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유정캐릭터를 120% 소화하고 있는 박해진

원작의 유정캐릭터를 120% 소화하고 있는 박해진 ⓒ cj e&m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드라마 제작발표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었다. 원작 팬들의 지나친 간섭은 <치인트>와 시어머니를 조합한 단어인 '치어머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였으니 그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만하다.

다행이도 주인공 유정 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끊임없이 거론되었던 박해진의 OK 사인이 쉽게 떨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 캐스팅에 있었다. 일단 여주인공 홍설 역에 김고은의 출연이 확정되자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뒤이어 캐스팅 된 서강준, 남주혁, 이성경, 박민지 역시 치어머니들의 기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마디로 캐스팅 당시 박해진을 제외하고는 <치인트>에 쏟아지는 불만은 상당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시작하자 웹툰과 드라마는 엄연히 다른 장르라는 것이 밝혀졌다. 웹툰의 이미지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박해진은 원작팬과 드라마팬 모두를 만족시키며 엄청난 연기 내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내 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 등에서 착하고 지고지순한 역할을 연기했던 내공과 <나쁜 녀석들> 등에서 사이코 패스 역할을 맡았던 내공이 합쳐져, 여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남을 조종하여 사람들의 여론을 만들거나 이간질 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데 능숙한 신개념 캐릭터인 유정에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치인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방식은 이런 원작과의 일치성이 아니다. 물론 원작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전개되기는 하지만, 원작에서 상당한 회차 이후 사귀게 되는 유정과 홍설 커플은 드라마 삼 회 만에 고백을 하는 형태로 그려졌다. 드라마의 호흡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치인트>는 스토리 자체보다 캐릭터의 힘으로 인기를 얻은 웹툰이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설득력 있게 자신이 맡은 바를 표현하지 못했다면 이야기의 구성 자체가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가장 논란이 거셌던 홍설 역할의 김고은은 이런 우려를 피해가며 한숨을 돌렸다. 원작의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평범하면서 귀여운 홍설의 이미지를 재창조해냈다. 김고은이 생각보다 호연을 보여주자 논란은 사라졌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주인공 홍설이 아니다. 유정을 비롯해 백인호(서강준 분), 은택(남주혁 분) 등 꽃미남 배우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치즈인더 트랩>에서 백인호 역할을 맡은 서강준

<치즈인더 트랩>에서 백인호 역할을 맡은 서강준 ⓒ cj e&m


이윤정 PD는 히트작 <커피프린스 1호점> 등에서 보여주었듯 여심을 잡는 연출을 무기로 한다. 일단 평범한 여자 캐릭터들 사이에 꽃미남들을 채워넣어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치인트>에서도 화려한 남성 캐릭터의 외모에 비해 여성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수수한 편이다. 원작과 100% 일치한다는 평을 듣는 박해진은 물론, 잘 된 캐스팅이 아니라는 평을 들었던 서강준이나 남주혁 모두 여심을 설레게 할 만큼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들은 뛰어난 비주얼을 무기로 여심을 설레게 할 만한 로맨스의 중심에 서며 일종의 판타지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판타지는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원작과의 싱크로율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원작을 충분히 이용하면서도 원작과 다른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치인트>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었다.

<치인트>의 이런 성공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웹툰과 드라마는 엄연히 차이가 있는 장르라는 것이다. 웹툰의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시킬 수 있는 연기자를 캐스팅 하여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그리하여 <치인트>는 그간 논란들을 의미 없게 만들며 오히려 그 논란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유리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의 표현력이 웹툰과는 달라도 얼마든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캐스팅이 아무리 잘 되어도 실패할 수 있고, 미스 캐스팅 논란이 일어도 성공할 수 있다. 결국 뚜껑은 열어보아야 안다.

 현실성 없는 '꽃미남'들이 여심을 잡았다. 사진은 드라마에 출연중인 남주혁.

현실성 없는 '꽃미남'들이 여심을 잡았다. 사진은 드라마에 출연중인 남주혁.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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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 박해진 김고은 서강준 남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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