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두 남자의 우정 김시완(김다흰)과 임주혁(전석호)은 10대 때 헤어진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되며, 각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감정이 묘사된다.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시완의 추억 상자 연우무대의 이번 작품 <터키블루스> 역시 집단창작 작품이다. 배우의 '진짜' 이야기가 묻어 있다는 것이 <터키블루스>만의 매력. 김시완 역을 맡은 김다흰 배우의 실제 소장품으로 꾸려진 추억 상자가 열린다. ⓒ 곽우신


우리는 인생의 소중한 것을 생각보다 일찍 찾아낸다. 학창시절의 친구들, 그 친구와 쌓아온 추억은 보석이 되어 마음속 보물 상자에 담긴다. 그렇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을 각자의 보석함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소중한 것을 생각보다 쉽게 잃어버린다. 오래오래 함께할 것으로 생각했던 관계는 별것 아닌 계기로 금이 가고 깨져버린다. 그마저도 쉽게 붙일 수 있다고 회복할 수 있다고 안일하게 여기기 일쑤이다. 하지만 순간의 기회를 놓쳐버리면 끊어진 실타래를 다시 이을 수 있는 때는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과거에만 존재하는, 현재에는 내 곁에 없는 이들의 이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10대의 이별, 재회는 기약이 없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엇갈린 시선 주혁은 시완의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그 자리를 맴돈다. 하지만 정작 시완은 주혁을 보지 못한다. 제주도에서 시완이 주혁을 봤을 때, 주혁이 시완을 보지 못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음악으로 교류하다 임주혁(전석호)과 김시완(김다흰)을 연결하는 코드는 음악이다. 두 사람이 10대 때 만들어 낸 하모니는, 30대가 된 그들의 가슴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다. 그 덕에 여전히, 서로는 서로를 그리워하며 각자의 안부를 묻게 된다.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시완의 콘서트 객석에 앉은 관객은, 연극 <터키블루스>의 관객이 아니라 시완의 콘서트를 보러 온 관객의 시선으로 극을 따라가게 된다. 동시에, 시완은 볼 수 없는 장면을 관찰하게 된다. 30대가 된 두 사람은 함께 노래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시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함께 터키에 가지 못한 것처럼, 이 역시 이루지 못한 채 남고 말았다. ⓒ 곽우신


여기 두 남자도 그런 상황이다. 김시완과 임주혁. 각각 18살과 16살 때 처음 만난 그들은 다시없을 우정을 나누며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형과 동생을 넘어서 특별한 관계였던 두 사람은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비슷한 꿈을 꾸었다. 터키에 함께 가자던 약속. 전설 속의 트로이를 찾은 하인리히 슐리만처럼 그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던 꿈의 결과물에 닿고 싶었다. 그 약속이 그런 방향으로 무산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30대가 된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시완은 친구들을 모아 작은 콘서트를 연다. 주혁을 추억하고 주혁을 그리워하면서. 언젠가 어디에선가 이 노래를 주혁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서 말이다. 주혁은 시완과 함께 지키지 못한 약속을 혼자서라도 이행하기 위해 터키로 향한다. 그리고 터키에서 발걸음 하나를 내디딜 때마다 그의 추억 속에서 자꾸만 소환되는 시완을 어쩌지 못한다.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김시완의 이야기 김시완의 시점에서 노래만 이어지는 건 아니다. 소극장 콘서트에서 가수가 관객과 이야기를 주고받듯이, 김시완도 중간중간 자신의 과거 경험에 대해 털어놓는다. 같은 사건, 같은 시점을 다르게 기억하고 서술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비교하는 것도 큰 재미이다. 그 포인트에 때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표절가수 김시완(김다흰)이 노래하는 가운데, 조명과 젬베 그리고 코러스를 맡은 임승범 배우가 뒤에서 '표절가수'라고 액정을 밝히고 있다. 자칫 무겁고 슬픈 톤으로만 흐를 수 있는 극이지만, 중간중간 이처럼 강약 조절이 나쁘지 않다. 중간중간 관객에게 주는 웃음은, 극의 마지막에 더 큰 감정의 파장으로 귀결된다.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소극장 콘서트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연극 <터키블루스>. 무대 뒤 스크린은 임주혁의 시점일 때 터키의 현장을 담고, 김시완의 시점일 때 노래하는 시완을 비춘다. 아담한 공간을 채우는 김다흰의 목소리는, 이곳이 연극 무대가 아니라 콘서트 현장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김시완의 노래, 김다흰의 노래 김시완 역의 김다흰 배우는 "노래를 좋아한다"고 지난 3월 10일 프레스콜 현장에서 고백했다. 그의 노래 실력이 탁월한가? 잘 모르겠다. 음정을 기계처럼 지키는 것도 아니고, 기교가 화려한 것도 아니고, 하이노트를 드라마틱하게 찍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가 담백한 목소리로 기타를 잡고 부르는 노래에는, 김다흰만이 자랑할 수 있는 매력이 담겨 있다. ⓒ 곽우신


