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13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SHOW ME THE MONEY(쇼 미 더 머니)> 시즌5의 1차 예선이 있었다. 오는 26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홀에서는 출연 프로듀서들의 특별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지난 3월 12·13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시즌5의 1차 예선이 있었다. 오는 26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홀에서는 출연 프로듀서들의 특별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 쇼미더머니 공식 홍보 SNS 갈무리


한국 힙합이 연일 흥행 중이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힙합이 올라오고,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SHOW ME THE MONEY(쇼 미 더 머니)>(아래 <쇼미>)는 마침내 '시즌5' 방영을 내달 13일로 앞두고 있다. 오는 26일 저녁 8시에는 서울 광진구 YES24 라이브홀에서 도끼·더콰이엇, 사이먼 도미닉·그레이, 자이언티·쿠시, 길·매드클라운 네 팀의 프로듀서들이 특별 공연도 가진다.

25일 자정을 기준으로 <쇼미>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팔로워는 약 65만4000명에 이르렀다. 3대 메이저 언론으로 꼽히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 합계가 약 50만7000명,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의 합계가 약 78만4000명인데 말이다. 영향력을 팔로워 수만 갖고 재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 대단한 관심이긴 하다.

한국처럼 평소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제약을 많이 받는 사회에는 가슴 속에 응어리진 감정이 자리 잡기 십상이다. 힙합 같은 자기표현의 음악은 풍부한 가사를 흥겨운 비트 속에서 풀어내므로 대중에게 '청량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쇼미>의 화려한 흥행 이면에는 늘 논란이 따라다녔다. 대규모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경쟁 방식은 래퍼들 사이에 반목과 선정적 행동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평소 음악 활동 중에도 블랙넛처럼 선정적인 가사를 쓰거나 도끼처럼 시대착오적인 자기계발론을 부추기는 습관적 돈 자랑으로 대중의 거부감을 사기도 한다.

몇몇 힙합 전문 매체들과 가리온, 제리케이 등의 뮤지션은 현재 한국 힙합 신의 풍토가 힙합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편견을 쌓게 한다고 꾸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부정 교합을 해소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래퍼들이 크루 문화를 복원해 '리얼 힙합'을 지향하며 발전적인 경합을 해야 한다. 시시콜콜한 사적 디스와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게 아닌 공적 디스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관련 기사: 한국 힙합이 발전이 없는 건 '쿨병' 때문이다). 둘째, 대중의 수준이 높아져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래퍼가 함부로 저질 콘텐츠를 만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힙합이 펀치 라인, 스웨그 등 은근히 생소한 용어들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음악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힙합의 골격을 이루는 핵심적인 용어들을 모아보았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사회학회 성연주·김홍중 연구팀의 2015년 5월 논문과 힙합 커뮤니티들(힙합 플레이야, 힙합 엘이, 랩잡 카페, 힙합 갤러리 등)을 두루 참조했다.

한 번에 읽기보다는 SNS나 블로그 등에 공유해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틈틈이 찾아보길 권한다.

[일반 용어] 누가 리얼 힙합의 화신 '구루'인가?

frenkie 베를린에서 동료들과 공동 작업 중인 보스니아 래퍼 프렝키(가장 왼쪽).

▲ frenkie 베를린에서 동료들과 공동 작업 중인 보스니아 래퍼 프렝키(가장 왼쪽). ⓒ 프렝키 페이스북 갈무리


○ 힙합 신(hiphop-scene) : 힙합 음악계를 뜻함. 신(scene)은 본래 마당(場), 분야, 장면, 광경, 상황 등의 뜻을 가짐. 힙합 신의 활동 주체는 크게, 힙합 정신을 몸으로 구현하는(춤) 비보이와 비걸,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미술) 그라피티,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디제이와 래퍼가 있음. 랩이 아닌 노래를 하는 보컬 등도 함께 뮤지션으로 간주함.

○ 엠씨(MC) : 마이크로폰 컨트롤러(Microphone controller). 쇼 진행자(Master of ceremonies)에서 유래한 말. 랩은 1970년대 빈민가 흑인들이 삶의 애환과 주류 백인들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 높이다 리듬감을 부여해보고 재미가 들려 시작됨. 쇼 진행자들이 이렇게 사회를 보면서 음악적 정착도 이루어짐. 사회자가 쇼 진행의 중심이듯 힙합에서는 래퍼가 엠씨로 불림.

