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첫 안타로 가는 길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가 지난 5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센추리링크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 3회 초, 선수타자로 나와 땅볼을 치고 아웃된 뒤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경기에서 박병호는 2타수 무안타 1득점, 김현수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 힘겨운 첫 안타로 가는 길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가 지난 5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센추리링크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 3회 초, 선수타자로 나와 땅볼을 치고 아웃된 뒤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경기에서 박병호는 2타수 무안타 1득점, 김현수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현재 김현수의 소속 팀 볼티모어 오리올스 프런트의 행보는 이제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이제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까지 나선 상태다.

현재 MLB.com에 명시된 오리올스의 선수 명단 중 25인 개막 로스터를 위해서는 7명의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야 한다. 3월 31일(이하 한국 시각) 오리올스가 선발투수 미겔 곤살레스를 웨이버 공시하면서 조정된 인원이다.

원래 곤살레스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갖고 있었고, 오리올스와 연봉 조정을 피해 재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510만 달러를 받는 곤살레스는 지난 4년 동안 101경기(95선발) 39승 33패 평균 자책점 3.82를 기록했다.

곤살레스는 윤석민(현 KIA 타이거즈) 등과의 경쟁을 통해 오리올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던 2014년에도 10승 9패 3.23의 성적을 기록했고, 부상으로 27경기(26선발) 등판에 그쳐 규정 이닝 진입에 3이닝이 모자란 것을 빼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곤살레스의 경우는 2015년 26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44.2이닝에 그쳤고, 9승 12패 4.91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 6경기 선발 등판에 1승 4패 9.78을 기록했다. 그리고 개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방출된 것이다.

곤살레스 6경기, 김현수 16경기만 보고 판단?

곤살레스의 소식은 어쩌면 김현수와 연관하여 오리올스 구단 프런트의 행동이 소위 "막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곤살레스의 경우도 재계약을 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상태로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 성적만 보고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직 MLB.com에 등록된 선수 명단에 김현수는 여전히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댄 듀켓 단장이 계속해서 김현수의 마이너리그 이동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벅 쇼월터 감독 역시 그를 출전시키지 않고 벤치에만 머물게 하고 있다.

김현수의 경쟁자였던 조이 리카드는 룰 5 드래프트로 지명되어 오리올스에 왔고, 시범경기에서 리카드는 0.390의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대가 다르더라도 KBO리그 1군 무대에서 프로 경험을 착실히 쌓았던 김현수와 마이너리그에서 몇 년 머물렀던 리카드는 동일선에서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게다가 오리올스는 김현수를 뺀다면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전력감으로 활용할 만한 왼손 타자 외야수가 없다. 물론 당장 타격이 뜨거운 리카드가 시선에는 더 쉽게 들어오겠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고 나서 그 방망이가 식을 가능성도 있다.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다고 해서 그 성적이 정규 시즌까지 연결된다기보다는 너무 빨리 달아오른 방망이가 페이스 조절의 문제로 급격히 식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윤석민은 취업 비자 발급이 늦었다 쳐도, 김현수는 시범경기 초반부터 제대로 된 기회가 길지 않았다. 사실 오리올스의 이러한 행태는 단순히 쇼월터 감독만의 독단적인 판단일 가능성은 적다. 베테랑 감독들이 구단 프런트와의 관계로 인하여 팀을 떠나는 경우가 상당했듯이 쇼월터 감독 역시 구단 프런트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오리올스의 구단주 안젤로스, 단장 듀켓의 영향력은?

오리올스의 구단주 피터 안젤로스는 변호사 출신이다. 구단 행정에 상당히 간섭하는 구단주 중 한 명이며, 간혹 볼티모어 선 등 지역 언론의 비판을 받았던 적도 있다. 현재 단장인 듀켓 역시 안젤로스가 데려온 인물이다.

