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전북현대" 지난 1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개막전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경기. 전북 현대 선수단이 K리그 개막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이겼다, 전북현대" 지난 1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개막전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경기. 전북 현대 선수단이 K리그 개막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승후보들의 맞대결에서 전북이 먼저 웃었다. 12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개막전에서 김신욱의 결승 골에 힘입어 리그 우승팀 전북이 FA컵 우승팀 서울을 1-0으로 제압했다.

전북은 애초 올해도 K리그의 독보적인 1강으로 예상됐다. 지난 시즌 주력 구성원들이 대부분 건재한 가운데 올겨울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통하여 더욱 두꺼운 선수층을 구축했다.

하지만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먼저 치러진 ACL 조별리그 2경기에서 조직력에 엇박자를 드러내며 약점을 노출했다. 반면 서울은 데드리아노(데얀-아드리아노) 콤비의 막강 화력을 앞세워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올 시즌 전북조차도 위협할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최강희가 꺼내든 의외의 카드 '스리백'

인사말하는 최강희 감독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린 2016 현대 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사말하는 최강희 감독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린 2016 현대 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강희 감독은 서울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의외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익숙한 포백 전술 대신 스리백을 시도했다. 스리백은 상대인 서울의 주 포메이션인데다, 공격 중심의 축구를 강조하는 최강희 감독이 홈에서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그만큼 상대의 전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식한 '서울 맞춤형' 변칙 전략이었다.

전북은 중앙수비라인의 핵이던 김기희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연 중국으로 이적했다. 팀 내 유일한 빌드업형 센터백이자 수비진의 리더를 잃은 최강희 감독으로서는 ACL에서 드러난 대로 정상적인 포백 수비로는 서울의 막강 공격을 봉쇄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스리백에 더하여 최 감독이 선택한 또 하나의 깜짝 카드는 이호의 중앙수비 전환이다.

큰 경기에서 종종 포지션 파괴를 즐기는 최 감독은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이호를 중앙수비에 배치했다. 이호는 지난 시즌 많은 기대를 모으며 전북 유니폼을 입었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11경기 출전에 그쳤고 부진한 활약으로 전북 팬들에게 원성을 샀다.

하지만 이날은 김형일-최철순 등과 짝을 이루며 서울의 공격을 봉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인방어에 강한 김형일과 최철순이 서울의 공격수들을 압박하고 이호가 패스의 길목을 차단하는 협력수비가 통했다. 전북 수비는 이날 아드리아노에게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몇 차례 내주는 등 고비도 있었지만,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에 힘입어 끝내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루이스의 활약도 고무적이었다. 루이스는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노쇠화 우려를 자아낸 데다 지난 ACL 조별리그에서도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 더욱 두꺼워진 전북의 2선 자원 속에 에두 영입설까지 거론되었을 때 가장 먼저 방출후보로 거론되었던 선수가 루이스였다.

그러나 김보경이 ACL에서 당한 부상으로 인하여 루이스에게 깜짝 기회가 돌아왔다. 루이스는 이날 익숙하지 않은 중앙 미드필더에 가깝게 플레이하면서 과감한 침투와 정교한 패스로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활약을 선보였다. 루이스와 이재성, 후반 투입된 레오나르도로 이어지는 전북의 미드필드진은 점유율에서 밀리면서도 빠르고 효율적인 역습으로 서울의 수비를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변칙 전략의 화룡점정 '투톱'

"골 넣었어요" 지난 1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개막전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경기. 전북 현대 김신욱이 헤딩으로 첫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골 넣었어요" 지난 1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개막전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경기. 전북 현대 김신욱이 헤딩으로 첫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강희 표 변칙의 화룡점정은 김신욱의 기용과 이동국과의 투톱 전술이었다. 김신욱은 울산 시절부터 유난히 서울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ACL 조별리그에서는 김신욱 활용법이나 이동국과의 공존을 두고 의문부호를 자아냈다.

최 감독이 장·단점이 분명한 이동국-김신욱 투톱 조합을 다시 꺼내 든 것은, 서울을 상대로 점유율을 약간 희생하더라도 최전방에서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예상대로 이동국-김신욱의 공격진은 전방에서 호흡상으로 뻑뻑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지만, 서울 수비에 부담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결국, 후반 17분에는 김신욱이 세트피스에서 전매특허인 헤딩을 통한 한 방으로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전북은 전반에 서울의 공격을 의식한 듯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플레이를 펼쳤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특유의 공격적인 색깔을 되찾았다. 최 감독이 서울을 얼마나 의식했는지는 이날 선수명단에서도 드러난다. 전북은 출전명단 23세 이하 선수를 2명 포함-1명 이상 출전시켜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못하며 교체카드 1장을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베테랑 선수들 위주의 라인업을 꾸렸다.

하지만 그런데도 교체카드를 공격적으로 활용하며 경기를 주도한 쪽은 오히려 전북이었다. 과감한 승부수 못지않게 큰 경기일수록 경험을 중요성도 잘 알고 있는 최 감독의 지략이 돋보인 장면이다.

서울전 승리는 지난 ACL 조별리그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며 전북이 올해도 여전히 K리그 최강이라는 점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작년과 달라진 전북의 가장 큰 무기는 전술적 다양성이다. 리그 내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상대로, 익숙하지 않은 스리백 전술에 2진 정도로 예상되었던 이호와 루이스를 가동하고도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앞으로 상대 팀에 따라 어떤 선수와 전술을 내세우더라도 1~2진의 구분이 무의미한 강력함은 전북에 자신감을 안겨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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