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 부산국제영화제


10월 열리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지원금 삭감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행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필요한 예산이라며 받아 놓고도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은 국회 예산권을 우롱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번 지원금 삭감을 두고 사실상 정치적 보복과 다름없는 부당한 삭감이었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부산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논란이 불붙는 모습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인천 남동구을)은 11일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문체부와 영진위가 2015년 부산영화제 예산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15억으로 승인받고서는 집행할 땐 자생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8억으로 줄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영진위는 부산영화제 지원금을 기존 액수보다 절반 가까이 삭감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영진위는 기재부가 내놓은 국제행사관리지침을 비롯해 '그동안 부산영화제에 지원금이 집중되어 타 영화제보다 많은 혜택을 받아 왔으며, 부산영화제의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을 이유로 지원금을 삭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영진위의 보복? 부산영화제 지원 대폭 삭감, 부산영화제 지원 삭감... 문화부 지침 없었다면 왜?)

그러나 사실상 삭감을 전제하고 이뤄진 심사였다는 것이 회의록 공개를 통해 드러나면서 (관련 기사: 부산영화제 심사 회의록 봤더니...객관적 평가 배제됐다) 지원금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문체부 김종덕 장관은 영진위의 결정을 번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문체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자부담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산 편성이 적정하다'며 15억의 예산을 신청했고 승인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올해 7억 원을 불용한 문체부와 영진위가 내년 부산영화제 예산을 또다시 15억으로 신청했다"면서 이는 "국회의 예산 편성·심사권을 우롱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윤 의원은 "2014년과 2015년의 문체부와 영진위의 입장이 180도 바뀐 이유는 단순히 새 장관과 영진위원장이 취임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이빙벨>의 부산영화제 출품과 상영 논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세월호 사건에 대해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촬영된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으로 인한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한 "추후 문체부 소관 공공기관 예산 심사에서 이런 임의 불용사태가 또 일어날 것을 감안해 영진위 공모사업의 (예산) 일괄 삭감 등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영화계 "전체 예산 삭감은 반대"

새정치민주연합, 지역위원장 13명 추가 선정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간사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체 246개 지역위원회 중 단수지역 226개, 경선지역 7개, 사고지역 12개, 계속심사지역 1개로 지역위원장 선정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고 발표하고 있다.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유성호


영화계는 '정치적 보복에 따른 지원금 삭감'이라는 윤관석 의원의 비판에는 공감하면서도, '공모사업 예산을 일괄 삭감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부분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 있는 심사를 진행해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고 예산은 정상적으로 지원하도록 해야지, 전체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한국영화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단체 대표자들은 이미 지난 6월 영진위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예산 미집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방치한 김종국 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부산영화제 지원금을 삭감한 2015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심 심사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당시 심사 회의록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심사기준을 설명한 뒤 부산영화제 지원금은 삭감해야 한다며 심사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영화계의 사퇴 요구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내가 예심 심사위원장은 했지만 최종 결정은 영진위 9인 위원회에서 한 것 아니냐"며 책임론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나 영진위 역시 김 부위원장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윤관석 의원이 주장한) 영진위 공모사업 예산의 일괄삭감은 신중하게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영화제 예산을 계속 줄이려고 하는데, 국회 차원에서 늘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있는 예산마저 불용을 이유로 삭감하는 것은 영화제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올해 부산영화제 예산은 20회를 맞아 130억 정도로 예상됐으나 영진위 지원금이 반토막 나고 부산시에서의 지원금 액수도 동결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120억 정도에 머물렀다. 윤 의원의 요구에 따라 영진위 공모사업 예산이 일괄 삭감될 경우 내년에는 운영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영화제들은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국고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전체 42억이던 예산이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영화제들에 대한 공세 끝에 35억으로 줄었다. 특히 부산영화제는 '7회 이상 국제행사 심사를 거쳐 국비(10억원 이상)를 지원받은 국제행사는 원칙적으로 심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재부의 국제행사관리지침 규정에 따라 2017년 이후에는 지원을 못 받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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