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새로이 선보인 <연쇄 쇼핑가족>은 현대인의 쇼핑을 주제로 내세웠다. 먹거리에서부터 뷰티, 남성용품까지 필요한 제품을 소개하는 쇼핑 정보 프로그램은 이미 케이블을 통해 범람하고 있다. <연쇄 쇼핑가족>은 '거기에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얹는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한 발 나아선다. 소비 욕망을 분석해 공감과 조언을 한다는 것이다.
토크와 시트콤 결합한 포맷으로 쇼핑을 충고하다<연쇄 쇼핑가족>의 포문을 연 것은 이영자, 박명수, 박지윤, 써니, 박원 등 다섯 명의 MC다. 마치 세대별 대표라도 되는 듯 연령별로 골고루 모아놓은 다섯 명의 이질적인 MC가 쇼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코너는 매주 MC들이 소비한 것을 들여다보며 소비 패턴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수증 토크'였다. 보기와 다른 49만 원짜리 이영자의 플리플랍에서부터 박명수가 산 두 장에 60만 원이 넘는 티셔츠, 박지윤의 신개념 물놀이 가방, 써니의 해외 직구 피규어까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영수증이 등장했다. MC들은 자신의 실 소비 품목을 드러내며 살신성인했지만, 몇십만 원을 쉽게 쓰는 그들의 경제적 수준에 공감보다는 이질감을 전한 것 아닐까. 세대별 공감을 위해 써니는 홈쇼핑과 지름신을 운운하고, 박원은 '크라우드 펀딩'을 언급했지만 <연쇄 쇼핑가족>은 좀 사는 사람들의 쇼핑 이야기라는 범주를 은연중에 드러냈다.
영수증을 보며 자신의 부를 드러낸 연예인 MC들에 이어 서울 봉천동에 사는 가상의 한 가족을 배경으로 본격적인 첫 회의 주제가 등장했다. <연쇄 쇼핑가족>의 첫 번째 이야기는 '교육도 쇼핑하는 시대'였다.
전세 대란 속에 졸지에 친정살이를 하게 된 봉천동 가족의 첫째 딸. 월 320만 원을 받는 직장인 남편을 둔 큰딸은 내년에 학교에 입학할 딸을 위해 교육 쇼핑에 나섰다. 이제 곧 출산할 둘째도 있지만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이를 좀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서 들떴다. 그녀의 쇼핑 바구니에 들어간 것은 서울의 내로라하는 사립 초등학교다. 큰딸은 만삭의 몸으로 근처 흑석동에서부터 종로구, 그리고 재벌가 자제들이 다닌다는 사립 초등학교까지 훑고 다닌다. 아이의 교육비로 한 달에 100여만 원을 지출하는 바람에 한 달 용돈 20만 원에 쪼들리는 남편은 결국 불만을 토로하고, 의견이 다른 아내와 남편은 부부싸움을 한다.
이를 본 MC들은 교육 평론가 이범을 초빙해 교육 쇼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명수와 박지윤은 아이가 다니는 영어 유치원을 시작으로 봉천동 가족을 배경으로 한 상세한 서울 시내 사립 초등학교에 대한 카달로그식 설명을 더했다. 겨기에 마무리로 이범의 해법 아닌 해법 같은 교육 쇼핑 해결책이 얹어졌다.
누구를 위한 쇼핑 공감인가?
▲ '연쇄쇼핑가족' 쇼핑MC군단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연쇄쇼핑가족>제작발표회에서 토크쇼의 공동MC 써니, 박지윤, 박명수, 이영자, 박원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쇄쇼핑가족>은 선택장애에 빠진 현대인들의 소비 욕망을 분석하는 쇼핑 심리토크쇼로 공동MC들의 영수증으로 소비 패턴을 파악해보는 '영수증 토크'코너와 시트콤을 통해 소비 생활을 분석하는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22일 토요일 밤 11시 첫 방송. ⓒ 이정민
<연쇄 쇼핑가족>은 공감과 조언을 지향했지만, 연예인 MC들의 몇십만 원짜리 티셔츠를 시작으로 영어 유치원, 사립 초등학교 등 자상한 교육 쇼핑 정보로 이어졌다. "옷을 좋아한다"는 박명수의 쇼핑 스타일은 이미 케이블에서 등장했던 몇몇 패션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했고, 박원으로 구색을 갖춘 신세대의 쇼핑은 '남성들의 잇아이템'을 다룬 한 프로그램 같았다. 거기에 박지윤은 tvN <성적 욕망> 당시 언급했던 '돼지 엄마'를 들고나온다. 나름 가족적 구성의 MC라지만 정작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써니와 박원의 입이 닫혀 있고, 그 세대가 이야기할 때는 이영자, 박명수의 눈이 동그래진다. 가족처럼 모두가 공감하는 쇼핑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가겠다고 했는데 그 누구도 쉽게 공감하기 힘든 구성이다.
무엇보다 첫 회 방송 시간의 상당 부분은 서울 시내 사립 초등학교의 면면을 설명하는 데 쓰였다. 앞선 영수증 토크에 이어 영어 유치원, 사립 초등학교까지 '대한민국 중산층이라면 이 정도쯤은 쇼핑 장바구니 안에 들어있을 것'이라고 전제한다.
봉천동 큰딸의 처지에 공감하는 박명수와 박지윤을 중심잡게 한 것은 어쩌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은 듯한 교육평론가 이범이었다. 한동안 사립 초등학교를 두고 선택 장애에 빠져 있을 때, 이범은 "자식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 이제 더 이상 노후 자금은커녕 앞날이 보장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투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교육 환경이 개선된 혁신학교나 농어촌 초등학교를 선택할 것을 권유한다. 이범의 권유 뒤에 봉천동 시트콤 속의 부부도 화해한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계층 간 소비의 격차가 심화되는 대한민국에서 <연쇄 쇼핑가족>을 보며 쇼핑에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할 시청자는 얼마나 될까. 쇼핑을 내세우면서도 교육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 것은 참신했지만, 사립 초등학교 쇼핑으로 시작된 <연쇄 쇼핑가족>의 쇼핑 범주는 분명해진다. 연예인의 화려한 영수증과 한술 더 뜬 교육 쇼핑을 시청하기엔 주말 밤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