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카메라 앞에서 소감 이야기한 거 빼면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오키나와에서도 박진두한테 밀리는 바람에...(웃음)"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인상 깊은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 오준혁에게 '요즘 야구를 잘하니 인터뷰를 많이 했겠다'고 말을 꺼내자 손사래를 쳤다. 언론의 관심을 빼앗아간 기아의 미래 4번 타자감인 박진두에게 익살 섞인 원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올 시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야구에 대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준혁이 붙들고 있는 화두는 '스피드'였다.

체격

공식 프로필에 있는 오준혁의 키는 187cm, 몸무게는 80kg. 다소 호리호리해 보이는 체격이라 오준혁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 몸 불리기에 돌입했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 탓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오준혁은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졌다.

"근육을 키우는 데 집중했어요. 근육을 키워야 타격·수비·주루 모두에서 스피드가 살아날 수 있으니까요."

오준혁은 지난 겨우내 주는 대로 많이 먹고 장세홍 트레이너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무게는 안 늘었다.

"몸무게도 늘리고 싶었는데 운동을 많이 해서인지 그렇게 먹는데도 몸무게는 많이 안 늘더라고요. 대신 근육량은 목표만큼 많이 늘었습니다. 체성분 검사를 했을 때 근육량 수준이 예전에는 '중하'였는데 이제 '상'까지 올라왔어요."

타격의 기술

[기아 전지훈련] 솔로홈런 날린 오준혁 기아 오준혁이 26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 3회초 선발투수 박민호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기아 오준혁이 지난 2월 26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 3회초 선발투수 박민호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유성호


오준혁은 시범경기 10경기에 출전해 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김다원·김주형과 함께 팀내 1위다. 본인 스스로도 부쩍 힘이 붙었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타격할 때 오른팔이 들리는 약점을 고쳤다. 그러자 타구 속도가 빨라졌고 그에 비례해 비거리도 늘었다.

오키나와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지난달 26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때려냈는데 당시 외야에서 홈플레이트 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힘들이지 않고 빠른 스윙 스피드로,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 힘을 집중한 게 주효했다. 캠프 내내 김기태 감독과 연습한 바로 그 스윙이었다.

"파워도 결국 스피드가 있어야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 방망이도 좋고 투수들 공도 빠르니까 타자도 빠른 스피드로 정확히 맞추면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비의 기술

오준혁은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수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캠프에서 수비와 공격을 7 대 3의 비중을 두고 시간을 투자했다. 수비에서도 특히 송구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외야 수비할 때 어깨가 강하냐 약하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홈 승부를 가정해 보면, 안타가 된 공이 외야로 굴러왔을 때 외야수가 달려나가잖아요. 그럼 송구하는 위치에서 홈까지는 많아야 40m 정도 밖에 안됩니다. 주자를 잡는 건 강한 송구가 아니라 정확한 송구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어깨가 강해도 정확히 던지지 못하면 주자를 잡아낼 수 없으니까요."

오준혁은 시범경기에서 외야와 1루를 오가고 있다. 한화에 있을 때부터 2군 경기에서는 1루수로 곧잘 출전해와 내야가 낯설지는 않다고 한다.

"제가 포지션을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요. 외야든 1루든 몸이 부서지지 않는 한 어디에서든 열심히 뛰어야지요."

[기아 전지훈련] 솔로 홈런 치고 축하받는 오준혁 기아 오준혁이 26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 3회초 선발투수 박민호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친 뒤 덕아웃에서 팀동료의 축하를 받고 있다

기아 오준혁이 지난달 26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 3회초 선발투수 박민호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친 뒤 덕아웃에서 팀동료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목표

오준혁은 순천북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원래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였다. 뛰는 모습을 본 야구부 감독이 오준혁을 탐냈고 이 스카우트전에 축구부 감독도 가세했다. 결국 오준혁의 부모님을 축구부 감독보다 한 달 더 쫓아다닌 야구부 감독이 뜻을 이뤘다. 

올 시즌 오준혁의 목표는 '함평으로 가지 않기'다.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후 1군에서 살아남는다면 두 자릿수 홈런과 두 자릿수 도루에 도전하고 싶단다.

"10홈런에는 많은 의미가 있어요.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는 건 안타도 꽤 많이 쳤다는 이야기가 되잖아요. 장타율도 어느 정도 따라와 줄 테고. 출루를 많이 하게 되면 도루 기회도 많아지겠죠. 도루는 캠프에서 김종국 코치님이 많이 가르쳐 주셔서 자신 있게 하면 두  자릿수는 채울 자신이 있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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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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