아간다.

두 번째로는 가족이다. 박태석은 15년 전 전처 나은선(박진희 분) 사이에서 낳은 아들 동우를 뺑소니 교통사고로 잃었다. 일을 하느라 동우와의 약속, 은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그 결과는 동우의 죽음이었다. 그로 인해 은선과 사이가 멀어져 결국 이혼했다. 지금의 박태석에게는 새로운 아내 서영주(김지수 분)와 그 사이에서 낳은 새로운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과도 많은 갈등이 생긴다. 딸 연우와의 약속은 자꾸만 지키지 못하고, 아들 정우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아버지에게 털어놓지 못한다. 그렇게 박태석은 훌륭한 변호사이지만 훌륭한 아빠는 되지 못했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

 박태석의 꿈에서 나타나는 피에로.

박태석의 꿈에서 나타나는 피에로. ⓒ tvN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이후 박태석은 기억을 잃어간다. 전 부인 나은선의 집에 가 죽은 아들 동우를 찾는 다거나, 차를 주차한 곳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맨다. 그리고 자꾸만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죽은 아들 동우가 나와서 아빠를 부르고 피에로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나서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제가 안 죽였어요. 정말이에요. 변호사님은 제 말 안 믿는 거죠?"
"누구야. 너는?"
"날 기억 못 하는 거에요?"

박태석은 피에로와 관련된 사건을 찾아보지만 알아낼 수 없다. 또한, 현재의 기억이 사라질수록 과거 동우에 대한 기억들은 자꾸만 선명해져 괴롭다. 게다가 아들이 사고를 당한 장소에는 누군가 꽃을 가져다 놓는 이상한 일도 발생한다. 그로 인해 잊고 살았던 동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더 늦기 전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서 박태석은 조금씩 변화한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행동도 했던 그는 성추행을 당하다가 복수를 위해 카드를 훔친 여학생을 도와주고 폭행당하고 이혼을 당하게 되는 상대편을 위해서 몰래 증거를 전달하는 일들을 행한다. 처음에는 박태석을 속물이라 여겼던 정진 변호사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함께하게 된다.

진실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박태석

 tvN <기억>에서 이성민은 갑작스레 닥친 알츠하이머를 통해, 잊고 있던 아들 동우의 뺑소니 사건을 떠올린다.

마주 앉은 박태석(이성민 분)과 이승호(여회현 분). ⓒ tvN



박태석은 그동안 자신이 잃었던 것들을 찾기 위해서,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 행동하기 시작한다. 먼저, 그동안 멀어졌던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따돌림당하던 아들이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박태석은 아들을 믿어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또, 묻어뒀던 아들 동우의 죽음에 대한 추적을 시작한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지만 그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계속 움직인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범인 이승호(여회현 분)에게 말한다.

"동우한테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싶다면 네가 지은 죄에 대한 응당한 무게를 짊어져.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얼마나 비겁했는지 평생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 용서를 빈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끝난 게 아니다. 무거운 죄책감을 평생 네가 짊어지고 있는 힘껏 사는 거다."

아들을 죽인 범인에게 증오를 쏟아내는 대신 힘껏 살아가라고 말하는 박태석. '동우'라는 이름을 상처로 안고 살아가는 대신, 새로운 희망으로 삼아 살아가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떠안고 감옥에 들어가려는 이승호에게 태석은 그것은 '진짜 진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박태석은 누명을 쓰고 '희망 슈퍼 살인사건' 피의자가 된 권명수를 믿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진실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마지막 변론을 통해 피고인에게 용서를 구한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좋은 의미로 기억될 겁니다. 하지만 피고인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절망이라는 의미로 다가올 게 분명합니다. 라면 한 봉지를 사기 위해 들렸던 희망 슈퍼에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고인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피고는 피범벅이 된 할머니를 둔 채 돈을 훔쳐 도망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5년은 피고인에게 너무 가혹한 형벌이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힘 있는 권력자의 자식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죠. 그 점에 있어서 피고인의 첫 번째 변호인이었던 본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머리 숙여 용서와 사죄를 구하고 싶습니다.

가난하고 기댈 것 없는 피고인의 호소에 귀 기울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피고인에게서 희망을 빼앗은 사람은 본 변호인을 비롯해 정의 실현에 앞장선다는 경찰, 검찰, 그리고 힘 있는 권력자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피고인에게서 희망을 빼앗은 공범입니다."

박태석 변호사는 어리다는 이유로 목격자들의 증언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경찰, 그리고 조직의 미래를 위해 잘못을 덮었던 검찰, 그리고 피고인을 믿지 않았던 변호사와 많은 사람들이 모두 공범이라고 이야기한다. 힘없는 피고인에게서 희망을 빼앗은 것은 우리 모두라는 것이다.

박태석 변호사의 노력으로 인해 권명수는 무죄를 선고받고 진범은 다시 수사를 받았다.
결국 박태석은 누군가에게 편리한 진실을 위해, 낮은 곳으로 가라앉은 진정한 진실을 건져 올린다.

슬픈 결말, 하지만 해피엔딩

그리고 결국 박태석은 자신의 아들 딸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그는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되찾은 소중한 것들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리라 믿는다.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기에. 지금 난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주인공이 모든 기억을 잃는 슬픈 결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박태석 변호사의 마지막 말처럼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았고, '진정한 진실'도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기억> 마지막 장면 박태석은 기억을 잃었지만 가족과 함께 있는 그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 <기억> 마지막 장면 박태석은 기억을 잃었지만 가족과 함께 있는 그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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