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 참가한 야구 국가대표팀 박병호가 10일 오후 대만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 참가한 야구 국가대표팀 박병호가 지난 10일 오후 대만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 거포'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최고액 입찰 팀이 미네소타 트윈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네소타는 10일(한국 시각) 박병호의 포스팅 비용으로 1285만 달러(약 147억 원)를 적어내 12월 9일까지 30일간 독점 교섭 기회를 얻었다.

박병호와 미네소타의 인연은 흥미롭다. 당초 박병호의 포스팅에 참여한 메이저리그 구단들만 10개 팀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 부자 구단이나 빅마켓들이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스몰마켓인 미네소타의 영입 가능성은 포스팅 전까지만 해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게다가 응찰액도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여서 미국 현지 언론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네소타는 어떤 팀?

 미네소타 트윈스 엠블럼

미네소타 트윈스 엠블럼 ⓒ 미네소타 트윈스

미네소타는 1901년 창단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구단이다. 아메리칸리그 출범부터 함께했던 8개 팀 중 하나다. 당초 연고지는 워싱턴이었으나 1961년부터 지금의 연고지인 미네소타로 이전했다. 팀 이름도 워싱턴 시절의 새너터스에서 지금의 트윈스로 바뀌었는데 미니애폴리스와 인접한 세인트폴을 트윈 시티라고 부른 데서 비롯됐다.

현재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즈를 비롯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즈, 시카고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 속해 있다.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요한 산타나, MVP를 수상한 바 있는 저스틴 모어노-조 마우어, 9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토리 헌터 등이 미네소타를 빛낸 스타들이다.

미네소타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 차지했다. 마지막 우승은 지난 1991년으로 무려 24년이 넘었다. 하지만 정규시즌만 놓고 보면 2000년대가 전성기에 가깝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강자이자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군림하며 지구 우승만 여섯 차례 했다.

2011년 이후 미네소타는 암흑기를 맞았다. 지구 최하위만 세 번이나 차지했다. 그래도 올해 성적은 83승 70패로 5년 만에 5할 승률을 넘기며 캔자스시티에 이어 지구 2위에 올랐다. 뉴욕 양키스,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려 포스트시즌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리빌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재 사령탑은 메이저리그 통산 3000안타(3319개) 기록을 보유하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슈퍼스타 출신 폴 몰리터 감독이다.

박병호는 KBO 시절 LG 트윈스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중소 구단으로 꼽히는 넥센으로 이적해 전성기를 맞았다. 박병호의 첫 메이저리그팀이 될 가능성이 큰 미네소타의 팀명 역시 트윈스고 스몰마켓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인연이라 할 수 있다.

투수친화적 홈 구장, 시험대에 오른 박병호의 진가

박병호, 'K'를 잡아라 지난 28일 오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박병호가 3루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오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표팀 공식 훈련 당시 모습. 박병호가 3루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생소할 만한 측면도 있다. 미네소타가 2010년부터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타깃필드는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먼 외야 중앙 좌측 펜스까지의 거리가 125m, 좌측 펜스까지 103m, 우측 펜스까지 100m로 서울 잠실구장과 유사하다는 평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투수 친화적으로 손꼽히는 구장이다. 실제 미네소타는 올 시즌 팀 홈런 156개를 기록, 아메리칸 리그 15개팀 중 10위에 그쳤고 30홈런 이상 타자는 전무했다. 미네소타가 박병호에 과감하게 베팅한 이유도 장타력 보강 때문이다.

그런데 박병호는 넥센 시절 타자친화적인 목동구장의 덕을 크게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잠실을 홈으로 쓰던 LG 시절 7년 동안은 고작 24개 홈런에 그쳤다. 물론 당시는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주전이 아니었다는 차이점이 있다.

올해 쏘아 올린 53개 홈런 중 절반이 넘는 28개가 목동구장에서 나왔다. 박병호의 기록이 가장 폄하 받기 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올 시즌 박병호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약 124m로 투수친화적인 구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록이다. 한국보다 파워피처가 많고 투수친화적인 홈 구장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을지, 박병호의 진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연고지가 될 미네소타의 환경도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적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네소타는 지역 특성상 인기 프로스포츠 스타들이 거주지로 선호하는 지역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긴 것으로 악명이 높다. 미네소타의 아시아 인구 비율은 약 4% 정도이고 자연히 한인 사회의 규모도 타 지역에 비해 작은 편이다.

박병호로 인한 지역 마케팅 효과나 응원 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처음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박병호로서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미네소타 구단이 다른 조건보다 오직 실력만으로 박병호의 가치를 평가했다는 데에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스몰마켓만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보스턴이나 뉴욕, LA 같은 대도시 빅마켓 구단들의 경우 주변 환경이나 대우는 좋지만, 주전 경쟁이 치열하고 분위기도 더 각박한 편이다. 극성스러운 지역 언론들은 조금만 부진해도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리빌딩 중인 미네소타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빅마켓만큼 크지 않다. 당장 스포트라이트는 조금 덜 받더라도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적응기를 거치면서 야구에만 집중하는 데에는 되레 더 좋은 환경일 수 있다.

주전 경쟁도 '해볼만'... 연봉은 500만~600만 달러 예상

주전 경쟁도 비교적 해볼 만하다. 박병호의 포지션인 1루수에 확실한 경쟁자는 미네소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 마우어 정도다. 문제는 그가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선수인 데다 잦은 부상과 함께 타격도 점차 하향세라는 점이다(2015시즌 타율 0.265, 10홈런).

어차피 미네소타는 아메리칸리그에 속해 지명타자를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박병호는 운신의 폭이 조금 더 넓은 편이다. 팀 유망주로 꼽히는 미겔 사노(80경기 타율 0.269, 18홈런)의 포지션 여부가 또 다른 변수인데 지난 시즌 그는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사노의 포지션이 내년에 어디에 배치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사노의 외야 전향이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관건은 박병호의 몸값이다.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아시아인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1312만5000달러)다. 당시이치로는 시애틀에 입단하면서 3년 1400만 달러(연평균 467만 달러)를 받았다. 박병호보다 한발 앞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강정호는 포스팅 500만2015달러, 4년 1100만 달러였다.

강정호와 이치로의 사이에서 박병호의 몸값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다시 박병호의 나이와 장점 그리고 메이저리그 1루수들의 평균 몸값들을 두루 고려하면 500만~600만 달러 선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유력하다. 마이너리그 거부권 등 부가적인 계약 조항의 추가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확률은 낮지만 계약 과정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미국 진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있는 박병호는 프리미어12 일정을 부상 없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미네소타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과연 내년 시즌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서 날아오르는 박병호를 볼 수 있을까.

○ 편집ㅣ김지현 기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