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지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승률은 어느덧 1할대까지 추락했고 승패 마진은 -8까지 벌어졌다. 팀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어버린 선수들은 갈팡질팡하고 있고, 정작 길을 제시해야 할 리더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화는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즌 3차전에서 2-18로 완패했다. 전날 14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2-17로 패한데 이어 이틀 연속 참패를 기록하며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실점 기록을 또 경신했다. 지난 두산과의 주중 3연전 스윕패를 포함하여 최근 4연패에 빠진 한화는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이틀 연속 대패하는 동안 한화 마운드가 허용한 기록은 33안타 17사사구 9홈런에 총 35실점이다. 13일 두산전을 포함하면 무려 3경기 연속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불명예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도저히 프로팀의 마운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참혹한 기록이다. 한화 마운드의 고질적인 문제인 선발 투수 부재와 계획성 없는 마운드 운용의 부작용이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14일 두산전에는 선발 김용주가 0.2이닝 1피안타 볼넷 4개 4실점으로 무너졌고, 뒤이어 등판한 두 번째 투수 송창식은 4.1이닝간 9피안타 4홈런 12실점(10자책)을 기록하며 '벌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5일 LG전에서는 그나마 한화 선발 중에서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며 호투하던 외국인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등판하고도 3이닝 7피안타(2홈런) 5볼넷 9실점(7자책)으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도 넘은 김성근 감독의 혹사 논란

김성근 "오늘도 안되네"  지난 1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한화 경기. 3회말 동점을 내준 한화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김성근 "오늘도 안되네" 지난 1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한화 경기. 3회말 동점을 내준 한화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의 끝없는 추락과 더불어 더욱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김성근 감독의 행보다. 올해 한화 사령탑 취임 2년차를 맞이한 김 감독은 팀 운영의 전권을 책임진 것은 물론이고, 구단의 파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선수단 총연봉이 전체 구단 1위에 올랐음에도 정작 팀 성적은 초반부터 무기력하게 꼴찌로 추락하며 팬들의 실망감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난 지난 14일 두산전 대패와 더불어 벌어진 일련의 해프닝들은 가뜩이나 김 감독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에 그야말로 불을 붙였다. 많은 팬들은 대패보다도 송창식을 둘러싼 '벌투' 의혹에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부터 이미 도마에 올랐던 김성근 야구 특유의 '혹사' 논란이 사실상 선을 넘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정작 김 감독은 경기 중간에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을 이유로 돌연 자리를 비우면서 또 한 번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김성근 감독은 15일 LG전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전날 경기를 둘러싼 김감독의 해명은 팬들에게 더 큰 실망과 분노만을 선사했다. 김 감독은 송창식의 기용 방식에 대하여 "원래 5회까지 던지게 할 생각이었고, 혹사가 아니다", "송창식이 맞더라도 던지면서 감을 찾기를 바랐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벌투'라는 직접적인 표현만 쓰지 않았을 뿐, 송창식이 난타당하도록 방치한 게 의도적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결국은 선수 본인을 위한 것"이라는 식의 논리 전개는, 사실 김성근 감독이 자신의 지도 방식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던 전형적인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모든 것은 감독인 내가 결정하고 판단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선수생명 위협하는 '벌투'는 감독의 갑질

하지만 여기에서 정작 선수의 개성이나 심리적인 부분 같은 변수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 궁극적으로는 모든 원인을 감독이 아닌 해당 선수나 상대 등 매번 '남 탓'으로만 교묘하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리더가 모든 것을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전형이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다른 투수들의 사례를 언급했지만 정작 이들도 벌투가 경기 감각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김 감독이 언급한 투수 중 장호연은 말 그대로 '80년대에나 통하던' 이야기이고,  오늘날에는 김성근 감독만이 주장하는 방식이다. 오히려 벌투처럼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현대야구에서는 감독의 권한을 남용하는 시대착오적인 '갑질'에 가깝다.

특히 송창식은 2004년 데뷔하여 프로 경력만 10년 차가 넘은 선수다. 버거씨병으로 투병한 전력도 있어서 더욱 신중한 관리가 요구되는 투수다. 서른 살이 넘은 베테랑 투수, 그것도 일주일 사이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야 했던 투수에게 연습경기도 아닌 실전에서 의도적으로 굴욕감을 맛보도록 방치하는 것이 과연 투구 감각을 찾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김성근 감독은 현재 송창식의 몸 상태와 투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만 강조했지만, 정작 이번에도 송창식의 구위가 하락한 원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송창식은 지난해를 비롯하여 몇 년간 한화 마운드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선수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혹사'의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김성근 감독이기에 송창식의 등판 기록과 불분명한 보직에 대한 문제 의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김 감독의 기용 방식이 선수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올 시즌 한화가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는 단 두 번 뿐이다. 심지어 1~2회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되는 경기가 부지기수였다. 불펜요원에 가까운 송창식에게는 90구나 강제로 던지게 하면서 감을 찾게 해줄 정도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왜 그동안 다른 선발 투수들에게는 그렇게 냉정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 감독은 평소 "그라운드는 전쟁터"라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선수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여 "한계를 넘으라"는 요구도 자주한다. 그러나 지난 14일,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총알받이'가 될 동안 정작 김 감독 본인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경기 중 자리를 비웠다.

평소 김 감독의 가치관대로라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장수가 위기에 처한 부하들을 버리고 혼자만 먼저 후퇴한 셈'이다. 그러면서 정작 부하들에게는 여전히 엄격한 기준과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튿날에도 이 부분에 대하여 어떤 사과도 없었다.

독선의 늪에 빠진 한화, 건강한 소통이 해법

대화하는 김성근 감독과 윌린 로사리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2월 22일 일본 오키나와 아야세 고친다 구장에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대화하고 있다.

▲ 대화하는 김성근 감독과 윌린 로사리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2월 22일 일본 오키나와 아야세 고친다 구장에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를 둘러싼 일련의 비정상적인 행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송창식의 벌투에 가려졌지만, 이날 선발이었던 김용주는 1군 진입 이틀만에 돌연 선발 통보를 받았다. 16일 LG전에서는 갑자기 윤규진의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윤규진은 지난해까지 한화의 마무리로 활약했으며 불펜 자원으로 분류되었던 선수다.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는 이태양은 부상 전력이 있음에도 최근 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투구를 무려 150개나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보직이 선발인지 불펜인지, 내일 등판하는지 모레 등판하는지, 김성근 감독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어떤 규칙과 로테이션에 따라 운영되는지도 알 수 없는 게 한화의 미스터리한 현 주소다.

이런 한화의 4차원적인 팀 운영과 내일이 없는 야구스타일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분명한 것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세상 어디에도 이런 식의 야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오로지 현재 한화에만 존재하는 '김성근식 야구'이자, 김성근 감독 본인 외에는 누구도 그 운영 원리와 철학을 이해할 수 없는 일종의  '창조야구'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년 가까운 역사를 통하여 정립된 현대야구의 시스템과 상식은 유독 김성근 감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자칫 "다른 사람은 못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독선으로 변질되기 쉽다.

하지만 한화 구단과 선수들은 김 감독의 야구철학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실험용 생쥐가 아니다. 무엇보다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리더가 자신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는 독선으로 치달을 때, 그 조직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는 오늘날의 정치에서도 그 교훈을 찾을 수 있다.

감독의 힘이 절대적인 조직이라도 프런트는 거수기가 아니라 시스템을 통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불통과 독선의 늪에 빠진 지금의 한화 구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건강한 내부 소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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