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카우보이 모자를 쓴 김시완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곽우신


<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마지막의 시작 <메타 터키블루스> 콘서트를 통해 <터키블루스>와 이별을 맞이한 관객 중에서는 한탄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 만족한다는 이야기는, 누군가 불만족스럽다는 이야기이다. 콘서트를 마음껏 즐기지 못한 관객도 분명 있으리라. ⓒ 곽우신


지난 10일 오후 2시 회차를 마지막으로 연극 <터키블루스>가 세 번째 공연을 마쳤다(관련 기사 : 에게 해의 파도가 삼킨 꿈, 그 꿈을 건져 올리자). 어쩐지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10일 오후 5시 특별한 콘서트 자리가 마련됐다. <메타 터키블루스 콘서트>(부제 : 터키블루스에 대한 터키블루스)라는 이름의 굿바이 무대를 보려는 관객으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이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찼다.

본래 극과는 달리, 김시완 역을 맡은 김다흰 배우가 먼저 등장해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설명하며 자리에 들어섰다. 그리고 임주혁 역의 전석호 배우가 본래 시완이 등장하는 위치와 타이밍에 무대에 올랐다. 콘서트는 자유롭게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했다. 셔터 소리가 주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으니, 배우가 노래할 때만은 사진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안내와 함께 <터키블루스>의 진짜 마지막이 시작됐다.

연우무대의 여행 연극 시리즈는 집단창작 작품이다. 모든 작품에는 실제 출연하는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실제 경험이, 각자의 생각이 담겨있다.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바뀌는 창작자들처럼, 시즌별로 공연은 계속해서 바뀌어 왔다. 그 변화가 반드시 진보는 아닐 터. 하지만 변화는 변화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 순간이 더 소중한 이유는, 결국 바뀌어버릴 우리이기에, 이 순간이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진심이 담긴 노래 박동욱 배우는 정한나 음악감독의 자작곡을 노래하다가 울컥하고 눈물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마지막에 우리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 곽우신


<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임승범의 고해 임승범 배우의 재기발랄함이 넘쳤던 고해. 그저 이름이 비슷해서 임재범이라고 불렸다는 그의 과거 이야기. 우리도 그렇게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는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 추억 중 하나를 <터키블루스>가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 곽우신


<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임주혁을 맡은 전석호 다방면의 해석이 가능한 묘사를 원작자가 한쪽으로 가두는 것 같은 느낌이 불편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마지막 무대인데, 조금 더 섬세하게 관객과 소통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래도…. ⓒ 곽우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공유하기 위해 모든 배우는 각자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았다. <터키블루스>를 창작할 때의 어려움, 미공개로 남겨진 영상, 본래는 달랐던 가사, 각자가 안고있던 과거의 추억, 그 추억이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작품에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평소 말할 기회가 없었던 정한나 음악감독은 박동욱 배우 덕분에 작품과 연을 맺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그의 곡을 부르는 박동욱 배우 역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노랫말을 매조지었다. 권준엽 기타리스트도 '민물 장어의 꿈'을 부르며 함께 만들어온 꿈에 자신의 꿈도 보탰음을 보여줬다.

부산의 임재범이었다는 임승범은 동경하던 조승우를 만나도 질투하는 대신 길이 다름을 인정하게 됐다. 김다흰 배우는 함께 연습하던 동료들을 향한 원망을 자작곡 '솔직히 말하자면'을 통해 토로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가로 배우 전석호는 '걱정말아요 그대'를 선택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의 감정은 별다른 꾸밈없이, 담담하게 객석에 닿기 시작했다.




<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김다흰과 박동욱 <메타 터키블루스> 콘서트에서 두 배우가 선글라스에 가죽 재킷을 입고 노래를 하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재밌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남자들의 우정'으로 보이는 클리셰를 비꼰 자리이기도 했다. ⓒ 곽우신


웃다가, 울다가, 감동했다가, 탄식했다가…. 그렇게 정신없이 120분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 김다흰 배우는 마지막 노래를 하기 전 "이 작품을 했다고 제 키가 큰 것 같지는 않지만..."이라고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가 줄임표 속에 묻어둔 말은 "저라는 사람은 조금 큰 것 같습니다"가 아니었을까. 나이가 먹는다고 우리는 자연히 크지 않는다. 아무리 성장해도, 우리는 여전히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는 아이들이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배우들이 서로에게 실망하고, 토라지고, 싸우는 이야기를 굳이 한 건 왜일까.

시완과 주혁이 싸우고 끊어졌다가 마지막 순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품은 것처럼, 배우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고 나아가 관객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임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의 마지막 인사는 각자의 인생을 위한 '응원'이었으니까.



