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 챔피언 결정전 진출 지난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 경기. 고양이 76-59로 울산을 누르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확정하자 고양 허일영과 김동욱이 활짝 웃고 있다.

▲ 고양 오리온 챔피언 결정전 진출 지난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 경기. 고양이 76-59로 울산을 누르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확정하자 고양 허일영과 김동욱이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이 대망의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3위 오리온은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2위 울산 모비스를 3전 전승으로 완파했다. 4강 직행에 성공한 정규리그 2위 팀이 준결승에서 하위 팀에 스윕패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양 오리온이 만들고 있는 건 '역사'

문태종 돌파 지난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 농구 4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 경기. 고양 문태종이 돌파하고 있다.

▲ 문태종 돌파 지난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 농구 4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 경기. 고양 문태종이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일승 감독과 오리온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플레이오프다. 오리온이 챔프전에 진출한 것은 2002-2003 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추일승 감독도 부산 KTF 시절(현 부산 KT)이던 2006-2007시즌(준우승) 이후 10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오리온은 대구 오리온스 시절이던 2001-2002시즌 김승현과 김병철·전희철·마커스 힉스 등이 주축을 이뤄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듬해 2002-2003시즌에는 정규시즌 2연패와 함께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할 기회를 잡았으나 챔프전에서 원주 TG의 돌풍에 막혀 석패했다. 하지만 그해 챔프 5차전에서 '계시기 오작동'이라는 역대급 오심으로 오리온이 이겼어야 할 경기에 억울하게 패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리온은 2007년 이후 한동안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간판스타 김승현이 허리부상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고 세대교체와 연이은 감독 선임 실패 등이 겹치며 급격하게 몰락한 오리온은 2007-2008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5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탈락했고 이 중 세 번이나 꼴찌에 머물렀다.

이 기간 오리온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파행적인 구단 운영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구설수로 더 화제에 오르는 경우가 잦았다. 김승현의 이면계약과 임의탈퇴 파문, 야반도주식 연고지 이전 논란(대구-고양),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의 사령탑 선임(2009년 김남기 전 감독), 모기업을 둘러싼 구설수와 프런트의 전횡 등 온갖 사건·사고의 온상으로 전락하며 농구팬들에게 한동안 '농구판 이미지를 다 망가뜨린다.'며 단단히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팀 끌어올린 추일승 감독의 리더쉽

'오늘 잘 풀리네' 지난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 농구 4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 경기. 고양 추일승 감독이 활짝 웃으며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오늘 잘 풀리네' 지난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 농구 4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 경기. 고양 추일승 감독이 활짝 웃으며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끝 모를 바닥을 전전하던 오리온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추일승 감독의 부임이 전환점이었다. 성적 부진으로 KTF 사령탑에서 물러난 직후 한동안 방송해설과 저술활동 등에 전념하던 추 감독은 오리온 사령탑을 맡으며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추 감독이 부임할 때만 해도 오리온은 여전히 답이 보이지 않는 약체팀이었지만 추 감독은 전매특허인 외국인 선수발굴과 리빌딩 능력을 발휘하며 차근차근 팀을 재건해나갔다.

오리온은 추 감독 부임 2년 차인 2012-2013시즌부터 플레이오프 무대로 복귀했고 올해까지 4년 연속 봄 농구 무대를 밟았다. 추 감독은 올 시즌 오리온을 13년 만에 정규리그 최고 성적인 3위로 이끌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챔프전 무대까지 끌어 올리며 팀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데 성공했다.

추 감독은 KBL의 대표적인 베테랑 감독이지만 프로 무대에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63년생 동갑내기이자 실업 기아자동차 창단 멤버이기도 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프로 최고의 명장으로 승승장구할 동안, 추 감독은 좋게 말해 '팀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인' 감독 정도에 평가가 머물러왔다.

추일승 감독은 올해 유재학 감독과 9년 만의 플레이오프 리턴매치에서 완벽한 설욕에 성공했다. 추 감독은 KTF 시절이던 2007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유 감독의 모비스에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분패하며 아쉽게 우승의 기회를 놓친 바 있다. 추 감독의 오리온은 모비스를 3전 전승으로 완벽하게 압도하며 정규리그에서의 상대 전적 열세와 4강 직행 표를 빼앗긴 빚을 이자까지 쳐서 톡톡히 갚았다. 늘 유재학 감독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추일승 감독이 처음으로 유 감독을 넘어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었던 순간이다.

추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하여 그동안 단기전에서 약하다는 오명도 어느 정도 떨쳐냈다. 지난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으나 번번이 6강의 벽을 넘지 못했던 오리온은 올 시즌 동부와 모비스를 상대로 거침없는 6연승을 질주하며 무패행진으로 챔프전에 올라섰다. 정규시즌 우승과 4강 직행에 실패한 아쉬움이 오히려 선수단에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오리온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보다 한결 진화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정규시즌 동안 오리온의 약점이었던 애런 헤인즈와 조 잭슨의 공존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 기존의 문태종-김동욱-이승현에 최진수까지 가세하면서 포워드진의 운용 폭도 더욱 넓어졌다. 시리즈를 일찍 끝내며 플레이오프 일정에 따른 체력적 핸디캡도 사라졌다.

오리온은 이제 느긋하게 KCC-KGC 전 승자를 챔프전에서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정규시즌 3위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2-2003시즌 TG, 2008-2009시즌과 2010-2011시즌의 KCC 등이 있다. 팀 창단 이후 두 번째 우승이자 추일승 감독의 프로 무대 첫 우승에 도전하는 오리온이 과연 새로운 역사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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