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K'를 잡아라 지난 28일 오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박병호가 3루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 박병호, 'K'를 잡아라 지난 28일 오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박병호가 3루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홈런왕' 박병호(넥센 히어로즈)가 드디어 메이저리그 진출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박병호의 소속팀 히어로즈는 박병호의 해외진출을 승인하고, 다음 달 2일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팅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박병호와 히어로즈 구단은 오는 11월 7일(한국시각) 새벽에 최고 응찰액을 써낸 메이저리그 구단을 확인하고 9일까지 수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히어로즈가 제안을 수용할 경우, 해당 메이저리그 구단은 박병호와 1개월간의 독점 계약 교섭권을 가지게 된다.

'다 이룬' 박병호, 더 큰 무대로 나선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됐다. 박병호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및 홈런왕·타점왕 4연패를 달성하며 국내 최고의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개인 성적 차원에서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룬 박병호에게, 국내 무대는 너무 좁았다.

시기적으로도 좋다. 박병호의 전 팀 동료이자 1년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의 성공사례는 박병호의 메이저리그행에 대한 희망적인 가능성을 높였다. 강정호는 KBO 타자 출신으로는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1호 선수였다. 불의의 무릎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기 전까지,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 출루율 0.355, 장타율 0.461을 기록했다. 별다른 적응기 없이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다.

눈에 띄는 건 박병호의 일정이다. 박병호의 포스팅 요청 시기는 지난해 12월 15일에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화한 것보다 한 달 가까이나 더 빨라졌다. 강정호의 경우, 지난해 소속팀인 넥센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11월 중순까지 가을야구에만 전념해야 했다.

물론 12월 초·중순에 열리는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을 의식한 '전략'적 측면도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윈터 미팅을 통해 트레이드와 FA 영입 등 다음 시즌 전력보강을 위한 1차 행보에 돌입한다. 각 구단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빈자리가 있는 팀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늦게 포스팅을 신청하면, 각 팀이 이미 전력구상을 끝낸 상황이라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자칫 협상이 뒤로 밀릴 경우 시간이 촉박해지는 부작용도 있다. 계약조건도 아무래도 윈터 미팅 기간 때처럼 높은 대우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던 강정호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에 가까웠다.

박병호의 상황은 또 다르다. 박병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스카우트를 파견하여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인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 쟁쟁한 명문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강정호의 선례 덕분에 KBO 출신 타자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하나의 기준이 생겼다. 윈터 미팅 기간,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동일 선상에서 가치를 평가받아도 박병호 정도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아시아 최고 거포의 자존심, 미국에서도 통할까

괘적 확인하는 박병호 지난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에서 넥센 박병호가 5회 말 무사에서 1점 홈런을 치고 있다.

▲ 괘적 확인하는 박병호 지난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에서 넥센 박병호가 5회 말 무사에서 1점 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단 박병호가 포스팅에 응찰하게 되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관건은 KBO 최고 타자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어느 정도의 대우를 보장받을까에 쏠린다. 강정호는 500만2015달러를 적어 낸 피츠버그와 우선협상을 벌였고, 4+1년 총액 1650만 달러 계약서에 사인했다. 투수 출신인 류현진(LA 다저스)은 2573만7737달러를 제시받으며 한국 선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금의 박병호는 최소한 강정호보다 더 높은 조건을 제시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일본이나 쿠바 출신 선수들의 사례에서 보듯,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선수영입 시장을 개척할 때마다 후발주자들의 몸값이 갑자기 폭등하는 게 일종의 관행이었다.

전 뉴욕 메츠 단장이자 라디오 분석가인 짐 두켓은 피츠버그 지역 매체인 <트립 라이브>를 통해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이 최대 2000만 달러(약 226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는 강정호 계약금액의 4배에 달하는 액수이다.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 역시 박병호의 영입을 검토하고 있는 구단 중 하나로 알려졌다.

물론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정호도 포스팅 초기, 한때 1500만 달러까지 예상금액이 치솟기도 했으나 최종 응찰액은 기대보다는 훨씬 소박(?)했다. 장타력을 갖춘 전천후 외야수라는 희소성이 있었던 강정호와 달리, 박병호는 전문 1루수이고 이 포지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거포들의 격전장이다. 박병호의 최대 장점인 장타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도 아직 존재한다.

몸값은 단지 자존심의 문제를 떠나 선수에 대한 기대치이다. 미국 무대에 진출하더라도 얼마큼의 기회가 보장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기준선이다. 포스팅에서의 응찰액이 중요한 이유다.

강정호 때와는 히어로즈 구단의 사정과 눈높이도 달라졌다. 히어로즈는 현재 다음 시즌 홈구장 이전 등을 앞두고 재정적인 어려움과 스폰서 논란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박병호 포스팅을 통하여 확실한 수입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작년에는 다소 헐값이어도 선수의 입장을 존중하여 강정호의 포스팅을 허용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박병호는 히어로즈를 넘어 KBO 최고 타자로 손꼽힌다. 히어로즈가 그의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즈가 기대하는 박병호 포스팅의 기준치는 낮게 잡아도 강정호의 2배인 1000만 달러 이상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병호는 시즌 종료 후 국가대표로서 '프리미어 12'를 준비 중이다. 아시아 최고 거포의 자존심을 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병호에게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이라는 희소식이 전해질지 주목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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