○ 피쳐링(featuring) : 줄여서 'feat'라고도 씀. 뮤지션들끼리 곡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주기 위해 서로 공동 작업에 참여하는 것. 피쳐링 뮤지션이 없으면 해당 곡의 질이 현저히 낮아질 정도로 기여도가 높을 때 씀.

○ 프로듀서(PD) : 힙합에서는 음악 제작 혹은 공연을 총괄하는 사람. 보통은 비트(반주)를 만드는 비트메이커(Beat Maker)가 역할을 담당.

○ a.k.a : '~으로도 알려졌다(as known as)'의 약자. 힙합 뮤지션들은 이름을 두 개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쓰는 이름 a.k.a 다른 이름' 식으로 표기함.

○ 리스너(listener) : 완성된 음악을 감상하고 평론하고 문화를 활성화하는 대중. 뮤지션들 만큼이나 중요한 무게감을 가짐.

○ 헤이러(hater) : 함부로 헐뜯고 비방하는 사람. 리스너들끼리 갈등이 생길 때 혹은 래퍼가 자신의 비방자들을 헤이러라 부르며 적대시하기도 함.

○ 힙찔이 : 힙합과 찌질이(표준어인 '지질이'의 잘못된 말)의 합성어. 쿨병(진지한 가치판단을 회피하고 냉소적으로만 굴면 쿨하다고 착각하는 태도)에 걸려 힙합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들. 몇몇 래퍼들의 선정적 행동과 리스너들의 방약무인함 때문에 힙합 신 외부의 대중들이 힙합에 대한 편견이 켜켜이 쌓이며 생긴 비하적 의미의 신조어.

○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 '콜라보'라고도 하며 뮤지션들의 공동 작업을 뜻함.

○ 오버그라운드/언더그라운드 : 주로 대중 매체를 통해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그 활동 무대를 통칭하는 말이 '오버그라운드' 공연이나 인터넷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그 활동 무대를 통칭하는 말이 '언더그라운드'. 오버, 언더라고도 부름. 과거에 오버는 힙합의 대중성을 선도하며 돈을 많이 벌고 언더는 예술성을 지키는 거로 생각된 경향이 있었지만, 문화산업 자본의 확산으로 경계가 거의 무너짐(문제는 대중성이 높아졌지만, 예술성 측면에서 콘텐츠는 저질인데 기술적 기교로 뜨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

○ 언더부심 : 언더와 자부심의 합성어. 인간은 타인(혹은 자신)에 인정(존중)받길 원하고 노력에 걸맞은 사회적 보상을 받길 갈망하는 본성이 있음. 오버는 대중성과 함께 부와 인지도로 보상받았지만 언더는 예술성을 지키며 명예와 긍지를 지켜왔음. 문화산업 자본의 확산으로 예술성까지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심리적 방어선임. 과한 언더 뽕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분명 필요한 요소.

하지만 오늘날 많은 뮤지션들과 리스너들이 언더부심을 내던진 경향이 있음. 오버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래퍼들이 대규모 소속사의 후원 속에서 <쇼미> 같은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특화된 랩 교습(혹은 가사 대필)을 받아 기술적 기교만 쌓는 등, 힙합의 본질과 동떨어진 방식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기 때문. 문화산업 자본의 확산과 레이블 체제로 힙합 신의 재편으로 먹고살기 어려운 언더 뮤지션들의 가치관도 흔들리면서 가사에 담긴 철학보다는 기교에 치중하는 부작용도 보임.

★ 크루(crew) : 독특한 음악성을 공유하며 공동 작업을 하는 뮤지션들의 공동체. 가장 이상적인 힙합 신의 모습은 크루를 기준으로 뮤지션들이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비교적 분명하게 설정할 수 있는 문화임.

★ 배틀 : MC들에게는 랩을 통해 실력을 경합하는 것. 성연주·김홍중 연구팀에 따르면 힙합의 진정성 즉 '리얼 힙합'이라는 상징 자본을 가장 많이 획득할 때 진정한 승리자가 됨.

