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투수전의 날'이었다. 26일 전국 5개 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가 모두 명품 투수들의 퀄리티스타트(QS) 경쟁과 박빙의 명승부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같은 날 열린 5경기에서 모두 선발투수들이 승리와 패전의 희비가 엇갈렸다. 넥센 선발 하영민(3이닝 4실점)을 제외하면 이날 나머지 9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호투를 펼쳤다. 이날 5경기에서 각 팀 모두 5점 이상을 득점한 팀은 전무했고, 1·2점 차 이내에서 승부가 갈리는 접전이었다. 최근 몇 년간 타고투저 흐름이 지배하던 프로야구에서 오랜만에 보는 '투고타저의 하루'였다.

에이스 오브 에이스, 완봉승에 빛나는 우규민

우규민, 개인통산 2번째 완봉승 LG 트윈스 우규민이 지난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개인통산 2번째 완봉승을 기록했다. 우규민은 이날 9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는 우규민.

▲ 우규민, 개인통산 2번째 완봉승 LG 트윈스 우규민이 지난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개인통산 2번째 완봉승을 기록했다. 우규민은 이날 9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는 우규민. ⓒ 연합뉴스


그중에서도 이날 가장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에이스 중의 에이스'는 단연 LG 우규민이었다. 우규민은 대구 삼성전에서 9이닝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빛나는 역투로 자신의 시즌 첫 완봉승을 따냈다. 우규민의 완봉승은 지난 2013년 4월 14일 이후 무려 1108일 만에 달성한 개인 통산 2번째 기록이다.

앞서 4경기에서 호투하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우규민은 이날 자신의 생애 최고의 역투를 펼치며 시즌 2승째를 신고했다. 자책점은 종전 2.91에서 2.05(전체 3위)로 내려갔다. 올해 LG 선발진 중 최고의 페이스다.

니퍼트의 역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니퍼트는 잠실에서 열린 SK와의 1, 2위 대결에서 6이닝 8피안타 6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호투, 팀의 4-3 신승에 공헌했다. 니퍼트는 5승(자책점 3.07)째로 팀 동료 보우덴과 넥센 신재영(이상 4승)을 제치고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선두 두산은 올 시즌 니퍼트가 등판한 경기에서 승률 100%다.

한화는 '난세 영웅' 마에스트리 덕분에 한숨을 돌렸다. 마에스트리는 홈구장 대전에서 열린 기아전에서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볼넷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로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는 최근 3연패를 탈출했다.

마에스트리는 올 시즌 팀이 기록한 단 2번의 선발승-QS를 모두 홀로 책임지며 마운드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눈여겨볼 부분은 마에스트리가 최근 부진했던 15일 엘지전(3이닝 9실점 7자책 패전)-20일 롯데전(3.1이닝 6실점 4자책 패전) 등 2경기에서 4일 휴식 이후 등판했던 것과 비교하여 이날은 5일 휴식 만에 등판하고 전혀 달라진 구위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변칙적인 로테이션 운용으로 선발진이 붕괴하였던 한화에 힌트가 되어야 할 대목이다.

이 밖에도 NC 스튜어트(6.1이닝 3실점)와 kt 밴와트(7이닝 1실점)도 각각 넥센과 롯데를 상대로 인상적인 호투를 펼치며 각각 2승째를 신고했다. 스튜어트는 넥센 타선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다가 7회 들어 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렸으나, 김진성-임정호-박준영-임창민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1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신승했다. kt 밴와트는 롯데 레일리와의 맞대결에서 올 시즌 첫 6이닝 이상 투구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호투에도 승리 실패한 웹스터... 양현종 보다는 낫다?

반면 호투에도 불구하고 상대 투수들의 역투와 타선 지원 부족으로 눈물을 흘린 선수들도 있었다. LG 우규민과 대결한 삼성 선발 앨런 웹스터는 7이닝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QS 기준+7이닝 이상 소화)를 달성하며 호투했지만, 타선이 2안타 빈타에 그치는 바람에 아쉽게도 시즌 첫 패배(2승 1패)를 맛봐야 했다. 웹스터는 올 시즌 전체 투수를 통틀어 최다이닝(34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웹스터도 기아 양현종 앞에서는 불운하다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 양현종은 한화전에서 6이닝 5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또다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제구력이 평소보다 좋지 못했지만 선발투수로서 자기 몫은 해줬다. 하지만 기아 타선은 양현종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단 한 점도 뽑아주지 못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5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며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는 호투를 이어갔지만 아직 마수걸이 승리조차 따내지 못했다.

양현종에 기아 타선의 9이닝당 득점 지원은 평균 2.4점. 양현종이 마운드에 올라있는 동안 실제 득점지원으로는 1.8점으로 이는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최악의 기록이다. 지난 주말 롯데전에서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폭발했던 기아 타선은 공교롭게도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양현종의 등판 차례가 돌아오자마자 침묵했다. 기록상 완봉승이 아니면 선발승이 불가능한 양현종의 현실이다.

한편 이날 등판한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한 넥센 하영민은 이 경기가 올 시즌 첫 선발등판이었다. NC를 상대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넥센은 최근 부진한 양훈을 대신하여 하영민을 깜짝 선발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하영민은 3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고 1회에만 3점을 허용하며 실패한 카드가 되고 말았다. 오히려 4회부터 롱릴리프로 등판한 양훈이 오히려 8회까지 4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롤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승부가 1점 차 패배였음을 고려할 때 넥센으로서는 차라리 처음부터 양훈을 투입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을만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이날 경기들의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수가 많이 나오지 않는 투수전도 타격전보다 더 수준 높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