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석현준 멋졌어' 한국 축구대표팀 석현준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되며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 슈틸리케, '석현준 멋졌어' 한국 축구대표팀 석현준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되며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 유성호


슈틸리케호가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의 최대 고비로 여겨지는 레바논 원정을 앞두고 있다(한국시각 8일 오후 11시). 슈틸리케호는 현재 미얀마와 라오스를 격파하고 2연승으로 순항 중이다. 레바논 원정만 잡으면 2차 예선의 가장 중요한 9부 능선을 사실상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물론 과정상의 고뇌는 늘 존재했지만, 대표팀이 흔들리거나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을 정도의 고비는 없었다. 그만큼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가 지금까지는 잘 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기다운 위기가 없었다는 것이 때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역대 대표팀 사령탑들도 초반에 순항하다가 의외의 타이밍에 암초를 만나 휘청거렸던 경우가 드물지 않다.

레바논 원정에선 역대 전적 1승 2무 1패, 만만히 볼 수 없다

레바논은 강팀은 아니지만, 한국축구에 몇 번이나 의외의 일격을 가했던 숨은 암초였다. 한국은 레바논을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7승 2무 1패로 압도적인 우위지만 홈 전승(6승)에 비하여 원정에서는 1승 2무 1패로 고전했다. 특히 최근 세 번의 원정에서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한국축구는 지난 브라질월드컵 예선(3차-최종)에서는 레바논과 연달아 한 조에 편성됐고 두 번이나 한국을 월드컵 탈락 위기로 몰아넣은 악연이 있다. 2011년 조광래호는 3차 예선 원정에서 1-2로 패배하며 당시 조광래 감독이 경질당하는 결정적인 빌미가 됐다.

1년 7개월 뒤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 역시 레바논 원정에서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가 간신히 1-1로 비겼다. 당시 김치우의 프리킥 동점 골은 후반 추가시간 6분에야 터졌을 정도로 행운의 골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만일 이때 레바논에 또 패했다면 한국은 조 3위로 밀려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수도 있었다.

한국이 레바논 원정에서 유난히 약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원정 텃세와 전력누수를 꼽을 수 있다. 레바논은 형편없는 잔디 상태와 불안한 치안, 홈 관중의 극성스러운 응원 등으로 원정팀에게 악명이 높다. 한국처럼 패스와 점유율 위주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에게 레바논의 잔디 상태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치안 문제로 인하여 원정 팬들의 응원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단순히 핑계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전임 감독들도 이구동성으로 원정 때마다 항상 어려움을 호소했던 대목이다.

또한, 한국은 최근 레바논과의 원정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큰 전력 공백이 잇달아 발생했다. 2011년 조광래호 시절에는 전력의 양대축이던 박지성-이영표가 대표팀을 은퇴해 공백을 메우지 못한 상황이었고, 설상가상 유럽파인 박주영-기성용-이청용 등이 경고누적과 부상 등으로 줄줄이 레바논전에 결장했다.

2013년 최강희호 역시 기성용-구자철 등 유럽파들이 대거 제외된 상태에서 레바논 원정을 치러야 했다. 주전급 선수들의 공백은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이던 골결정력의 약화를 초래했다.

공교롭게도 슈틸리케호 역시 레바논 원정을 앞두고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슈틸리케호 최다득점자(7골)이자 부동의 에이스인 손흥민이 이적문제로 인하여 라오스전만 뛰고 레바논전에는 결장하게 됐다. 손흥민이 라오스전에서 A매치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쾌조의 골 감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빈자리가 더욱 아쉽다.

더구나 슈틸리케호의 주전 원톱으로 활약해왔던 이정협은 안면 골절 부상으로 아예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레바논 징크스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진정한 강팀이라면 이러한 변수 역시 극복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출범 직후 한국축구의 오래된 고정관념을 조금씩 극복해오며 성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명 선수와 유망주들의 중용을 통해 '이름값'에 대한 환상에서 탈피했고, 주축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호주 아시안컵에서 27년 만에 결승까지 오르며 진정한 '원 팀'을 증명했다. 동아시안컵을 통해서는 국내파 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했으며, 미얀마와 라오스전을 거치며 밀집수비와 대량득점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는 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 원정을 앞두고도 "한국 대표팀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과거의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팀"이라는 선언으로 '원정 징크스'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손흥민 빠졌어도 선수자원 충분... 원정 징크스 극복 기대

손흥민은 빠졌지만, 대표팀의 2선 자원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청용, 이재성, 권창훈, 김민우 등이 건재한 데다 레바논전에서는 구자철과 박주호까지 가세하며 중원의 활용 폭이 더 다양해졌다. 기성용 역시 언제든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활약할 수 있다. 손흥민의 스피드와 개인기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없지만 저마다 다른 장점으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카드들이다.

대표팀의 최전방을 책임을 석현준과 황의조의 활약도 기대된다. 특히 라오스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석현준은 레바논전에서도 선발 출장이 유력해 보인다.

석현준은 기존 슈틸리케호의 주전이던 이정협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공을 받으러 내려오거나 연계하는 플레이를 하기보다는,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몸을 부딪치고 직접 골을 노리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의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다. 라오스전에서는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대표팀 동료들과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도 보였지만, 레바논 원정에서는 석현준의 강력한 몸싸움과 제공권이 더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전망이다.

손흥민이 잠시 없어도 한국축구는 레바논을 충분히 이길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슈틸리케호가 손흥민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고, 레바논을 상대로 지긋지긋한 원정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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