둘의 감정은 뭐였을까. 사랑이었을까 우정이었을까. 박선희 연출은 우정을 의도했지만, 그렇다고 사랑이라는 해석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아니, 그 구분이 꼭 필요한 것일까. 우정도 포괄적 의미에서 사랑에 포함된다. 사랑이라는 큰 단어 안에는 수만 가지 형태와 색깔이 존재한다.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도 여럿이다. 그들의 관계가 동성애였으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떠랴. 그들은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삶에 지쳐버린 두 사람. 추억 상자 속 낡은 물건들처럼 그들의 꿈도 그 빛이 바래가고 있었다. 완전히 삭고 닳아서 없어지기 전, 주혁과 시완은 그 꿈을 부여잡고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하지만 시완은 제주도에서 주혁의 뒷모습을 보고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주혁은 에게 해의 포말 속으로 자신의 끝을 내맡긴다. 주혁을 추억하는 시완의 콘서트장에서, 주혁은 한시도 시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지만 시완은 주혁을 보지 못한다. 뒤늦게 주혁을 찾아보겠다는 시완. 하지만 주혁의 꿈은 이미 시리도록 푸른 우울의 바닷속에 잠겨 버렸다.

이를 반드시 비극이라는 두 글자로 정의할 필요는 없다. 임마누엘 칸트의 유언으로 유명한 "Es Ist Gut"는 이 극을 관통하는 말이자 매듭을 짓는 마침표와 같은 말이다. "그것으로 좋다"는 뜻의 이 문장은 극에서 "참 좋다"는 말로 쓰인다. 둘이 관계는 참 좋았고, 다시 참 좋아졌다. 둘이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탐색하며 오래된 꿈을 더듬거렸던 둘에게 더 이상 화해나 용서와 같은 과정은 필요 없어졌다. 그래서 참 좋다. 시완도 주혁도 그 둘의 감정도, 그 감정을 그린 이 극도.

너무 늦기 전에 되돌릴 수 없기 전에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임주혁에게 터키란 함께 가고 싶었던 터키를, 삶에 지친 임주혁 혼자 향한다. 연극 <터키블루스>는 터키를 다녀온 임주혁의 여행기와, 콘서트를 연 김시완의 콘서트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디아 블로그>가 두 사람이 공유하는 추억담을 풀어냈다면, <터키블루스>는 주혁만의 애잔한 경험을 따라간다.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전석호의 임주혁 배우 전석호의 장기는 무엇일까. 마스크? 연기? 노래? 끼? 그는 연기하지 않는 것처럼 연기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극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그 특유의 연기 아우라가 최고의 장점이다.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젬베를 치는 주혁 시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주혁은 시완의 콘서트 현장에서 그를 지켜본다. 같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그. 실제로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에게 해에 잠든 주혁은 자신을 기억하는 시완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 ⓒ 곽우신


연극 <터키블루스> 프레스콜 지난 3월 10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터키블루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임주혁(전석호)와 김시완(김다흰),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소극장 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 각양각색의 조명 연극 <터키블루스>의 장점 중 하나는 조명이다. 소품처럼 활용된 다양한 전구와 조명들이 별자리처럼 빛난다. 그들의 추억도, 그들이 꾼 꿈도 이처럼 빛났을까. ⓒ 곽우신


역시나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둘이 헤어질 때 그런 식이 아니었다면 둘이 제주도에서 만났다면 둘 중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하는 가정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어쩌랴. 상대를 향한 나의 마음과는 별개로 삶의 파도는 우리의 관계를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밀어 넣는다. 과정도 결과도 의도치 않은 형태로 끝내버리고는 한다. 마지막 순간의 주혁은 시완이 자신을 붙잡아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사람 때문에 수없이 상처받는 우리지만, 결국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다. 잠시 멀어진 화해하고 싶은, 이해하고 혹은 이해받고 싶은 누군가의 이름이 당신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지 모른다. 그런 이름이 있다면 너무 늦지 않았을 때 붙잡자. 그를 붙잡을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은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른다. 지금이 지나면 그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바닷속에 완전히 잠겨버리기 전에 손을 내밀어 우리의 감정을 우리의 꿈과 관계를 건져 올리자.

연극 <터키블루스>의 포스터 지난 3월 4일,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터키블루스>가 오는 10일 막을 내린다.

▲ 연극 <터키블루스>의 포스터 지난 3월 4일,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터키블루스>가 오는 10일 삼연의 막을 내린다. 굿바이 이벤트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연우무대만의 독특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이 작품을 통해, 두 남자의 못 다 이룬 우정을 관객도 관찰할 수 있기를…. ⓒ StoryP



연극 터키블루스 김다흰 전석호 연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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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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