<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김다흰의 응원 마지막 노래인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부르며 이날 공연은 끝을 맺었다. 김다흰 배우는 우리 모두의 삶을 응원해줬다. 그 자신의 낯부끄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왜일까. 사실 그도 그렇게 잘날 게 없는 사람임을, 동시에 그런 사람의 삶이라도 응원받을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였을까. ⓒ 곽우신


"난 이리 어리석은가. 한 치도 자라지 않았나. 그 어린 날의 웃음을 잃어만 갔던가. 초라한 나의 세상에 폐허로 남은 추억들도, 나 버릴 수는 없었던 내 삶의 일부인가." - 연극 <터키블루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원곡 : 패닉) 중에서

있는 힘껏 숨을 토해내며, 다흰 배우는 단단한 소리를 쏟아부었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 과정에 잃어버린 관계와 추억은 또 얼마나 많은지.

"바다다."

가슴에 엉켜있던 모든 말을 노래로 쏟아내고 헐떡이는 다흰 배우를 두고, 속삭이듯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 전석호. 극 중 두 남자가 부산으로 가는 과정을 재현하며, 그렇게 <터키블루스>의 마지막마저 끝이 났다. 에게 해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주혁의 꿈. 하지만 '<터키블루스>에 대한 <터키블루스>'였던 공연이었기에, 부산의 바다로 돌아가 사라지기 전의 그 꿈을 다시 마주한다. 바다에 가고 싶었던 그들, 바다로 갔던 그들, 바다 때문에 헤어진 그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바다에 갔다. 그들이 결국 바다에 닿았으니까, 우리도 그들을 놓아줄 수 있다.

"감사합니다."

잠시 침묵 후, 김다흰 배우는 조심스레 인사했다. 모든 여행에는 끝이 있다. 터키라는 캔버스에 블루스 음악으로 스케치하고, 터키쉬 블루색으로 칠했던 연극 <터키블루스>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박동욱 배우는 "마지막을 함께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고, 전석호 배우 역시 "이제는 <터키블루스>를 놓아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세 번째, 그리고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키블루스>는 그렇게 두 남자가 바다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막을 내렸다.

11일, 극단 연우무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터키블루스>의 종연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는 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사적인 바람을 적어본다. 우리의 꿈은 아직 바다에 닿지 않았다.

<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웃고 있는 배우들 <터키블루스>의 이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관객들의 마음 역시 창작자들이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만큼 <터키블루스>를 오랫동안 사랑하고 아껴왔던 관객들이니까. 실망이 큰 건 그만큼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을 테니까. ⓒ 곽우신


<메타 터키 블루스> 콘서트 지난 10일 오후 5시, 연극 <터키 블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터키 블루스>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 <메타 터키 블루스>가 진행됐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터키 블루스>의 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 마지막 인사 마지막 순간이니 최대한 경계를 허물고 관객에게 다가가려 했던 배우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그 마음만큼은 누구도 폄훼할 수 없을 것이다. ⓒ 곽우신


오해, 그리고 변명
연극 <터키블루스>의 포스터 지난 3월 4일,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터키블루스>가 오는 10일 막을 내린다.

▲ 연극 <터키블루스>의 포스터 지난 3월 4일,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터키블루스>가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터키블루스>의 사연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끝도, 나쁘지는 않다. 그들은 어쨌든 바다에 갔으니까. ⓒ StoryP


연극 <터키블루스>에서 시완과 주혁은 어떤 관계였을까? 많은 관객이 관심을 가지고 각자의 해석을 내놓았던 이슈였다. 지난 3월 10일 프레스콜 현장 때 박선희 연출은 "관객의 해석은 자유이지만, 본래는 우정을 염두에 두고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메타 터키블루스> 콘서트 현장의 전석호 배우 역시 둘의 관계를 동성애로 해석하는 것을 "오해"라고 말했다.

마치 모든 남사친과 여사친은 잠재적 썸의 관계로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것처럼, 어떤 관계들은 굉장히 상투적으로 그려지고는 한다. 남자의 우정도 마찬가지이다.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뜨거운, 마초적인 무언가들로 채워진 채 등장한다. <터키블루스>는 흔히 '남자의 우정'이라고 할 때 묘사되고 소비되는 클리셰를 경계했다.

그래서 <터키블루스>는 "세상에는 없는 우정"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소위 그 남자들의 우정을 표현할 때 상징으로 여겨지는 사건들이 없어도 되고, 거친 대신 섬세하고 투박한 대신 말랑말랑한 남자의 우정도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힘썼다. 그리고 그런 우정은 퀴어 코드가 꼭 없어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듯, 원작자의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시간을 할애했다.

소통에 차질이 생기고, 오해가 발생하는 건 발화자의 탓만도 아니고 청자의 탓만도 아니다. 둘 다의 실수이기도 하고, 둘 다의 잘못이 아니기도 하다. 장진 연출은 연극 <얼음>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열린 결말은 창작자의 안일함"이라고 지적하면서 연극 <얼음>의 범인은 "당연히 혁이의 아버지"라고 못을 박는다. 하지만 '혁이'를 범인으로 해석하는 이들의 오해를 오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 오해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해석이라고 못 박지도 않는다. 그런 오해 역시 여러 가지 해석과 동등한 가치의 해석 중 하나이다.

<터키블루스>도 굳이 동성애로의 오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관객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편견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원작자가 그리고 싶었던 게 본래 무엇이었는지 설명한 정도가 아닐까.


터키블루스 연극 연우무대 김시완 임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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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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