★ 리얼 힙합 : 힙합의 궁극. 콘텐츠, 테크닉, 제스쳐가 성공적으로 융화될 때 얻을 수 있는 상징자본. 크루의 래퍼들은 비트를 공유하고 랩을 얹으며 비슷한 '테크닉'을 갖고, 교류를 통해 철학과 경험을 나누면서 가사 등 '콘텐츠'가 발전함. '제스쳐'는 외모, 몸짓, 패션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연출하는 래퍼들의 개성임.

★ 구루 : 리얼 힙합의 화신. 래퍼와 래퍼, 크루와 크루가 '리얼 힙합'을 음악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인정하고 굳게 믿을 때, 인신공격 등 시시콜콜한 '사적 디스'가 아닌 '공적 디스'라는 발전적인 경합이 성사됨. 구루는 이 인정투쟁 과정에서 가장 많은 '리얼 힙합'을 획득한 승리자이자 힙합 신 구성원들에게(특히 크루의) 정신적 지주로 '리스펙트(존중)' 받는 롤모델.

○ 레이블(label) : 뮤지션들의 소속사. 경영, 행정, 홍보 판매 등의 기능을 공유하는 기업. 구루를 수장으로 조직돼 공동선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므로 쿠루와는 성격이 판이함. 오늘날 힙합 신은 크루가 대거 해체되고 레이블 위주로 재편된 상황. 레이블의 대표가 다른 뮤지션들보다 더 책임감은 가질 수 있겠지만 구루 수준의 리스펙트를 받을 정도의 리얼 힙합 보유자도 아니며 적극적으로 추구하지도 않는 경향이 있음.

[콘텐츠 용어] 가사에 담긴 '철학'이 리얼 힙합의 시작이자 끝

 '리얼 힙합'의 의미를 오인한 사례. 블랙넛은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비교적 호평받는 편이지만, '너나 나나 모두 찌질이인데, 넌 찌질함을 숨기고 난 솔직하니 내가 리얼 힙합' 정도의 사상을 가진 래퍼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런 사상은 찌질해지지 '않는 것'과 '못하는 것'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 때문에 '리얼 힙합'으로 리스펙트 받기 힘들다.

'리얼 힙합'의 의미를 오인한 사례. 블랙넛은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비교적 호평받는 편이지만, '너나 나나 모두 찌질이인데, 넌 찌질함을 숨기고 난 솔직하니 내가 리얼 힙합' 정도의 사상을 가진 래퍼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런 사상은 찌질해지지 '않는 것'과 '못하는 것'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 때문에 '리얼 힙합'으로 리스펙트 받기 힘들다. ⓒ 하지율


★ 필로소피(philosophy) : 리얼 힙합의 시작이자 끝. 음악(특히 가사)에 담긴 철학을 뜻함. 단순한 학문적 의미에 국한된 철학이 아니라 뮤지션들이 평소 삶 속에서 발전시켜온 사상과 경험을 뜻함. 래퍼가 어떤 철학을 가사와 음악 속에 담아내느냐가 음악성의 결정적 변수가 됨. 아무리 기교가 뛰어나도 철학이 후지면 훌륭한 음악으로 인정받기 힘들고 기교가 좀 부족해도 철학이 훌륭하면 그럭저럭 인정받을 만한 음악이 됨.

○ 인트로(Intro) : 곡의 도입부를 뜻함. 추임새 등을 넣거나 공동 음악 작업을 한 뮤지션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위기를 돋움.

○ 벌스(verse) : 가사의 '절'을 뜻함(verse 1은 1절, verse 2는 2절 하는 식).

○ 훅(hook) : 곡 중간중간 나오는 후렴을 뜻함. 보컬의 후렴은 코러스(chorus)라고도 부름.

○ 브리지(Bridge) : 벌스와 훅의 연결고리. 벌스의 일부로 보기도 함.

○ 아웃트로(Outro) : 마무리 구절. 본 가사가 끝나면서 래퍼들이 추임새 등을 넣거나 공동 음악 작업을 한 뮤지션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무리함.

