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을 다니다 보면 슈퍼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간 이런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을 다니다 보면 슈퍼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간 이런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 이선필


올해로 설립 78주년인 플랜은 아동 자립과 아동 참여라는 원칙하에 후원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러 구호 단체들마다 특징과 활동 방향이 다르고 일각에선 외부의 무조건적 후원이 해당 지역 사람들의 자립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이런 시각에 후원 대상국 현지인들은 어떤 입장일까.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일 필리핀 타클로반(Tacloban)을 찾은 취재진에게 플랜 커뮤니티 오피스(Community Office) 소속 스태프 신디(29)는 "필리핀 정부가 재난 대책을 세우고 잘 시행하고 있어도 지리적으로 워낙 태풍이 자주 발생하고, 기후 변화로 거대 태풍 또한 늘고 있어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잠들지 않는 태풍에 대한 공포...다양한 구호 활동 필요해

지난 2013년 11월 발생한 슈퍼 태풍 하이옌은 필리핀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2년이 지났지만 현지에서 여전히 복구되지 못한 가옥과 건물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하이옌은 229개 도시를 휩쓸며 4만 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필리핀에서만 6009명의 사망자와 1779명의 실종자가 나왔고, 필리핀 중부 사마르 섬 내의 타클로반 지역은 그중에서도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이었다. 필리핀을 지나는 태풍만 해도 1년에 20개 남짓. 그만큼 현지인들은 자연재해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플랜 코리아와 홍보대사인 방송인 이정수가 이런 현황을 숙지하고 7월 30일부터 8월 2일 동안 타클로반 지역 내 두 학교를 방문했다. 학생 720명 규모의 마요르가 스쿨(Mayorga Central School)과 160명 규모의 빌라로사스 스쿨(Villarosas School) 모두 교실 외의 부대시설은 여전히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또 다른 현지 스태프 에밀리(30)는 "마요르가 스쿨은 1만 9000달러를 들여 교실 3개를 재건했지만, 강당 등의 다목적 공간의 복구는 꿈도 못 꾸고 있다"면서 "104년 역사의 학교가 슈퍼 태풍 하나에 처참하게 망가졌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취재진에게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며 필리핀 국기 모형을 보여주고 있는 한 소년.

취재진에게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며 필리핀 국기 모형을 보여주고 있는 한 소년. ⓒ 이선필


빌라로사스 스쿨의 멜빈(40) 교장 역시 "재난 발생 시 마을 주민들과 선생님이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비상 연락 체계가 있지만 주민들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기와 물,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이 교육 받을 공간이 급하다"고 강조했다. 인근 마을에서도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아 보였다. 멜빈 교장은 플랜 코리아와 이정수의 방문으로 마을 홍보는 물론, 외부의 기부 역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후원 국가로 돌아온 한국...지원 대상국들의 롤모델

하이옌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 필리핀 전역에선 각종 구호단체가 현지에 본부를 차리고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플랜의 커뮤니티 오피스가 들어선 건물에도 월드비전과 유니셰프 등이 사무실을 나눠 쓰고 있었다. 

김혜현 플랜 코리아 과장은 "다른 구호 단체와 달리 플랜은 철저히 비정치, 비종교성을 추구하기에 구호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며 "아동후원 중심이고, 그중에서도 교육 지원이 특화됐는데 현물 지원도 좋지만 현지인들의 자립부터 돕자는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현지 사정에 맞게 지원하려고 하며 그만큼 후원금 관리와 교육 사업 연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에 따르면 플랜은 영국 본사를 중심으로 각국에 국가 사무소(National Office)와 커뮤니티 오피스(Community Office)를 운영해 지역 사회와 연계를 꾀한다. 필리핀처럼 후원 대상국에는 더 작은 단위인 프로그램 유닛(Program Unit)을 꾸려 놓고 지원 사업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타클로반 내 마요르가 스쿨을 방문한 이정수가 학생들 말을 경청하고 있다.

타클로반 내 마요르가 스쿨을 방문한 이정수가 학생들 말을 경청하고 있다. ⓒ 이선필


이에 이재명 플랜 코리아 홍보팀장은 "어린이의 권리를 보장하고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생활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며 "획일적 지원이 아닌 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아니면 긴급 구난부터 필요한지 등을 따져가며 그에 맞게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플랜 인원과 지역 사회 인원이 반드시 함께 사업에 참여한다는 원칙이 있기에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국 역시 한국전쟁 직후 플랜의 주요 지원 대상국이었다. 플랜은 1953년부터 1979년까지 한국에서 '양친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매년 2만 5000명의 한국 어린이들이 교육 혜택을 받았다. 경제 성장과 자립 의지에 따라 플랜은 1979년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했으나, 1996년 한국의 OECD 가입을 계기로 다시 본부를 세웠다. 지원 대상국이었던 한국이 후원국으로 바뀌게 된 순간이다.

김혜현 과장은 "지원 대상국이 후원국이 된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그만큼 최근 지원 대상국들도 한국을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플랜 코리아는 기업 후원과 홍보대사 활동 및 개인 후원을 통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이 대학생 봉사단 '해피무브'를 운영하고, 지원 국가에 직업 훈련소를 세우는 등으로 활동했고, 홍보대사 역시 저마다 장기를 살려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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