명문대인 앰허스트 대학을 졸업한 듀켓 역시 한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단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이다(1994~2002). 그런데 그가 단장직으로 있는 동안 로저 클레멘스에 대한 오판으로 그를 붙잡지 않았고, 클레멘스는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레드삭스에 끔찍한 악몽을 선사했다.

결국, 레드삭스는 2003년 테오 엡스타인(현 시카고 컵스 구단 부회장)이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듀켓을 내보냈다. 이후 야인으로 살던 듀켓은 2011년 오리올스 단장으로 오게 되었다. 합당한 대우가 아니었음에도 듀켓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단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선수 영입 및 운영에 있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김현수의 권리를 위해서 마이너리그로 보내는 대신 다른 팀으로 갈 수 있게 풀어주는 방법이 있지만, 이렇게 되면 듀켓이 살아남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결국, 듀켓 역시 구단에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남기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현 감독인 쇼월터도 그렇다. 쇼월터는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박찬호(은퇴)와 한 팀에 있었는데, 당시 선발진 운영에서 논란이 있었다. 당시 레인저스는 몇 년 동안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이 4점대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투수 운영에 애를 먹었던 상황이었다.

쇼월터는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서 애를 썼다. 결국, 후반기 레인저스는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박찬호의 연봉을 일부 부담하면서까지 그를 내보냈다. 그런데도 쇼월터는 투수 운영에 있어 구단 프런트를 만족하게 하지 못했고, 결국 얼마 가지 않아 해고됐다.

쇼월터는 올해도 처음 김현수를 만났을 때는 지도자 연수를 받던 최희섭 코치까지 불러 김현수의 특별 지도를 맡기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구단 프런트가 현지 언론을 통하여 김현수 흔들기에 나서고 나서부터는 그를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고 있다.

안젤로스 구단주는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워싱턴 D.C로 연고지를 이전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구단주였다. 볼티모어와 너무 가까워 관중들이 유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때문에 다른 구단들로부터도 상당한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막장 운영 오리올스, 선수 권리에 대한 배려는 어디로?

오리올스는 대구 상원고등학교 출신 한국인 투수 김성민을 영입하려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김성민은 1994년생으로 고등학교 2학년 신분이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한미 선수 계약 협정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가 아니므로 김석민은 프로 구단과 접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리올스는 김성민에 대한 신분 조회 요청 없이 독단으로 계약을 결정했고, 대한야구협회(KBA)에서는 상벌위원회를 통하여 김성민에게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사실 이는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허용되던 방법이 대한민국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무시한 오리올스 프런트의 처사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현재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는 해제되었지만, 당시 여론 분위기로 인하여 오리올스는 한국인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쌓이게 됐다.

구단주가 해야 할 역할과 단장이 해야 할 역할 그리고 감독이 해야 할 역할은 서로 정해져 있다. 재정적 지원은 구단주가, 선수 영입을 통한 선수단 구성은 단장이, 그리고 그렇게 구성된 선수단 관리는 감독이 최종 책임을 진다. 그리고 서로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면 이 균형은 깨지게 마련이다.

현재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사용하게 되면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벤치만 지키는 유령이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현수가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가 나섰다는 것은 김현수가 이러한 부당한 대우에 맞설 힘을 얻었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1994년 대규모 총파업으로 인하여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이 열리지 못하게까지 했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갖고 있다.

구단의 부당한 행동을 막아주는 역할을 노조가 하는 것이다. 징계가 합법적이지 않을 때도 노조가 법정 투쟁을 대신 해 주고 선수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한때 사무국을 상대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이유가 선수노조의 비협조로 인하여 설 곳을 잃었을 정도로 선수노조의 힘은 강력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김현수 본인의 결정과 이에 대한 사태 해결에 대해 에이전트가 선수노조와 어떤 식으로 협의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김현수 본인이 오리올스에 남겠다고 하면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이거나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겠다고 하면 합법적으로 방출을 요구하여 다시 FA가 될 수 있다. 선수노조까지 관심을 보이게 된 이번 사건이 어떠한 결실을 보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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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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