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업영화를 이끄는 세 명의 거장, 봉준호·박찬욱·김지운 감독의 사진. 이들의 신작은 언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한국 상업영화를 이끄는 세 명의 거장, 봉준호·박찬욱·김지운 감독의 사진. 이들의 신작은 언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 오마이스타


지난주, 세계적인 촬영감독인 다리우스 콘쥐의 내한 소식이 해졌다. 홍보도 아닌 한국영화의 헌팅을 위한 내한에 감개무량해 한 영화팬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리라. 다리우스 콘쥐가 누구인가. 그는 장-피에르 쥬네 감독의 데뷔작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과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데뷔작 <세븐>(1995)로 널리 알려졌다. 이후 그는 대니 보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우디 앨런, 왕가위, 미카엘 하네케, 스티븐 프리어즈, 제임스 그레이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해온 세계적인 촬영 감독이다. 이란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할리우드까지 보폭을 넓혀간 탓이다.

2012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무르>의 촬영감독이기도 한 그 다리우스 콘쥐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옥자>의 국내 헌팅차 내한했다. 그와 함께 아역배우 안서현과 배우 최우식의 캐스팅 소식도 설왕설래 하고 있다. 이미 화려한 캐스팅과 넷플릭스의 투자 소식 등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 몇 년 간 사실 한국영화는 흥행은 괜찮았을지라도 작품적인 면모에서 하향평준화가 뚜렷했다. 하지만 이런 부진을 씻을 기대작들이 속속 베일을 벗고있다. 벌써 13년이나 흐른 2003년, <올드보이>와 <장화 홍련>, 그리고 <살인의 추억>으로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를 업그레이드 시켰던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 2016년을 전후해 선보일 예정이다.

[박찬욱의 <아가씨>] 7년 만의 장편 한국영화

 영화 <아가씨>의 스틸컷.

영화 <아가씨>의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연출한 <파란만장>(2010)과 <청출어람>(2012), <고진감래>(2013)가 있었다. 그 사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스토커>(2013)가 있었고, 홍콩의 오언조와 함께 한 패션필름 <더 로즈, 리본(A rose, reborn)>(2014)이 있었다. 그 와중에 <설국열차>를 제작했고, <무뢰한>을 기획했다. '영화인' 박찬욱은 그렇게 바빴다. 그리고, <아가씨>가 2016년 개봉 시일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아가씨>는 지난 2월 개최된 유로피안 필름마켓에서 7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전 세계 6개 대륙 116개국에 선판매되는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영화가 개봉 전 100개국이 넘는 대규모 선판매를 기록한 것은 <설국열차> 이후 <아가씨>가 두 번째. 5월 칸 국제영화제 진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아가씨>의 미국배급은 넷플릭스에 이어 미국 영화계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아마존 스튜디오가 맡는다. 박찬욱의 이름값에 걸맞는 주목도다.

김민희(아가씨)와 하정우(백작), 신인 김태리(소녀)와 조진웅(이모부) 외에 김해숙, 문소리가 합류한 <아가씨>는 영국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번안했다. 영국에서 동명의 3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진 <핑거스미스>는 거액을 물려받게 된 귀족녀를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욕망과 사랑, 배신을 그린 고풍스런 드라마다. <박쥐>의 파격 이후 7년, 이제 전 세계가 공히 인정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의 순제작비 110억 짜리 신작을 오는 6월 스크린으로 확인할 일만 남았다.

[김지운의 <밀정>] 워너브러더스가 주목하다

 영화 <밀정>의 스틸컷.

영화 <밀정>의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작업한 <라스트 스탠드> 이후 김지운 감독이 3년 만에 연출하는 장편<밀정>은 할리우드 투자배급사 워너브러더스가 100억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제작과 배급까지 도맡는다. 워너브러더스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칸 공개 이후 김지운 감독에게 서부극을 제안했던 걸 감안하면 꽤나 숙성된 조우라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아시아 프로모션에서 한국 매체들을 만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관계자는 "김지운 감독에게 전권을 일임했다"고 밝혀 기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워너브러더스는 한 해 5편 정도의 한국영화를 투자 배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 첫 스타트를 끊은 <밀정>은 올 여름 공개될 예정이다.

순 제작비가 100억으로 알려진 <밀정>은 송강호와 공유 외에 한지민, 서영주 등이 캐스팅됐다. 일제 강점기 시대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활약을 주요 소재로 했다는 점만 알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이야기와 분위기는 베일에 쌓여있다. 다만, 크랭크인 전인 지난해 10월, 김지운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힌트를 남겼다.

"1920~30년대에 영화로 만들만한 소재가 많다. <놈놈놈>이 그 시대의 활극적인 요소만 빼서 만든 영화라면, 민족에 대한 젊은이들의 희생, 그 비장함과 숭고함은 <밀정>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겠더라. 나라를 찾고자 하는 젊은 민족지도자들의 비장감, 결기, 로맨티시즘이 있던 시대였다. <놈놈놈>에서 하지 못한 것을 <밀정>으로 가져올 생각이다."

[봉준호의 <옥자>] '봉준호 월드'의 진정한 월드와이드 프로젝트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 ⓒ cj엔터테인먼트


22일 오후 한 영화 커뮤니티에 <옥자>의 촬영 진행표가 유출(?)됐다. 비록 4월 중순 이후 남양주 스튜디오에서 세트 촬영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전부였지만, <옥자>의 일거수일투족 은 그렇게 한국 영화팬들과 매체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거장' 다리우스 콘쥐의 내한에 쏟아진 관심 역시 이러한 '<옥자> 효과'의 일환을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옥자>는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고 오퍼스픽처스가 제작한 <설국열차>를 넘어 온전한 월드와이드 배급 규모를 자랑하는 봉준호의 해외프로젝트라 불릴 만하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켈리 맥도날드, 릴리 콜린스가 출연하고, <옥자>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옥자SPC와 브래드 피트의 플랜B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하며, 세계 최대의 OTT 기업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또 브래드 피트는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은 2013년 몇몇 매체를 통해 "옥자와 독특한 여자주인공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라고 <옥자>를 소개한 바 있다. 당연히 옥자가 사람 이름일거라 예상됐지만, 봉준호 감독은 평소의 그답게 전세계의 기대를 배신(?)했다. <옥자>는 한국 소녀와 범상치 않은 동물 옥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 로케이션이 섞여 있고, 시나리오도 한국어 대사와 영어 대사가 절반쯤 섞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자>가 특히나 기대를 모으는 점은 바로 <설국열차> 북미 개봉의 수난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배급사인 와인스타인사로부터 '가위질'과 같은 편집이나 제한상영의 수모를 당했던 봉준호 감독은 절치부심 끝에 플랜B와 넷플릭스라는 거물급 파트너들을 만났다. 북미 시장 공략에도 용이한 라인업이다.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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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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