★ 스웨그(swag) : 으스대다, 뽐낸다는 뜻의 스웨거(swagger)의 줄임말. 힙합에서는 주로 래퍼들의 자기과시를 뜻함. 스웨그에는 힙합의 발전을 이끄는 공적이고 발전지향적인 스웨그가 있고 돈 자랑, 성관계 경험 자랑 등 시시콜콜하고 사적인 스웨그가 있음. 전자는 자신이 왜 리얼 힙합의 화신인지 증명하고 긍지를 드높이는 방식이지만 후자는 허세, 인신공격과 약자 비하 등을 수반하기 일쑤인 질 낮은 스웨그임(스웨그 아닌 스웨그).

★ 디스(diss) : (리얼 힙합으로) '존중하지 않는다' '비난하다' 등을 뜻하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줄임말. 래퍼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것(어떤 래퍼가 다른 래퍼를 깎아내리면 디스를 당한 래퍼가 반격 디스에 나서는 식). 스웨그처럼 공적 디스와 사적 디스가 있음. 전자는 자신이 왜 리얼 힙합의 화신인지 증명하고 긍지를 드높이는 과정에서 상대의 실력을 불가피하게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식이지만, 후자는 인신공격과 욕설을 퍼붓는 등 디스전을 산으로 가게 하는 주범이자 분탕을 치는 악질적 행위.

○ 기믹(gimmick) : 속임수를 뜻함. 가벼운 말장난 같은 걸 뜻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묵직한 문제 제기에서도 쓰임.

○ 프리스타일(Freestyle) : '즉흥적으로' 가사를 써 랩을 하는 것. 외국 힙합의 랩 배틀은 프리스타일 문화가 많이 발달했음. '무반주' 랩인 슬램(slam)과 헷갈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프리스타일이라고 다 슬램이 아니고 슬램이라고 다 프리스타일이 아님).

○ 비트(beat) : 래퍼가 가사를 얹어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곡 혹은 박자.

○ 엠알(MR, Music Recorded) : '음악만 녹음된 곡'이라는 뜻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을 때 씀. 여기에 랩/노래를 얹어 녹음한 것을 에이알(AR, All Recorded)이라 하고 목소리만 녹음한 것을 브이알(VR, voice recorded)이라 함. 'Inst'라는 약어로 표기하는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과는 구분됨. 엠알은 이미 만들어진 에이알을 반주와 목소리로 구분할 때 쓰는 말이지만 인스트루멘탈은 애초부터 목소리 없이 창작된 오리지널 곡.

○ 엘피(LP) : 롱 플레이(Long Play)의 약자로 정규 앨범을 뜻함. 비정규 앨범인 이피(EP)보다 보통 많은 곡을 수록하며 엘피를 진정한 1집으로 간주함.

○ 컴필레이션 앨범(compliation album) : 편집/모음 형식의 앨범. 정규 앨범이 아니라 콘셉트에 맞게 여러 곡을 모아 만든 앨범.

○ 믹스테이프(Mixtape) : 컴필레이션과 헷갈릴 수 있지만 구별됨. 뮤지션들이 좋아하거나 들려주고픈 기존 곡을 편곡해 색다른 스타일로 만들거나 미발표곡을 선보이는 앨범.

○ 비사이드(B-side) : 레코드판의 뒷면에서 유래한 말. 예전에는 래퍼들이 레코드판을 통해 음반을 발매할 때, 구매를 유도하고자 뒷면에 미발표곡이나 리믹스곡들을 담곤 했음. 현재는 미발표곡, 또는 리믹스곡 자체를 가리키기도 함.

○ 스킷(skit) : 이전 트랙과 다음 트랙을 자연스레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트랙.

[테크닉 용어] 뮤지션의 철학을 드러내는 효율적인 수단

 필자가 좋아하는 보스니아 래퍼 프렝키(frenkie), 인디고(indigo), 콘트라(kontra)가 베를린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필자가 좋아하는 보스니아 래퍼 프렝키(frenkie), 인디고(indigo), 콘트라(kontra)가 베를린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 프렝키 페이스북 갈무리


○ 절다 : 가사를 잊어버렸다는 뜻. 래퍼의 기본 자질은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외우고 있어야 하는 것. 가사를 절지 않아야 언제든 필요할 때 랩을 할 수 있고 정신적 공황, 호흡 불균형, 발음 부정확, 혀 꼬임 등을 겪지 않음.

