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 ⓒ 이정민


영화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이 지난해 받은 청룡영화상 각본상의 상금을 용산참사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기부했다.

지난 13일 김일란 감독은 자신의 SNS에 "얼마 전 김성제 감독이 '연분홍치마'에 후원금을 보내왔다"며 "<소수의견>으로 각본상과 상금을 받았는데 용산참사 진상 규명을 밝히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일란 감독은 "이 사실을 알려도 되겠네 물었더니 무척 민망해하면서 조용히 후원하고 싶었던 것이니 알리지 말라 하셨다"며 "제가 부득부득 알리게 해달라고 졸랐다"고 전했다.

김일란 감독은 홍지유 감독과 함께 지난 2012년 용산 참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발표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화는 누적 관객 수 7만 명을 돌파하며 독립다큐멘터리영화로서는 유의미한 흥행 기록을 남겼다.

김성제 감독의 <소수의견> 역시 같은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기에 인연이 크다. 김일란 감독은 <소수의견>에 대해 "영화에서 용산 철거민들의 억울함을 증명할 증거가 나왔다는 것에서 어쩌면 이 영화는 판타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라며 "정작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김성제 감독 같은) 여전히 용산 참사의 상처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을 만나 큰 위로가 되는듯했다"는 감상도 올렸다.

후원에 대해 김성제 감독은 14일 <오마이스타>에 "민망하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김 감독은 "(후원한) 상금도 얼마 되지 않는다, 제작 여건이 어렵기에 응원의 차원에서 한 것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현재 연분홍치마가 준비 중인 용산 참사 다큐멘터리는 <두 개의 문2>라는 가제로 진행 중이다. 연출을 맡은 '연분홍치마'의 이혁상 감독은 "올해 9월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한창 제작 중"이라며 "좋은 작품으로 곧 찾아뵙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일란 감독이 SNS에 올린 글 전문이다.

<소수의견>을 보면서, 어쩌면 이 영화는 판타지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철거민들의 억울함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나왔다는 것. 2009년 용산참사 재판당시에 자주 상상했던 일이었으니까요. 현실에선 불가능했던 일을 스크린 속에서 만났을 때, 묘하게 빈정거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어요. 괜히 심사가 뒤틀려서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했어요. 그런데 시사회에서 만난 김성제 감독은 겸손하다 못해 수줍고 여린 사람같았어요.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더라고요. 그런 김성제 감독의 모습에 유가족은 큰 위로를 받는 듯 보였어요. 정작 사과를 해야할 사람들은 용산참사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에서, 여전히 용산참사의 상처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을 만나니 큰 위로가 되는 듯 했어요.

그런데 얼마전 김성제 감독이 연분홍치마에 후원금을 보내왔어요. <소수의견>으로 각본상과 상금을 받았는데, 이 상금을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밝히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용산참사 다큐멘터리 제작비를 후원해주었어요. 김성제 감독에게 사람들에게 알려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무척이나 민망해하면서 조용히 후원하고 싶었던 것이니,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부득부득 알리게 해달하고 졸랐어요.

부족한 제작비를 걱정해준 마음도 고맙지만, 용산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그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하고 싶은 김성제 감독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에요. 이 고마운 마음은 또 다시 그날은 왔지만, 그날의 아픔은 잊혀져간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 커진 것도 같아요.

오늘부터 용산참사 추모주간이 시작되었어요. 그날의 비극을 기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시 모여 국가폭력의 책임자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고, 이 비극이 남긴 상처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성제 용산 참사 김일란 연분홍치마 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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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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