○ 라임(rhyme) : 운율을 뜻함. 가사 구절에서 단어들의 발음 등을 비슷하게 맞춰 운율감을 살리는 기술(예 : 내가 여성차별에 대해 논하면 / 욕할 애들은 날 부르겠지 "보빨러" / 난 그냥 너희 전부보다도 / 생각의 속도 백 보 빨러 - 제리케이 '#MicTwitter' 가사 中). 라임이 많고 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며 비트와 가사 전체를 통찰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어색하지 않게 음악적 느낌을 살릴 수 있음.

○ 플로우(flow) : 비트의 흐름 혹은 래퍼가 흐름을 타는 방식. 래퍼가 목소리, 발음, 랩의 속도 등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와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음의 억양을 두는 방식으로 구현됨. 비트의 음계에 맞게 음정을 조절할 수도 있고, 음계를 따라가지는 않지만, 가사에서 강조하고픈 부분 혹은 리듬감이 필요한 부분 위주로 음정을 조절하기도 함.

★ 펀치 라인(punch line) : 한 대 얻어 맞은 것처럼 머릿속에 각인될 만한 인상적인 가사 구절(예 : 아버지가 주신 이름으로 태어났지만 / 스스로 붙인 이름으로 내가 되어가니까 - 제리케이 'Nobody but me' 중). 비유와 함축, 동음이의어, 중의적 표현, 단어 간 연관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고, 해석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할 요소가 많음. 기교적 측면이 많이 개입해 대중에게 쾌감을 줄 수 있으나 쾌감 자체에 휩쓸려 콘텐츠적 측면까지 과대평가할 위험도 따르므로 냉정한 '거리 두기'도 함께 필요함.

○ 샘플링 : 어떤 곡의 모티브를 일부 빌려와 새로운 곡을 창작하는 행위(유에서 새로운 유를). 자신이 다른 뮤지션의 독창적인 곡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걸 떳떳이 밝히지 않거나, 음계를 통째로 베끼면서도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는 표절과는 구별됨. 글은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인용 사실을 밝힐 수 있지만, 음악은 이것이 어려워 특히 민감한 사안이 됨.

○ 더블링(doubling) : 곡을 듣다 보면 래퍼의 목소리가 덧씌워진(겹쳐진)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 혹은 덧씌우는 행위 자체를 더블링이라 함. 랩을 하다가 호흡이 힘든 부분도 자연스레 이어가게 하거나 특정 가사(주로 라임)의 느낌을 살리고 싶을 때 더블링을 함.

○ 믹싱(mixing) : 음향 장치들의 출력 전기신호 등 밸런스를 조정해 곡의 자연스러움과 멋스러움 등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

○ 마스터링(mastering) : 음원을 정식 발매하기 전 최종 점검 작업. 믹스된 음원의 밸런스를 재조정하고, 앨범 수록곡들의 순서를 결정하는 등.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함.

'힙찔이'가 되지 않고도 힙합을 할 수 있다

래퍼들이 '구루'를 구심점으로 '크루' 문화를 복원할 때,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는 가운데 자신의 철학이 '리얼힙합'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배틀'로 증명할 수 있다. 이 배틀은 사감을 앞세운 인신공격과 허세가 아닌, 자신의 긍지를 떳떳하게 증명하고 상대의 문제점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공적인 '스웨그'와 '디스'로 이뤄질 때 발전적인 경합이 된다. 다시 말해, 래퍼는 크루 문화 안에서 굳이 '힙찔이'가 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공명시키는 '펀치 라인'을 쓸 수 있다.

위 영상은 브랜뉴뮤직에서 지난해 기획, 제작한 '#HIPHOPISHIPHOP(힙합은 힙합이다)'이라는 곡이다. 전 세계 14개국 래퍼들이 참여한 이 곡은 다양한 생각과 언어를 가진 뮤지션들이 한데 어우러져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영상에 세 번째로 등장하는 보스니아 래퍼 프렝키(frenkie)의 전투적인 터프함을 좋아한다.

힙합 쇼미더머니 힙합 용어 보스니아 힙합 펀치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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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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